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칼럼]이진아, 심야식당의 ‘배불러’는 아직 배고프다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6.06.10 16: 30

[OSEN=유진모의 취중한담]유희열의 안테나뮤직이 SBS ‘K팝스타’를 통해 발굴한 뮤지션 중 한 명인 이진아가 10일 제도권 공식 데뷔 싱글 ‘배불러’를 내놨다.
2달 전 선발주자인 샘 킴이 ‘No 눈치’를 내놨을 때와 똑같이 화제는 모으지만 인기는 그만큼 북적거리지 않는다. 전형적인 안테나 뮤지션의 행보를 보인다. 과연 이진아는 인디 신이 아닌, 제도권에서도 빛을 볼 수 있을까? 안테나는 언제쯤 유희열을 뛰어넘는 스타를 배출해낼 수 있을까?
유희열은 이번 음악감상회를 통해 이진아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같다”고 표현했다. 매우 적절하고도 비교적 적확한 표현에 가깝다. 그녀는 혹은 유희열은 가벼운 슈가팝과 팝콘댄스뮤직이 즐비한 K팝이 주도하는 국내 가요계에서 이상한 것은 맞기 때문이다.

이진아는 ‘K팝스타’에 도전장을 내기 전인 2013년 이미 인디 신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타이틀로 한 데뷔음반을 내놓은 적이 있기 때문에 사실 그녀의 출연은 일종의 ‘반칙’이었다. 아마추어의 경연에 프로 세계에 입문한 그녀의 합류는 문제가 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이 보유한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도와 더불어 워낙 독특하고 신선한 이진아의 음악세계가 이런 논란을 원천봉쇄할 수 있었고, 그녀는 자신의 적성과 비교적 잘 들어맞는 안테나에 둥지를 틀 수 있었던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은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소박한’ 곡이다. 대중성을 의식한 듯 전형적인 가요적 구성에 피아노를 전면배치한 간결한 편곡 형태를 갖췄다. 이진아의 보컬 실력은 그녀의 개성은 살아있되 프로페셔널한 실력은 많이 부족하다. 비록 상업음반을 내긴 했지만 그녀가 아마추어의 자격도 동시에 보유한 게 맞다는 생각이 들 만큼 많이 부족한 내용이다. 당연히 그녀가 ‘K팝스타’를 통해 널리 알린 ‘냠냠냠’ ‘시간아 천천히’보다 완성도가 떨어진다.
유희열은 ‘배불러’에 대해 이진아를 뮤지션으로서 최대한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이진아는 아직 제도권의 무리에서 어울리기엔 부족하다. 바꿔 말하자면 그만큼 개성이 강하고 상업적인 때가 묻지 않았다.
이 곡은 지금까지 이진아가 들려준 자작곡의 범주 안에서 절대 벗어나는 법이 없다. 가요적 형식에 반복 후렴구까지 어느 정도 상업적 성공을 염두에 두긴 했지만 전체 구성은 역시 피아노의 재즈 프레이즈 안에 가두고선 철저하게 이진아의 정서에 기초한 순박한 정신세계의 가사가 한 편의 동화를 구현한다.
노래 속 주인공은-이진아든 아니든-짝사랑에 빠져 혼자만의 판타지 세계를 노닌다. 사랑하는 상대만 생각해도 절로 배부른 사춘기의 신비로운 몽환적인 정신상태는 전체 편곡을 리드하는 피아노를 베이스와 드럼이 받치는 매우 간결하면서도 재즈 편곡이 즐겨하는 구성을 지키는 가운데 이제는 흠잡을 데가 없는, 말하는 듯 혹은 독백하는 듯한 이진아의 독특한 창법과 음색이 지금까지 국내가요에서 단 한 번도 없었던 그녀만의 가요를 완성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이 곡은 ‘K팝스타’에서 그녀가 공개한 자작곡에 비교해 음악성과 완성도 그리고 신선도 면에서 결코 앞서진 못한다. 유희열이 프로듀싱엔 개입했겠지만 창작의 모티브를 건드린다거나 편곡에 참견할 리 없었다는 가정 하에 이진아가 제도권에 대한 압박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냄새를 아마추어도 맡을 수 있을 만큼의 부담감이 도드라진다.
이진아의 첫걸음에서 샘킴이 안 보일 수 없는 이유다. 유희열은 샘킴의 정식 데뷔 전 그의 미국행보를 SNS와 언론에 흘리며 밑밥을 던졌고, 대중은 이 천재소년의 프로페셔널 콘텐츠에 대한 기대감으로 도파민이 증가했다. ‘No 눈치’는 기대대로 화제는 모았지만 엄청난 인기는 끌지 못했다. 이진아가 그대로 오버랩되는 그림이다.
물론 안테나는 YG나 JYP와는 다르다. 아직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도 아니고, 그래서 주가 관리를 위한 쇼윈도 영업에 얽매일 필요가 없으며 유희열의 이미지 역시 장사꾼과는 거리가 좀 있다. 하지만 안테나가 엄청난 돈을 지원받는 자선사업단체는 아닌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치열한 산업세계에서 경쟁해야 하는 영리추구 목적의 법인회사다. 색깔을 지키는 것이 금과옥조라면 돈을 버는 것은 필수항목이다. 기왕 벌려면 다다익선이다.
‘K팝스타’를 통해 유희열이 보여준 특기는 철저한 상업적 논리에 충실한 양현석이나, 흑인음악의 편식이 심한 박진영과는 달리 뮤지션의 개성과 창작능력을 알아볼 줄 아는 혜안 혹은 열린 귀였다. 이진아와 안예은이 대표적인 예다.
이진아와 안예은은 초기에 박진영이 불합격을, 이어서 양현석이 불합격을 선언하자 유희열이 과감하게 와일드카드를 내던져 구사일생으로 되살림으로써 기사회생해 결선까지 내달린 드문 예의 주인공이다. 유희열은 그녀들을 통해 자신이 두 사업가보다 사업수완은 떨어질망정 음악가를 보는 프로듀서로서의 눈만큼은 천리안임을 당당하게 입증한 셈이다.
샘킴 안예은 그리고 이진아는 다수의 입맛에 영입한 인스턴트식 음식을 만드는 데엔 전혀 관심이 없고 오히려 자신들만의 독특한 음악관을 정서가 가는 대로 불수의적인 창작의 에너지로 만들어내는 뮤지션들이다. 샘킴은 작곡 연주 창법 등에서 모두 재즈와 블루스를 추구한다면 이진아와 안예은은 재즈 클래식 뉴에이지 크로스오버 등 전방위적 장르를 혼합한 클래시컬한 모던재즈 크로스오버 뮤직 형태다.
이진아는 그중에서도 가장 동화적인 세계를 구현한다. 마치 파스텔로 그린 ‘어린 왕자’의 세계관 같은 음악의 나라 안에서 사는 듯한 그녀는 샘킴 안예은보다 더 강한 개성의 음색과 창법을 구사한다. 앞으로 꾸준히 나올 그녀의 신곡들이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건 그렇지 않건 유희열은 계속 그녀의 음반에 돈을 댈 것이다. 그건 아마도 안테나 혹은 유희열이 음악을, 음악가를 바라보는 일관된 애정이고, 음악에 대한 정통한 관념일 것이다.
미국엔 ‘Show must go on’이라는 말만큼 ‘Rock will never die’도 마치 법전처럼 신성시되는 문구다. 톰 크루즈가 유명 록스타 역을 맡은 영화 ‘록 오브 에이지’의 또 다른 주인공 드류(디에고 보네타)는 뛰어난 실력을 가진 신예 로커지만 메이저 음반사의 상업적 목적에 의해 팝과 랩을 결합한 싸구려 그룹으로 데뷔하지만 이내 힙합바지를 벗어버리고 록으로 되돌아온다. 시대는 유행을 낳지만 세대차이가 결코 음악의 본질을 바꾸진 못한다. 이진아에겐 그게 있기 때문에 유니크한 뮤지션으로 계속 남을 것이 확실하고, 그걸 유희열이 알아본 것이다./osenstar@osen.co.kr
[컬럼니스트]
<사진> 이진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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