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에서 다소간 불안감을 노출했던 SK 외국인 타자 헥터 고메즈(28)가 각성한 모습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공·수 모두에서 자신의 기대치를 충족시키며 모처럼 활짝 웃었다.
고메즈는 29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 선발 1번 유격수로 출전, 공·수에서 맹활약을 선보였다. 타석에서는 1회 결승 솔로포를 포함, 4타수 2안타(1홈런) 1볼넷 1타점 3득점을 올렸다.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으로 팀 내야 사령관으로서의 몫을 다했다.
4월 극심한 타격 부진에 부상까지 겹쳐 어려운 시기를 보냈던 고메즈는 5월 이후 타격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홈런포도 터져 나왔다. 팀의 리드오프 자리도 굳혔다. 그런 고메즈는 28일까지 57경기에서 타율 2할6푼9리, 13홈런, 33타점, 7도루를 기록 중이었다. 타율이 조금 처지기는 했지만 0.516의 장타율,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라는 점을 생각하면 못봐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57경기에서 13개의 실책을 기록하는 등 수비에서는 썩 좋지 못한 모습이었다. 지난 25일 인천 두산전에서는 실책만 2개를 기록한 끝에 결국 문책성 교체를 당하기도 했다. 26일 인천 두산전에서는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무언의 경고였다.
하지만 고메즈는 이날만큼은 좋은 모습을 선보였다. 28일 kt전에서 2루타 2방을 치며 감을 조율한 고메즈는 이날 1회 첫 타석부터 홈런포를 터뜨렸다. 주권의 140㎞ 빠른 공을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사실 낮게 제구된 공이라 공략하기 쉬운 공은 아니었는데 고메즈의 힘이 괴력을 발휘했다. 비거리만 130m였다.
이런 고메즈는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볼넷, 4회 세 번째 타석에서는 좌중간 안타를 쳤다. 5회 2사 만루에서도 중견수 방향으로 좋은 타구를 날렸으나 중견수 이대형의 호수비에 걸렸다. 어쨌든 리드오프로서 세 번 출루했고, 세 번 득점을 올렸다는 점은 이날 SK 공격의 물꼬를 트기에 충분했다.
호수비도 있었다. 1회 이대형의 중전안타성 타구를 침착하게 잡아 아웃시켰다. 3회에는 기막힌 수비가 나왔다. 3회 선두 김상현의 타구가 잘 맞아 좌중간으로 빠져나가는 듯 했다. 그러나 긴 다리를 이용해 타깃을 잡은 고메즈는 몸을 날려 이를 잡아냈고, 강한 송구로 김상현을 1루에서 잡아냈다. 선발 문승원에게는 큰 도움이 될 법한 수비였다. 그 외에도 이날 무난한 수비력으로 SK 내야를 철통같이 지켰다. 고메즈의 날이자 고메즈가 이날 승부처를 모두 장식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