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Pick①]김태리 "칭찬 無 박찬욱 감독님..애정 느껴요"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6.06.09 10: 30

'노출 수위 최고 수준 협의 불가'
영화 측이 낸 '아가씨' 하녀 역의 조건은 예비 뜨거운 관객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노출 수위가 최고인데 협의는 또 불가하다니!' 대놓고 '센' 영화를 만들겠다는 선전포고였다. 이미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박쥐' 등으로 충격을 안겼던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기에 우려보다는 믿음이 컸다. 
이후 1,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역할을 따낸 김태리는 하루아침에 박찬욱 감독의 신데렐라가 됐다. 관능미와는 거리가 먼 얼굴이었지만 고전적인 미인형에 눈빛이 깊고 소녀처럼 청초한 분위기를 가진 점이 매력적이었다. 오디션에 합격하고 영화 촬영을 한 게 벌써 2년 전. 오디션 현장이 얼마나 치열했을까 싶었는데, 정작 김태리는 "조촐했다"고 회상했다.

"제가 듣기론 오디션을 1차, 2차로 나눠서 본 거로 알아요. 첫 번째는 감독님, 배우들 다 모셔놓고, 앞에서 막 하는 그런 거대한 오디션이었다고 들었는데 전 조촐했어요.(웃음) 마지막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이전에 본 오디션같이 비슷하게 진행했었어요. 대본을 주시면서 대사를 편한 마음으로 읽으라고 했고, 영상을 찍어 감독님 보여드리고 감독님과 대사를 읽어봤어요."
 
앞서 박찬욱 감독은 김태리를 선택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만큼 마음에 꼭 드는 선택이었다. 결정 하기 전 두 사람은 자주 만나 오래 이야기를 나눴다. 심지어 영화 출연이 결정된 후에도 박찬욱 감독은 김태리와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 더 완성된 시나리오를 위함이었다.
"그때는 각색하고 계시는 중이었는데, 시나리오가 바뀐 게 있으면 읽어보라고 하시고, 뭐가 좋은지 뭐가 안 좋은지 얘기했어요. 또 다음에 만나서 시나리오 바뀐 걸 보면 제가 말한 게 수정돼 있기도 하고요. 이게 바로 글 쓰는 재미인가 싶었어요.(웃음) 저는 말만 던졌는데 잘 들어주시는 분이어서 너무 좋았어요."
박찬욱 감독을 비롯해 '아가씨'의 선배 배우들은 김태리의 주눅 들거나 두려워하지 않는 당돌하고 밝은 면을 칭찬했다. 하지만 정작 보인은 그 모든 것이 애써 그래 보이려 했던 노력의 결과라고 했다. 
"아니에요. 제가 성격이 사실은 소심해서 많이 준비도 필요하고 마음가짐도 필요하고 그래요. 사전에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커요. 그런 것 때문에 속으로 주눅 들지 말자고 계속 다짐을 했던 것 같아요. 왜냐면 그러면 안 되니까...제가 주눅 들었을 때 연기를 알아요. 아무것도 못 해요. 그래서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티가 안 났나 봐요."
그 때문일까? 칸 영화제에서 영화가 공개되고, 연이어 국내에서도 시사회가 열리는 동안 김태리는 잠을 잘 못 잤다고 했다. 영화에 대한 반응이 어떤지 검색도 해보고 긴장된 나날을 보냈다는 것. 그래도 경험을 해보니 맨 처음의 제작보고회보다는 한층 편해졌단다.
'왜 나를 선택했느냐?'고 박찬욱 감독에게 물어본 적이 있느냐고 했더니 "속으로 굉장히 많이 생각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다. 
"제작보고회에서 '왜 김태리였는지' 질문에 들어와 그때 들었어요. 처음엔 감독님을 믿고 시작해야지, 마음먹고 들어왔지만, 확신이 안 서고 불안하고 그랬어요. 감독님이 '오케이'를 해도 '저게 정말 오케이 일까?' 하는 생각이 더 많이 났죠. '이제 더는 나에게서 뭔가가 없다고 생각해서 '오케이' 아닐까?' 그런 생각에 싸여 있었어요."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김태리에게 필요한 충고를 해 준 사람은 대선배 김해숙이었다. 
"그럴 땐 (김)해숙 선생님이 무조건 감독님 말 들으라고 하셨어요. 감독님이 '오케이'면 '오케이'라고요. 그런 생각을 버리라고 그러셨어요. 그래서 마음속으로 되뇌었어요. 그래, 감독님인데 잘 나왔으니까 '오케이' 하셨겠지. 계속 마인드 컨트롤을 했죠."
자상한 박찬욱 감독이지만, 칭찬은 많이 해주지 않았다. 경험이 많지 않은 김태리의 경우엔 어떤 평가도 받지 않는다는 것이 매우 막연하고 힘든 일이었을지 모른다. 그래도 김태리는 영화의 홍보 기간 감독의 말을 통해서 자신에 대해 그가 가진 특별한 애정을 느꼈고 감사하다고 했다. 
"박찬욱 감독님은 인간적인 면이 있는 것 같아요. 다그치거나 그러시지 않고 함께 대화하면서 해결책을 찾아가는 그런 분이죠. 그런게 너무 좋았어요. 칭찬은 저에게 많이는 안 해주셨어요. 그것 때문에 힘들기도 했는데, 다 끝나고 나니까 감독님이 나를 애정하고 계시구나 하는 게, 조금 그런 게 느껴졌어요." /eujenej@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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