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수 "십만관중에도 긴장 안했는데, 카메라 앞 떤다" [대기실습격①]
OSEN 이소담 기자
발행 2016.06.07 07: 10

 이제 그라운드가 아닌 스튜디오에서 골을 노린다. 지난해 11월 은퇴하고 해설자이자 방송인으로 살고 있는 전 축구선수 이천수(34)의 이야기다.
은퇴 후 곧바로 방송에 뛰어들었다. 특히 그의 축구 외 재능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MBC ‘일밤-복면가왕’이 계기가 됐다. ‘너 자신을 알라 소크라테스’라는 이름으로 정체를 숨기고 출연, 놀라운 노래 실력을 선보인 것. 이후 JTBC 축구 해설위원으로 활약하며, 동시에 수많은 예능을 통해 시청자들과 가깝게 만나고 있다. SBS ‘스타킹’, ‘신의 목소리’, MBC ‘라디오스타’,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이어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출격도 최근 앞두고 있다. 방송사를 망라하고 종횡무진 중이다.
방송을 시작한 후부터 이전과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라운드의 악동’으로 축구계를 호령하던 시절 십만 관중 앞에서도 떨지 않던 그는 카메라 몇 대에 떨게 됐다고 한다. 그렇게 6개월 카메라 앞에 매일 서다보니 이제야 방송을 조금 알겠다며 웃었다.

‘신의 목소리’의 녹화가 진행되던 날 OSEN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SBS프리즘타워에서 이천수의 대기실을 찾았다. 여느 패널들과 다를 바 없이 대본을 보고 스타일리스트들의 손에 맡겨 단장 중이었다. 함께 대기실을 썼던 보이그룹 빅스의 엔에게는 “‘아육대’에서 레오가 축구를 잘하더라”며 먼저 공감할 대화 주제를 찾아 말을 건네기도 했다.
다음은 이천수와의 일문일답.
-대기실에서는 주로 무슨 일을 하면서 보내시나요?
△원래 알았던 분이나 선배님들께 인사드리고 다녔죠. 최근에는 말을 많이 하다보니까 목이 아파서 대기실에서는 주로 목 관리에 전념하고 있어요. 와이프가 보이차를 해줬답니다. 아무래도 제가 운동했던 사람이니까 선배님들께 인사드리는 건 당연한 거고, 깍듯이 해야 한다고 어릴 때부터 생각해왔죠.
-대기실을 누군가와 함께 쓰는 것이 불편하진 않던가요?
△물론 혼자 쓰는 게 누구나 다 편하죠. 처음에는 다소 불편했는데 ‘스타킹’을 하면서부터 아이돌 친구들을 많이 봤어요. 자주 보면서 얘기 나누다 보니까 점차 편해졌어요.
-어디 대기실이 젤 편한 것 같나요?
△(김)흥국이형과 함께 할 때죠. 같은 방으로 배정을 안 해주셔도 흥국이형 방에 간다. 코드도 맞고 축구 얘기도 많이 해요. 저번에도 ‘라디오스타’ 녹화 전에 흥국이형 방을 갔어요. 다른 분들이 흥국을 어려워하시더라고요. 던지는 수준이 말도 안 되는 걸 얘기하시니까.(웃음) 흥국이형이랑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도 형동생 하며 편하게 지내고 있어요.
-대기실은 방송에 있어 어떤 곳인 것 같나요?
△방송을 하다 보니 알게 된 점인데 대기실 풍경이 방송과 이어지더라고요. 대기실에서 얘기했던 게 방송까지 전개되는 부분이 많아요. 편집을 시키실지 모르지만 재밌게 묘사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래서 대기실이 중요한 것 같아요.
-원래 방송활동에 처음부터 관심이 있었나요?
△재밌었어요. 축구할 때도 방송을 한두 번씩 했죠. 뭐 방송이 체질에 맞는다는 느낌보다는 재밌는 느낌이었어요. 예를 들면 ‘아 이런 세상도 있구나!’라는 감탄이었을까요.
-방송이 축구보다 더 어렵지 않던가요? 처음 방송을 시작했을 때 첫 소감이 어땠나요?
△은퇴하고 실질적으로 와서 하니까 쉽지는 않더라고요. (김)구라형이 ‘웰컴 투 정글’이라고도 하셨던 것이 실감이 났어요. 이제 좀 적응해서 앉아서 얘기할 때 떨리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전에는 문을 열고 들어가서 앉는데 몇만 명 있는데도 안 떨던 제가 카메라 몇 대, 스태프 몇 명 있다고 어찌나 떨리던지. 6개월 정도 됐는데 확실히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구나 생각했어요.
-방송 후 스스로 달라진 점이 있나요?
△운동선수들 특징일 수 있는데, 운동할 때 가장 못 하는 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거예요. 인터뷰하기도 하잖아요. 주로 오늘 경기 어땠냐는 내용이죠. 경기가 어땠다는 등 질문에 대한 답은 할 수 있어도 주체적으로 생각해서 인사말을 하라는 건 잘 못해요. 방송하면서 그게 늘게 된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이천수입니다. 대세입니다’부터 이끌어나가기 시작한 거죠.
넉살도 많이 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지나갈 때 모자를 푹 눌러쓰고 다녔는데 이제는 오픈하고 다니면서 인사도 먼저 건네게 됐어요. 사실 과거에 버릇없단 소리가 곧 넉살이 없었기 때문도 있는 것 같아요. 이제는 저희 아파트 단지에는 인사 잘하기로 유명해졌답니다. 제가 먼저 인사하며 다가가니까 할아버님들이 특히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 besodam@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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