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톡] ‘디마프’, 고현정 이름값 아깝지 않은 ‘셀프 따귀’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6.06.26 11: 30

울지 않으려고 버텨서, 그리고 지극히 이기적인 마음을 담담히 고백하며 자책하는 모습이어서 더 슬펐다. 배우 고현정이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왜 고현정일 수밖에 없는지, 그리고 고현정의 이름값이 전혀 아깝지 않은 연기를 보여줬다.
그는 현재 tvN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꼰대’라 불리는 엄마 친구들의 이야기를 다루고자 하는 작가 박완을 연기하는 중. 엄마 친구들을 불편하게 여기면서도 ‘꼰대’들에게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발벗고 나서는 ‘어른들의 딸’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가 김혜자, 고두심, 나문희, 윤여정, 박원숙, 신구, 주현, 김영옥 등 연기 9단들이 가득한 까닭에 고현정이 연기 잘한다고 말하기도 참 머쓱할 지경이지만 고현정은 ‘고현정답게’ 열연을 펼치는 중이다. 나이 많은 어른들을 바라보는 젊은 세대의 이중적인 시선, 그리고 엄마와의 뭉클하면서도 티격태격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참 정밀하게 연기하고 있다.

누구나 울 수밖에 없는 장면에서도 담백한 감정선을 이어가며 오히려 더 크게 눈물샘을 때리는 배우. 고현정은 종영을 2회 남은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도 크게 움직이지 않아도 크게 표정이 변하지 않아도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고현정은 늘 그랬다. 데뷔 초 청순한 매력을 뽐낼 때도, 사실상 배우 생활 은퇴를 했다가 다시 돌아온 후에도 연기가 참 군더더기 없이 담백했다. 그래서 그가 어떤 옷을 갈아입든 시청자들은 배우 고현정이 아닌 극중 인물에 녹아든 새로운 고현정을 마주하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이번 드라마에서도 이상하게도 엄마와 친구들 앞에서는 짜증을 숨길 수 없는 젊은 세대 그 자체의 시선을 담는데 있어서 자연스러움이 가득하다. 자연스러워서 마치 우리 가족의 이야기 같아서 눈물이 펑펑 흘리게 되는 순간이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숱하게 펼쳐지는 중이다. 여기에 고현정이 대선배들과 연기를 맞춰가며 튀지 않게 감정을 표현하는 내공이 발휘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난 25일 방송된 14회는 엄마 장난희(고두심 분)의 암진단을 접한 후 엄마 앞에서 울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완이의 절망적인 감정 표현은 고현정의 이름값을 느끼게 하는 순간이 됐다.
엄마가 암에 걸렸다는 것도 충격이지만, 자신에게 말하지 않은 섭섭함, 그리고 자신을 비롯해 가족들을 짐으로 보는 엄마에 대한 서운함과 안타까움은 오락가락 감정선이 변하는 완이의 모습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울지 않기 위해, 그리고 엄마의 투병을 알고 일순간 엄마보다 자신과 사랑하는 남자 서연하(조인성 분)를 걱정한 이기적인 마음을 자책하며 따귀를 때리는 장면은 안방극장을 요동치게 했다.
완이의 깊은 슬픔과 자책, 그리고 참 힘들게 살아왔지만 앞으로도 힘들게 살아갈 일이 가득한 ‘꼰대’들에 대한 애처로움이 물밀듯이 쏟아지는 장면이었기 때문. 스스로 따귀를 때리고 맞으면서 감정을 억누르는 완이는 고현정의 연기 내공의 집약체를 다시 한 번 보는 계기가 됐다. / jmpyo@osen.co.kr
[사진] '디어 마이 프렌즈'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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