“잘 던질 때가 됐는데, 참 안 되네요”
SK 선발 마운드의 새로운 피인 문승원(27)은 28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한숨을 내쉬었다. 문승원은 올 시즌 SK 선발진의 깜짝 카드로 떠올랐으나 최근 경기에서는 성적이 좋지 못했다. 최근 3경기에서는 모두 4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조기강판됐다. 새 외국인 투수 브라울리오 라라의 1군 등판이 임박한 상황에서 29일 선발 등판이 문승원으로서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었다.
그만큼 절실했다. 그리고 그 절실함을 그라운드에서 모두 뿜어냈다. 호투였다. 문승원은 29일 수원 kt전에서 5이닝 동안 84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 4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7-4 승리를 이끌어 시즌 3번째 승리(2패)를 따냈다. 5회까지 던지면서 그렇게 큰 위기 없이 kt의 만만치 않은 타선을 잠재우며 자신의 경쟁력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문승원의 문제는 공이 높게 몰리면서 장타 허용률이 급격하게 늘어났다는 데 있었다. 공의 힘도 초반보다는 다소 떨어졌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이자, 문승원 스스로도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최고 149㎞의 공을 펑펑 꽂아 넣으면서 공격적인 승부를 했고, 결과적으로 장타를 억제하며 kt 타선을 봉쇄했다. 이날 문승원이 허용한 장타는 5회 터진 김상현의 2루타 하나 뿐이었다.
2회는 압권이었다. 공격적인 투구로 세 타자 모두 2S를 잡고 시작했다. 그리고 서로 다른 결정구로 유한준 박경수 이진영이라는 kt 대표 타자들을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고 힘을 냈다. 선두 유한준을 119㎞ 커브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고, 박경수는 131㎞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이진영은 이날 들어 가장 빨랐던 149㎞ 빠른 공을 낮은 쪽에 찔러 넣어 서서 잡아냈다.
동료들도 이런 문승원을 호수비로 도왔다. 3회 김상현의 타구는 좌익수 앞으로 빠져 나가는 질 좋은 타구였으나 고메즈가 몸을 날려 잡아내는 호수비를 선보였다. 선두타자 출루를 억제시킨 수비였다. 4회에는 유한준의 우전안타성 타구를 정의윤이 침착하게 몸을 날려 잡아냈고, 5회 1사 3루에서도 박기혁의 타구를 중견수 김강민이 차분하게 처리하며 실점을 1점으로 억제했다.
김용희 감독의 구상에도 결정적인 힘을 보탰다. 당초 이날은 에이스 김광현의 선발이 예정되어 있었다. 여기서 SK는 한 템포를 쉬어가는 쪽을 택했다. 어차피 올스타전까지 세 번의 선발 등판이 예정되어 있었고, 이틀 정도 더 쉬어가도 세 번 등판은 같았다. 이에 김광현에게 추가 휴식을 주는 대신 문승원이 이날 등판했다. 그런데 문승원이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김광현에 대한 아쉬움을 완벽하게 지워낸 것이다.
일시적인 6선발 체제였는데 문승원의 호투로 SK는 에이스 김광현이 전혀 손해 없이 이틀의 추가 휴식을 더 취할 수 있게 됐다. 라라가 오는 3일 LG전에 들어오면 다른 투수들도 하루씩 추가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장기적인 그림까지 그리고 있는 김용희 감독의 스케치가 일단 성공을 거둔 셈이 됐다. 그 색칠을 문승원이 했다. 향후 선발 로테이션 유지 여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이런 큰 인상은 코칭스태프의 수첩에 플러스가 되기 마련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