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 부진으로 2군까지 내려갔던 박정권(35·SK)이 완벽한 부활을 신고했다. 히트 포 더 사이클의 대업에 이르는 데는 실패했지만, 4안타 자체만으로도 SK 타선에서는 반가운 신호였다. 1군 복귀 후 타율은 무려 4할5푼8리다.
박정권은 29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 선발 2번 1루수로 출전, 5타수 4안타 1타점 2득점을 기록하며 '강한 2번'의 완벽한 표본을 선보였다. 박정권이 4안타 경기를 한 것은 2014년 8월 2일 인천 NC전 이후 처음으로 팀 7-4 승리의 주역이었다.
최근 3경기에서 11타수 6안타를 기록하는 등 타격감을 끌어올리고 있었던 박정권은 1회 첫 타석에서는 1루수 땅볼에 머물렀다. 그러나 두 번째 타석부터 바짝 안타를 몰아치기 시작했다.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우익수 옆에 떨어지는 2루타를 신고한 박정권은 이후 정의윤의 2점 홈런 때 득점을 올렸다.
4회 세 번째 타석에서도 역시 우익수 옆에 떨어지는 안타를 날렸다. 장타였는데 너무 잘 맞아 2루까지 가지 못했다. 오히려 이것이 나중에 생각하면 득이 됐다. 박정권은 6회 네 번째 타석에서 가운데 담장을 맞고 떨어지는 큰 타구를 날렸다. 중견수 이대형의 생각과는 조금 다른 곳에 타구가 떨어졌고 타구를 확인한 박정권은 지체 없이 3루까지 내달려 3루타를 완성시켰다.
이제 홈런 하나면 히트 포 더 사이클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박정권은 큰 욕심을 내지 않았다. 6-1로 앞선 8회 1사 2루 상황에서 김민수를 상대로 우중간 안타를 쳐내며 타점을 올렸다. 홈런보다는 정확한 타격으로 1점을 더 내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kt의 추격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베테랑다운 자세였다.
박정권은 올 시즌 58경기에서 타율 2할5푼1리, 6홈런, 23타점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이것도 2군에 다녀온 뒤 몇 경기에서 타율을 끌어올린 것이다. 2군에 가기 전까지는 타율이 2할3푼9리에 머물렀다. 매년 반복되는 초반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을 했지만 사정은 올해도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박정권을 끝까지 믿었던 김용희 감독도 결국 2군행을 지시할 수밖에 없을 정도의 침체였다.
그러나 박정권은 2군에서 조정 기간을 거치며 칼을 갈았고 1군에 올라온 뒤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이날까지 타율 4할5푼8리(24타수 11안타)로 좋은 타격감을 선보이고 있다. 박정권은 경기 후 "사이클링히트라는 것을 알았지만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2루 주자를 불러들이는 데 집중했다"라면서 "최근 잘하든 못하든 야구장에 나와서 항상 재밌고 유쾌하게 있자고 다짐한다. 4안타 경기가 오래간만인 것 같은데 기분 전환이 된 것 같다"라며 이날 경기의 의의를 뒀다.
홈런이 없을 뿐 타구질이 좋은 장타는 꾸준히 나오고 있어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동반 상승세를 타고 있는 SK 타선에서 박정권까지 깨어난다면 그 파괴력은 배가될 수 있다. 박정권이 2번 타순에 자리를 잡는다면 SK 타순은 쉬어갈 곳이 없게 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