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디마프’ 나문희의 가출, 누구의 잘못일까
OSEN 라효진 기자
발행 2016.06.18 07: 03

‘디어 마이 프렌즈’ 나문희가 집을 나왔다. 칠십 둘 평생을 남편 수발에 자식 뒤치다꺼리도 모자라 종종 머리도 뜯기는 시집살이에 시동생 여섯을 출가시키면서 살았던 그다. 그런데 서방이며 딸래미며 죄 가출한 그를 찾아와 타박한다. 도대체 잘못은 누구에게 있는 걸까.
정아(나문희 분)는 지난 17일 방송된 tvN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남편 석균(신구 분)를 향한 복수의 일환으로 가출을 감행했다. 밉고 지겨워서 집을 나섰지만 혹시라도 석균이 밥을 굶을까 국과 밥을 잔뜩 해 놓고 간 정아였다.
정아의 친구들에게 전화를 다 돌린 후에야 아내의 가출 사실을 알게 된 석균은 끝까지 센 척으로 일관했다. 평소 석균이 얼마나 패악을 부렸으며 그 때문에 정아가 고생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지인들은 한 마디씩 정아의 편을 들었다. 그러나 석균은 “제사 지내기 힘들면 왜 여자로 태어나?” “헤어질 마음 있었으면 왜 밥을 해 놓고 국을 끓여 놔” “세계일주 안 데려가니까 데려가 달라고 쇼 하는 거지”라며 오히려 크게 웃음을 터뜨리곤 했다.

딸들은 정아가 홀로 새살림을 차린 곳을 찾아가 엄마도 잘못이 있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난리를 피웠다. “아버지가 밥을 할 줄 알아, 뭐를 할 줄 알아. 엄만 뭘 그렇게 잘했니? 아버지 버릇 저렇게 들인 것 엄마라고”라는 대사는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기가 찰 노릇이었다. 그런데다가 엄마가 다 늙어 이혼한다니 시댁에 창피하기까지 하단다.
그런 와중에 석균도 정아의 새 집 문을 두드렸다.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으니 이리저리 밥동냥을 다녀야 하는데, 부탁하는 본새가 거만하기 이루 말 할 수가 없었으니 주변에서도 온정을 베풀 필요가 없었다. 코너에 몰린 석균은 정아에게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라고 묻는다. 부모 잘 모시고 동생들한테 돈 좀 준 것, 여태까지 그게 다 자기 덕이라 여겼다니 정아 입장에서는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었다.
그러더니 차라리 이혼을 하지 왜 가출을 하냐며 강짜까지 놓았다. 정아는 준비한 이혼 서류를 내밀고, 석균은 당황했지만 지기는 싫어서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할 뿐이었다.
정아의 빈자리가 점점 커지자 석균은 세계 일주 비슷한 것이라도 내밀며 아내를 꾀려 했다. 여섯 동생들에게 빌린 건지 되돌려 받은 건지 모를 돈을 모았고, 여행사도 알아 봤다. 이제는 돌아 오겠지, 하며 생색 가득한 얼굴로 통장을 내밀었지만 정아는 됐다며 마루에 드러누워 잠을 청할 뿐이었다. 이제 정말로 끝까지 왔다는 것을 깨달은 석균은 성재(주현 분)에게 이를 털어 놓으며 결국 눈물을 흘렸다.
정아의 인생 속 구구절절한 사연들만 들어도 피해자는 그인 것 같은데, 이상하게 남편과 자식들은 정아 탓만 한다. 남편은 “문정아 나쁜 년, 날 저 아니면 꼼짝 못하게 길들여 놓고선”이라며 원망하고, 딸들은 살 날 얼마 안 남은 엄마가 반백년 결혼 생활을 뒤집는다니 쪽팔리다며 눈에 쌍심지를 돋운다. 때린 사람은 없는데 맞았다며 언성을 높인다.
이 사달은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 보는 사람들은 다 아는 걸 정아의 남편과 딸들만 모른다. 오십 여 년 동안 군데군데 금이 간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이 이제 겨우 깨졌는데, 이것까지 정아에게 도로 붙여 놓으라며 성화다. 하지만 이제 정아는 그런 타박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정아의 마지막 선택. 깨진 것을 그대로 둘 지 붙이는 시늉이라도 할 지, 그의 결정에 관심이 모인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디어 마이 프렌즈’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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