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복면가왕’ 하현우, 고의 탈락? 그래도 행복했어요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6.06.06 07: 36

고의 탈락이면 어떠하랴. 덕분에 행복했던 151일이었다. ‘복면가왕’ 우리동네 음악대장이 드디어 가면을 벗었다. 10연승은 이루지 못했지만, 그래도 가수 하현우의 ‘클래스’는 독보적이었다.
하현우는 지난 5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에서 우리동네 음악대장으로서 마지막 무대를 꾸몄다. 지난 1월 31일 여전사 캣츠걸(차지연)을 꺾고 왕좌를 챙겼던 음악대장. 그는 무려 9연승을 차지하며 20주 동안 가왕의 자리를 지켰다. 그의 10연승이 가능할지가 늘 화제였던 프로그램. 아쉽게도 하면 된다 백수탈출의 등판으로 하현우는 드디어 정체를 공개했다.
사실 음악대장의 정체는 숨길 수 없었다. 늘 색다른 노래,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 구성은 국카스텐 보컬리스트 하현우만 가능했다. 뛰어난 가창력으로 때론 울리고 때론 통쾌한 전율을 안긴 것은 물론이고 감각적인 노래 해석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가 마이크를 잡을 때마다 어떤 변주를 꾀할지 기대가 될 정도였다.

하현우의 귓가를 강렬하게 때리는 고음, 그리고 무대를 마치 갖고 노는 듯한 생동감은 음악대장의 장기 집권의 이유였다. 직업이 가왕이라는 김구라의 농담처럼 대중은 하현우를 ‘복면가왕’에서 떠나보내기 싫어하는 듯 양파, 효린, 김경호 등 기라성 같은 도전자들이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그에게 표를 몰아줬다.
음악대장은 ‘복면가왕’에서 고 신해철과의 추억을 끄집어냈다.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음악 천재’ 신해철을 잊지 못하는 숱한 음악 팬들에게 그가 무려 세 번이나 고인의 노래를 재해석한 것은 큰 선물이 됐다. ‘라젠카, 세이브 어스’, ‘일상으로의 초대’, ‘민물 장어의 꿈’ 등 하현우가 부르는 고인의 노래는 더 큰 감동으로 밀려들어왔다. 그의 노래를 들으며 고인을 추모했고, 고인이 남긴 음악을 곱씹었다.
무엇보다도 방송 12시간 만에 동영상 사이트 조각 영상 100만 조회수를 넘긴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 역시 빼놓을 수가 없다. 원곡자인 서태지조차도 놀라움을 표시했던 무대였다. 최고 연승 기록인 6연승을 또 넘어, 7연승, 8연승, 9연승 등 승수가 쌓일 때마다 그가 언제 이 프로그램을 떠날지 걱정이 되는 순간이 펼쳐졌다.
때마침 그가 속한 국카스텐이 전국 공연을 앞두면서 하차 가능성이 점쳐졌다. 제작진이 의도를 했든 아니든 최근 한달간 강력한 실력을 가진 가수들이 쏟아졌고 결국 백수탈출이 음악대장을 가왕의 자리에서 끌어내리는데 성공했다. 음악대장의 탈락에 있어서 가수와 제작진의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시청자들의 상상이 존재하면 어떠하랴. 그 상상과 음모론만으로도 ‘복면가왕’은 즐거움을 안기는 프로그램이다.
두꺼운 겨울옷을 입고 20주간 안방극장을 찾은 복면가왕. 제작진이 준비한 여름옷을 입자마자 안방극장을 떠나게 됐지만, 시청자들은 그가 남긴 깊은 감동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는 듯 보인다. 무대 밖에서 재치 넘치는 행동과 농담으로 노래 선물 외의 즐거움까지 안겼던 재기발랄한 음악대장이자 하현우. 안방극장은 151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녹화 전날 하루에 2시간씩밖에 자지 못할 정도로 긴장했다는 음악대장 덕분에 행복했다. / jmpyo@osen.co.kr
[사진] ‘복면가왕’ 방송화면 캡처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