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마프' 윤여정 "나 말야? 꼰대야. 꼰대" [직격인터뷰] 
OSEN 성지연 기자
발행 2016.06.10 07: 34

지난 4일 경기도 파주시, 버스도 들어오지 않는 골짜기 세트장은 이른 오전부터 촬영준비에 정신없는 스태프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들 넘어 임시 컨테이너로 지어진 자그마한 대기실 안, 차가운 유자 음료로 목을 축이며 대본에 집중하는 이가 눈에 띈다. 바로 데뷔 50년 차 배우 윤여정이다.   
tvN 금토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오충남 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 윤여정을 OSEN이 단독으로 만나 인터뷰했다. 바쁘게 돌아가는 촬영 스케줄에도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준 그는 오랜 촬영 대기 시간에도 묵묵히 대본을 읽으며 오충남이란 인물에 푹 빠져있는 듯했다. 

# 배우 윤여정과 '디마프' 오충남 
윤여정은 '디어 마이 프렌즈'의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출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했다. 무모하리 만치 과감한 결정은 순전히 노희경 작가의 힘이다.
"시나리오도 안 보고 결정했죠. 노희경 작가가 제게 '작품 하나 할래?' 묻더라고요. 한 마디로 '디마프'는 노희경 작가와 인연으로 하게 된 작품이죠. 노희경 작가의 두 번째 작품을 함께 했었어요. 작품을 자주 하는 사이는 아닌데 인연이 그렇게 되네요. 작품도 시간이 맞아야 하는 거니까."
시나리오도 안 보고 출연을 결정한 탓에 윤여정은 초반 오충남이란 여자를 오해했단다. 입만 가벼운 푼수 정도로 생각했다고. 결국, 오충남을 '입 가벼운 여자'로 연기한 윤여정은 초반 재촬영을 하는 해프닝을 겪었다. 
"처음엔 오충남이란 여자가 마냥 입이 가벼운 여잔 줄 알았어요. 그래서 그렇게 연기했죠. 그런데 제가 한 연기를 모니터링한 노희경 작가가 '이게 아니야'라면서 오충남이 어떤 여자인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설명해줬어요. 앞서 방송에서 보셨다시피 오충남이란 여자는 한 번도 결혼을 못 했고 돈 때문에 시련을 겪었고 지적 콤플렉스가 있는 여자죠. 그래서 교수를 좋아하고요. 음, 그리고 노희경 작가 작품의 특징 아시죠. 나쁜 캐릭터는 없다는 것. 오충남도 악한 인물은 아녜요. 그제야 제가 연기해야 할 인물에 대해 알겠더라고요. 결국 재촬영을 했지 뭐예요."
윤여정은 오충남은 일정 부분 자신과 비슷하다고 말했지만, 본인을 '꼰대'라고 인정하는 점은 확실히 달랐다. 
"저요? 꼰대죠. 꼰대. 나이는 속일 수 없어요. 아무리 젊은 척하고 살아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거니까요. 꼰대라는 말이 어른을 비아냥거리는 의민데 어떨 때는 어른이고 어떨 때는 꼰대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인간관계는 상대적인 거니까. 나랑 기분 좋은 날 만났다면 어른이고 나랑 기분 나쁜 날 만났다면 난 꼰대 아닐까요?"
# 후배 윤여정, 딸 윤여정  
50년 차 배우 윤여정이지만, '디어 마이 프렌즈' 현장에서 '선배 노릇'은 바라기 힘든 일이다. 김영옥, 나문희, 김혜자는 그녀에게 '언니'라 불리는 '선배님'이기 때문. 
"사실 촬영장에 오면 지금 내가 드라마를 찍는 건지 현실인지 구분하기가 힘들 정도죠. (인터뷰 당시에도 윤여정과 그의 매니저는 배우 주현을 극 중 이름인 이성재로 불렀다) 나문희 언니랑 혜자 언니 같은 경우에는 함께 연기한 역사가 50년인데요. 서로를 너무 잘 알아요. 장점도 단점도. '연기를 한다'고 말하기가 모호하죠. 선배들보다 내가 분량도 적은데 나만 입술이 터지고 피곤해 죽으려고 해요. 창피해 죽겠어요." 
'디어 마이 프렌즈'는 현재를 사는 이들의 이야기가 아닌 어른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 자연스럽게 우리들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생각날 수밖에 없다.
윤여정 또한 마찬가지. 그녀는 스스로 '꼰대'라 수식하지만, 집으로 돌아간 그녀는 90세를 훌쩍 넘긴 노모 앞에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이 된다.
"저희 집에 딸이 세 명이에요. 딸은 여럿을 낳는 게 좋은 거 같아요. 제가 첫째인데 확실히 맏이는 달라요. 옛 어른들이 왜 맏이한테 상속하고 그랬는지 알 거 같아요. 무뚝뚝하긴 한데 엄연히 다른 뭔가가 있어요. 같이 흥망성쇠를 겪었다고 해야 하나. 어머니와 자식을 떠나 서로를 너무나 잘 아는 '피붙이'의 개념에 가까워요." 
 
# 인터뷰를 마치며 
"음, 드라마를 마치면 좀 쉬고 싶어요. 올가을에는 영화 '죽여주는 여자'가 개봉해요. 거기선 제가 박카스 할머니로 출연하죠."
"윤여정의 70대는 정리하는 단계라고 생각하시면 될 거 같아요. 일도 하나하나 줄이고 있어요. 그렇다고 아예 연기를 안 한다는 말은 아녜요. 좋아하는 작가, 감독과 작품을 하고 싶어요. 제가 70대까지 살면서 느낀 건…. 인생은 참 모르겠다는 거.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도 않고 공평하지도 않죠. 그게 인생이죠. 가봐야, 경험해 봐야 아는 거예요." /sjy0401@osen.co.kr 
[사진] tvN 제공,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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