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토크] 박찬욱 감독이 밝힌 '아가씨' 결말의 7대 원칙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6.06.03 07: 31

 *주의: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아가씨'의 원작은 영국 작가 사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다. 알려져 있다시피, 박찬욱 감독이 만든 '아가씨'의 중반부 전개와 결말은 '핑거스미스'와는 사뭇 다르다. 출생의 비밀 등이 복잡하게 꼬여있는 원작과 달리 '아가씨'는 조금 더 완연하면서도 깔끔한 해피엔딩을 만들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박찬욱 감독은 최근 OSEN과의 인터뷰에서 현재와 같은 결말을 설정한 이유에 대해 "그런 영화를 보고 싶었다"며 "소설을 읽을 때, 이게 처음 내 머릿속에서 스토리가 나왔다면 이렇게 안 됐을 수 있다. 그전 영화들처럼 그럴(비극적이고 복잡할) 수 있는데, 소설을 읽다보니 연속극 시청자들처럼 빠져들면서 '다음 회는 이렇게 풀렸으면 좋겠다', '이렇게 맺어지면 좋겠다', '저놈은 죽어야 돼' 소리 지르면서 보는 시청자처럼 작가한테 편지 보내고 그런 사람들(이 원하는 것)처럼 만들고 싶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의 그런 반응은 원작자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한다. 디킨스적인 통속 소설을 연구해 학위까지 받은 사람의 작품이다. '핑거스미스'가 그런 통속 소설의 분위기를 아주 의도해 쓴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권선징악'으로 결말을 낸 자신의 각색이 원작자가 소설에서 의도했던 바와 같은 방향에 있음을 밝혔다.
다만, 원작에 나오는 출생의 비밀 부분을 뺀 것에 대해서는 "아이가 바뀌고, 그런 것이 현대 독자에게 촌스러운 구닥다리 장치같지만 그 작가는 그런 것을 의도한 거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통속소설을 흉내냈다"면서도 "거기에 빨려 들어가서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대로 쓰고 싶었다. 내가 희망한 대로 소설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희망이야 독자마다 다른 것 아닌가. 각색을 내가 보고 싶은 것대로 쓰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결말을 자신의 뜻대로 바꾼 박찬욱 감독에게는 애초 시나리오 단계부터 세웠던 원칙이 있었다. 그가 소개한 원칙은 ▲두 여자는 맺어진다▲둘이 행복하게 끝난다▲둘이 사랑하면서 끝난다▲떠나면서 끝난다▲백작과 코우즈키는 처절하게 응징된다▲그것(응징)이 여성 주인공 히데코의 지략에 의해서 이뤄진다▲백작은 이모부 손에 의해 처형된다 등이다.
박찬욱 감독은 "여러 가지 구상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지금 현재 1부의 끝에서 영화가 끝나는 거였다. 숙희가 뒤통수 맞고 끝나는 것으로 생각한 것도 있고, 3부를 백작 중심으로 백작의 과거부터 시작해서 하겠다는 생각도 있었다"며 "결국 지금의 형태가 된 것은 백작의 과거까지 따로 할 필요는 없고, 3부는 종합 편으로 네 주인공의 이야기 다 섞이면서 네 사람이 다 얽히고설키는 결말을 만들고 싶었다"며 지금의 결말이 완성된 과정을 밝혔다.
'아가씨'의 장난스러우면서도 행복한 결말과 3막으로 전개되는 독특한 이야기 구조는 영화를 본 관객들이 가장 흥미로운 부분으로 꼽는 것들이다. 원작을 각색할 당시 박찬욱 감독이 구상했던 것들이 의도대로 맞아 떨어진 것. 공개된 결말의 원칙들을 통해 왜 박찬욱 감독이 이 영화를 "상업적"이라 강조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eujen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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