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젝키 장수원, ‘돈벌이’ 발언이 정녕 죄입니까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6.06.17 10: 15

[OSEN=유진모의 취중한담]YG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하고 16년 만에 재결합-컴백을 선언한 젝스키스의 장수원의 발언이 논란에 휩싸였다. 장수원은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여자친구와 결혼할 때 됐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동안 못 벌었던 것을 젝스키스로 조금 더 벌고(결혼하겠다)”라고 답했는데 이 발언에 대해 “팬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보냐”는 비난이 쏟아진 것.
뿐만 아니라 그의 13살 연하(24살) 여자친구까지 더불어 ‘악플’의 대상이 돼 홍역을 치러야 하는 상황으로 악화되고 있다. 도대체 장수원은 뭘 잘못했을까?
장수원의 발언은 짧았지만 사실 그 문맥 속에 담긴 뜻은 길다. 그리고 그것을 비난하는 대중의 태도에서 연예인을 신성시하는 ‘깊은 순수함’이 엿보인다.

젝스키스는 1990년대 후반 HOT와 남자 아이돌 그룹 시장을 양분한 대표적인 스타다. 아이돌이란 단어가 쓰이듯 당시 그들은 청소년의 우상이었다.
아직 정신적으로 미성숙 단계인 청소년들이 연예인에게 빠질 경우, 그들은 그 스타를 신격화하는 경향이 크다. 모든 사람은 배변을 하고 울 땐 콧물도 흘리지만 청소년들은 그 우상은 이슬만 마시고 산다고 신성불가침으로 여기는가 하면, 우상의 소변마저도 ‘깊은 산 속 옹달샘’일 것이라 착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연예인은 연예산업이 만들어낸 상품에서 출발한다. 아무리 어려서부터 음악이나 영화가 좋아 그 분야에 뛰어들어 고생 끝에 스타덤에 올랐다 하더라도 산업세계에 합류한 다음부턴 어느 정도 상업과 타협하기 마련인데 특히 어린 나이에 댄스그룹 멤버가 된 가수라면 예술적인 혼보단 당연히 출세와 돈벌이를 가치관의 전면에 배치하기 마련이다.
젝스키스가 활동하던 당시는 소속사와 가수 간의 수익금 배분 구조가 지금과는 조금 달랐다. 당시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연예기획사가 없었다. 지금은 거의 모든 기획사가 상장이 목표이고, 그게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로 연예산업이 체계화되고 기업화됐다. 그러나 그 시대엔 모든 기획사가 1인 오너 체제였고, 회계와 지분구조는 구멍가게 수준이었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지금의 한국연예제작사협회나 한국연예매니저협회가 법률자문에 의해 제작한 표준계약서와는 사뭇 다른 A4용지 한, 두 장 수준의 일방적인 전속계약서가 전부였다. 당연히 계약내용은 ‘사장님’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했다.
싱어 송라이터가 아닌 댄스그룹은 계약서의 내용, 혹은 ‘사장님’의 일방통행식 지시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게 또한 당시 연예계의 구조이기도 했다. 댄스그룹의 활동무대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상파 방송사와 유력 언론사의 지면은 ‘사장님’이 움직였고, 여기엔 로드매니저조차도 절대 끼어들 수 없는 커넥션이 존재했기 때문에 막상 ‘곰’인 댄스그룹 멤버들은 자신의 의견과 의지를 개입할 수 없는 방어막이 높고 두텁게 형성돼있었기 때문에 ‘사장님’의 일방적인 지시와 수익분배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론 기획사에도 변명의 소지는 존재했다. 지금처럼 체계가 없던 당시의 가요계에서 댄스그룹은 생명력이 더 짧았다. 연습생 시절이 지금보다 짧은 것만 빼곤 제작비는 대동소이했다. 당연히 리스크는 지금보다 더 컸다. 어차피 댄스그룹이 할 수 있는 것은 노래하고 춤추는 것밖엔 없었다. 당시 댄스그룹 중 유이하게 자작곡을 만든 서태지와아이들과 듀스조차도 오래가지 못했던 것을 보면 다른 댄스그룹의 생명력과 값어치는 짐작이 갈 것이다.
당시 젝스키스가 소속사에 비해 큰 수입을 챙기지 못한 것이 명약관화한 근거다.
젝스키스 해체 후 연예계에서 돈을 번 멤버는 은지원이 유일하다. 하지만 그는 가수로서 돈을 벌었다고 보기 힘들다. 그는 ‘1박2일’을 비롯해 예능 프로그램에서 제일 활발하게 활동했다. 당연히 그 출연료 및 그 활동을 근거로 해서 생긴 유명세로 인한 부가수입을 올렸다.
장수원은 은지원을 제외하면 그나마 젝스키스 멤버 중 연예계에서 살아남은 진귀한 사례다. 그는 ‘로봇 연기’라는 별명처럼 메인스트림에서 살짝 벗어난 연기자로서 생명력을 이어왔다. 그리고 ‘토토가’ 열풍 등으로 일고 있는 복고열풍에 힘입어 젝스키스의 부활에 동참해 이제 제 2의 전성기를 열고자 하는 것이다.
그는 이번 발언의 논란에 대해 ‘웃자고 한 말인데’라는 뉘앙스의 변명을 했다. 100번 맞는 말이지만 사실 그 속에 뼈가 있는 것 역시 자명하다. 그는 멤버 중 은지원과 함께 연예계에서 살아남았지만 은지원만큼 수입도 지명도도 얻지 못했다.
당연히 젝스키스의 복고바람에 큰 수입을 기대할 것이다. 그의 나이 벌써 서른일곱이다. 결혼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그는 연예인이므로 품위유지비도 남들보다 더 필요할 것이고, 퇴직금이 없으니 잘나갈 때 가능한 한 더 많이 벌고자 할 것이다. 이제 24살밖에 안 된 여자친구가 그를 사랑하는 이유는 애정도 있겠지만 첫 만남에서 젝스키스의 멤버였다는 게 작용이 안 됐을 리 없으니 보란 듯이 호강시켜 주겠다는 의지도 불태울 것이다. 그게 품위유지비든 애정의 연료든.
그가 젝스키스로 돈을 벌겠다고 말한 것은 팬을 돈으로만 봐서가 아니라 인기는 곧 돈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고, 예전엔 팬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 멤버들이 만족할 만큼 그들의 주머니로 흘러들어오지 않고 기획사에서 그쳤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모르긴 몰라도 장수원의 발언에 분노한 팬들은 청소년이거나 정신상태가 아직 덜 성숙된 사람일 것이다. 연예인은 팬들에게 봉사하기 위해서 활동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입신영달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고, 그게 대중에게 서비스하는 것처럼 비치길 바랄 따름이다. 나름의 장인정신에 근거해 활동하는 연예인 중 상당수는 한 가지 분야에만 매진한다. 영화만 고집하는 배우, 자작곡과 자신의 연주를 앞세우는 뮤지션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젝스키스는 아이돌그룹이라고 하기엔 나이가 많지만 아직도 그들의 포지션은 거기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만약 그들이 조용필이나 신승훈처럼 자작곡을 고집해왔고, 타인의 곡을 받더라도 자신의 프로듀싱에 근거했다면 돈을 더 벌기 위해 오랜만에 음반을 냈다고 하면 욕을 먹어도 싸다. 하지만 젝스키스는 철저하게 대성기획이란 개인 오너 기획사의 상업적 전략에 의해 음악의 ‘ㅇ’자도 잘 모르던 청소년들이 모여 남의 곡에, 남의 안무에, 남이 만든 의상에 의해 무대에 올렸던 아이돌그룹이었다.
그런 그들이 어느덧 40살을 바라보는 중년이 됐고, 이젠 세상물정과 연예계의 실정을 알 만큼 파악했다. 다행히도 팬들의 성원에 의해 재결성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예전에는 몰랐던, 예전에는 못 벌었던 수입을 바라보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취업을 못하고, 한다 하더라도 비정규직이고, 정규직이 된들 대기업이 아닌 이상 앞날이 불투명한 회사에 적을 둔, 그래서 오죽하면 ‘헬조선’이란 신조어가 나온 대한민국에서 N포세대로 사는 오늘날의 대다수의 젊은이들 중 어쩌면 하나일 수 있는 장수원이 모처럼 찾아온 기회에 ‘한탕’ 좀 해서 장가가겠다는데 그게 죄일까? 만약 죄라면 ‘헬조선’도 공범이다. 그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영남과 장수원은 다르다. 그냥 대중이 자신에 대해 제일 열광하는, 그래서 자기가 가장 쉽고 빠르게 돈을 벌 수 있고 성취도도 느낄 수 있는 걸 하겠다는데./osenstar@osen.co.kr
[칼럼니스트]
<사진> 장수원 sns, 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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