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해영’ 윤종훈 “못난 오해영 좋아했냐고요?” [인터뷰②]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6.06.14 07: 59

 작품 속에서 보이는 캐릭터와 실제 모습이 꽤 다른 연예인들이 몇 명 있다. 예쁘장하고 얌전한 이미지를 가진 배우 윤종훈의 성격은 어색한 분위기도 화기애애하게 만들 정도로 소탈하고 훈훈했다.
인기리에 방송중인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에서 두 오해영의 고교 동창생 최누리 역을 맡은 윤종훈을 만났다. 서른세 살로 보이지 않는 동안 외모는 물론이고, 질문의 의도를 새기며 한 마디 한 마디 신중하게 답변하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또 오해영’의 여러 장면을 토대로 유추해봤을 때 잘난 오해영(전혜빈 분)에게 밀려 친구들에게 놀림당하기 일쑤였던 못난 오해영(서현진 분)을 호감으로 느끼는 남자친구는 그밖에 없었다. 누리가 해영을 반장 후보로 추천했는데, 달랑 나온 한 표는 오해영이 자신의 이름을 적었던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의 마음도 장난이었던 것일까.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말하는 윤종훈의 표정은 영락없는 고등학생 그대로였다.

“저 역시 반전이었죠.(웃음) 작가님과 얘기를 했었는데 시청자들이 봤을 때 ‘좋아하는 건가?’라고 느끼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저는 좋아하는 느낌으로 연기를 해보겠다고 했는데 선거에서 이름을 안 쓴 것 때문에 좋아하지 않는 게 됐어요.(웃음) 하지만 저는 좋아했던 걸로 남기고 싶어요.”
윤종훈은 귀엽게 잘생긴 얼굴에 큰 키, 마른 몸매로 상남자 스타일과는 먼 체격 때문인지 부잣집 아들이나 약자를 괴롭히는 엘리트 역을 자주 맡았다. 그러나 실제의 그는 솔직하고 착한 느낌이었다. 역할 때문에 거만한 것 같다는 오해를 받았을지언정,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깊은 사람이었다. 외형적인 조건이 뒷받침해준 까닭도 있지만 자신과는 전혀 다른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비결은 바로 연기력을 갖췄기 때문이 아닐까.
캐릭터 변신을 하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에 “일단 맡은 배역을 잘 표현해내는 게 저의 가장 큰 숙제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시청자들과 관객들이 제게 뭔가 다른 모습을 보고 싶어 하시면 그때 가서 새로운 연기를 보여드리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2013년 방송된 tvN 드라마 ‘몬스타’로 첫발을 내디딘 지 3년. 이 짧은 기간 동안 그는 10편 넘는 작품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2010년 단편영화 ‘얼어붙은 땅’이 데뷔작이긴 하나, 군 전역한 스물세 살 때부터 연극 무대에서 배우의 꿈을 키워온 것까지 따지면 연기한 지 10년이나 됐다.
“쉬지 않고 일 년에 두 세 작품을 한 것 같아요. 한 회차 나온 것까지 따지면 더 많죠. 3년간 12작품 정도 했어요. 지친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20대에는 뭣도 모르고 들이댔다면 30대인 지금은 ‘이런 느낌이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연기를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아요. 하지만 절대 자만하지 못하게 만들어요. 30대부터가 진정한 시작인 것 같아요.”
음악드라마 ‘몬스타’의 올포원 멤버부터 컴공과 과대를 연기한 ‘응답하라1994’, ‘응급남녀’의 응급실 인턴, 술 마시면 기억을 못하는 용의자 역의 ‘닥터 프로스트’, 야채시장 아들 역의 ‘사랑만 할래’, 고스펙 신입사원 ‘미생’, 남부러울 것 없는 셰프로 나온 ‘딱 너 같은 딸’, 오해영의 고교동창 ‘또 오해영’까지.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탄탄한 연기로 여성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안 해본 사극에 도전하고 싶어요. 이데올로기가 달라서 세상과 부딪히는 악역도 해보고 싶고.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뒤돌아서면 표정이 싹 바뀌는 야누스적인 인물,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purplish@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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