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마리텔’ 데뷔 35년 이경규, 어떻게 예능 불사조 됐나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6.06.12 11: 28

이경규의 꺼지지 않는 예능인으로서의 생명력이 돋보인다. 젊은 감각의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에서 자신의 주특기이자 20년을 훌쩍 넘긴 무기로 전반전 시청률 1위를 했다. 냉철한 판단력과 흐름을 꿰뚫고 적응하는 순발력, 그리고 상승세와 하락세에 크게 개의치 않는 굳건한 심지가 데뷔 35년 예능인 이경규가 여전히 정상을 지키는 이유다.
이경규는 지난 11일 방송된 ‘마리텔’에서 생방송 몰래 카메라라는 파격적인 구성을 택했다. 이경규는 이 프로그램에서 매주 구성이 바뀌는 리얼 버라이어라이어티 프로그램 형태를 도전했다.
스타들의 개인 방송을 구성으로 하는 ‘마리텔’. 이경규는 ‘마리텔’에서 프로그램 속 또 다른 프로그램을 만들어갔다. 바로 매주 색다른 주제로, 그리고 색다른 접근 방식으로 시청자들을 만난 것. 웃기는 예능인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기에 무덤으로 불리는 ‘마리텔’인데, 이경규는 재미 없으면 재미 없는대로 재밌으면 재밌는대로 크게 오르락내리락 없이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

첫 방송에서 누워서 강아지들을 보살피기만 했던 그는 말도 탔고, 꽃도 소개했으며, 액션 연기도 펼쳤고 골프도 배웠다. 이경규 1인의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바로 ‘마리텔’인 셈이다. 프로그램 속 또 다른 프로그램을 만들며 이경규는 웬만해서는 1위를 지켰다. 양정원에게 밀려, 그리고 생방송 사고로 인해 2위를 한 적도 있지만 화제성에서는 웬만한 출연자들을 무너뜨리는 노장 투혼을 보이고 있다.
이경규의 방송은 일단 그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툭 던지는 가운데 해학이 있다. 예능 대부로 불릴만큼 1981년 이후 줄곧 정상의 자리를 지켰던 그는 변화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네티즌과 소통하는데 있어서 거리낌이 없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장기는 줄기차게 내세운다.
취미인 골프로 골프 소개 방송을 하는가 하면, 데뷔 때부터 미련을 보였던 액션 배우에 대한 욕심을 ‘마리텔’에서 채웠다. 그리고 지난 11일에는 장기이자 특기이자, 어느 한쪽에서는 한물 갔다고도 말하는 몰래카메라로 빵빵 터지는 웃음을 만들었다. 다소 어설픈 준비 과정에 불안에 떠는 이경규의 모습만으로도 이 몰래카메라가 성공하든 안하든 상당히 재미있었다. 만약에 실패를 하더라도, 희생양이 눈치를 채더라도 생방송 몰래카메라는 좀 더 긴장감이 높았다. 성공 여부를 떠나 준비 과정에서 이경규의 삐걱거림과 보조 출연자들의 돌발행동이 웃음을 안겼기 때문.
보조 출연자들에게 호통을 치다가도 자신의 잘못을 즉각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하는 유연함, 이경규는 언제나처럼 노련해서 재밌었다. 이경규가 별다르게 꾸미지 않고 날 것 그대로를 표출하면, 이를 놀리는 네티즌과 재미를 부각하는 제작진이 캐릭터를 입히며 재미를 선사했던 그동안의 ‘마리텔’의 장기는 또 한 번 발휘됐다.
이경규는 코미디 상황극, 토크쇼를 비롯한 스튜디오 예능,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등으로 이어지는 한국 예능계의 산증인이다. 구성과 흐름은 바뀌었는데, 이경규는 늘 변화를 꾀하면서도 자신만의 독설과 친근한 캐릭터를 고수했다. 변하지 않아서, 그리고 변해서 35년 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았고, 후배들과 정상의 MC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데 있어서 크게 뒤떨어짐이 없다. 예능 대부이자, 예능 불사조여서 재밌고 고마운 이경규의 ‘마리텔’ 속 도전에 박수를 보내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 jmpyo@osen.co.kr
[사진] '마리텔'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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