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이젠 망가짐이 두렵지 않은 아이돌
OSEN 선미경 기자
발행 2016.06.05 10: 20

더 이상 아이돌이 멋있기만 할 필요는 없어졌다. 대중에게 주목받고 웃음을 줄 수 있다면 매끈한 대머리 가발을 쓰는 것도, 얼굴에 온통 주황색 분장을 하는 것도 즐긴다. 신비주의는 없어지고, 친근함이 필수 요소가 됐다.
1세대 아이돌이 화장실 가는 것도 숨길 정도로 신비주의를 고수했다면, 요즘 아이돌은 웃겨야 산다. 무대 위의 화려하고 예쁜 모습과는 또 다른 친근하고, 망가진다 싶을 정도로 과감하다. 예능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개인기 하나쯤은 필수 요소인데, 특히 최근에는 케이블채널 tvN의 'SNL코리아' 시리즈를 통해 인상적인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소녀의 감성을 장착하고 무대 위에서 어떤 때보다 예쁘게 보여야하는 걸그룹 아이오아이는 'SNL코리아7'에 출연해 다양한 끼를 보여줬다. 이른바 '비글미' 넘치는 모습으로 웃음을 줬고, 이로 인해 멤버 한명 한명 주목받았다. 솔로로 데뷔한 티파니도 소녀시대의 예쁘기 만한 무대가 아닌 야릇하게 섹시파고 파격적인 예능감을 방출하기도 했다.

지난 4일 출연했던 종현은 거침없는 망가짐을 선택했다. 중2병에 걸린 북한 동무부터 스님 분장을 하는가 하면, 포켓몬스터에 나오는 캐릭터로 변신하고 머리에 물고기 탈까지 썼다. 샤이니, 가수 종현이 아닌 'SNL코리아'에 최적화된 호스트의 모습으로 분위기를 띄우는 악동이었다.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를 완벽하게 지워낸 종현은 방송 후 '개그맨'이라는 반응까지 이끌어냈을 정도.
종현과 티파니, 아이오아이뿐만 아니라 지난 시즌에는 걸그룹 원더걸스부터 EXID, AOA까지 출연해 이 망가짐을 즐겼다.
사실 'SNL코리아'는 아이돌이 출연하기 쉽지 않은 프로그램이다. 과거에는 절대 신비주의를 고수해야 했고, 어째든 무대에서 멋있게 혹은 애틋한 음악으로 감성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망가지는 모습이 좋지 않을 수는 없다. 프로그램의 특성상 가끔은 19금 수위를 넘나드는 콩트를 하고, 특히 여러 분장을 소화해야 하는데 이 역시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
그럼에도 많은 아이돌 스타들이 'SNL코리아' 등 예능을 찾는 것은 무대와는 또 다른 끼를 방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제성은 물론이고, 그룹의 경우 멤버 개개인의 잠재력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또 예능 자체가 이들의 인지도를 높여주고, 어째든 강렬한 존재감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나치게 신비주의만 고수하는 베일에 싸인 아이돌이 아닌, 때에 따라서 무대에 맞춰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스타가 더 매력적인 법이다. /seon@osen.co.kr
[사진]tvN 제공,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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