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탐구] 이영애부터 김민희..박찬욱의 아가씨들 9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6.06.03 08: 05

 박찬욱 감독의 영화 속 여성들은 흔히 '남자 영화'라고 부르는 충무로 블록버스터 속에서 볼 수 있는 수동적이고 기능적 역할을 주로 하는 '홍일점' 캐릭터들과 다르다. 이들은 모두 아름답고 독특하며, 주체적으로 자신의 길을 선택한다. 박찬욱 감독이 자신의 작품들을 통해 그려 온 아홉 명의 캐릭터들, 그리고 이를 연기한 배우들을 정리해봤다.
▲배두나, '복수는 나의 것' 영미 
 

'복수는 나의 것'은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으로 훗날 개봉한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과 함께 핏빛 복수를 소재로 한다. 배두나는 이 영화에서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누나에게 맞는 신장을 찾아다니는 청각장애인 류(신하균 분)의 여자친구 영미 역을 맡았다.
영미는 극 중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그는 신장매매단에게 신장을 뗴이는 사기를 당한 후 망연자실한 류를 부추겨 중소기업 사장 동진(송강호 분)의 딸을 유괴하게 만들며 영화가 그리는 비극의 발단을 만들었다. 마지막을 마무리 하는 것도 그의 몫. 배두나는 이 영화를 통해 독특한 이미지를 완성했고, 연기력으로도 인정을 받았다. 
▲강혜정, '올드보이' 미도 
'올드보이'는 여러모로 한국 영화사에 다양한 기록을 남겼다. 최민식이 '국민 배우'로 인식되기 시작한 작품일 뿐 아니라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으면서 박찬욱 감독을 세계적인 감독의 자리에 올려놓기도 했다. 그 뿐만 아니라 이 영화는 신예였던 강혜정을 스타의 자리에 올려놓은 작품이다. 강혜정은 '올드보이'에서 감금됐다 15년 만에 풀려난 남자 오대수(최민식 분)가 세상에 나와 처음 만난 젊은 요리사 미도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 영화를 통한 강혜정의 부상은 '센세이션'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였다. 강혜정은 '올드보이'의 성공으로 다양한 작품에서 여주인공으로 활약했고, 충무로 연기파 여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이영애, '친절한 금자씨' 금자
여전히 코미디 프로그램의 패러디의 대상이 되고는 하는 영화 '친절한 금자씨'는, 그만큼 대중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이다. 박찬욱 감독 복수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한 이 영화는 여주인공이 당시 '대장금'으로 큰 인기를 구가하던 배우 이영애였다는 점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산소 같은 여자'라는 별명과 함께 드라마에서 선하고 의로운 주인공으로 분했던 이영애는 '친절한 금자씨'에서 기존 이미지를 적절히 이용하고 뒤틀어 '친절한 금자씨'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이 영화에서 이영애의 패션과 메이크업 등은 큰 화제가 됐다. 복고풍의 원피스와 선글라스, 눈 주변을 붉게 물들인 메이크업은 매우 독특했지만 '여성들의 워너비' 이영애의 영향인지 당시 여성들 사이에서 적잖은 유행을 타기도 했다. 
▲임수정,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영군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 가수 비가 정지훈이라는 본명으로 출연해 대중의 관심을 많이 받았던 영화다. 비로소 '복수 3부작'을 끝낸 박찬욱 감독의 새 영화로도 주목을 받은 이 영화는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자신이 싸이보그라고 생각하는 소녀 영군(임수정 분)과 그런 그에게 밥을 먹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남자 일순(정지훈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장화, 홍련'과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하다'로 최고의 주가를 날리던 임수정은 이 영화를 통해 '거장' 박찬욱과 손을 잡았다. 스스로를 싸이보그라고 믿는 엉뚱한 소녀 영군의 캐릭터는 그간 박찬욱 감독이 보여줬던 여성 캐릭터들 중에서도 밝고 엉뚱한 느낌이라 눈길을 끌었다. 
▲김옥빈, '박쥐' 태주 
김옥빈은 배두나와 강혜정, 이영애, 임수정으로 이어진 박찬욱의 뮤즈로는 낯설법한 얼굴이었다. 영화 '박쥐'에서 뱀파이어 신부 상현(송강호 분)를 욕망의 구렁텅이에 빠트릴 만큼 육감적이고 매혹적인 캐릭터가 엉뚱하거나 청순했던 기존의 캐릭터들과는 또 다른 매력을 풍겼기 때문이다.
김옥빈은 대선배 송강호와 완벽한 '케미스트리'를 만들었고, 이 영화의 성공으로 시체스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미아 바시코프스카&니콜 키드먼, '스토커' 인디아&이블린 
'스토커'는 박찬욱 감독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이다. 배우 앤트워스 밀러가 시나리오를 맡은 이 작품은 무려 할리우드 여배우 니콜 키드먼과 미아 바시코프스카가 주연을 맡았다는 점에서 국내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비록 흥행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으나 이 영화는 국내와 해외 평론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와 훗날 개봉한 '아가씨'와 함께 박찬욱 감독이 만든 여성 성장 영화 3부작으로 일컬음을 받기도.
미아 바시코프스카는 이 영화에서 질풍노도 소녀의 성장을 보여줬는데, 신비스러운 마스크와 독특한 이미지, 연기력이 극찬을 받았다. 
▲김민희&김태리, '아가씨' 히데코&숙희 
'아가씨'는 박찬욱 감독으로 하여금 '여성주의적'이라는 수식을 얻게 했다. 그만큼 억압받던 여성 주인공들의 사랑과 해방을 그렸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얻고 있는 것. 초반 동성 베드신 등 센 소재들이 화제가 된 '아가씨'지만, 막상 관객들에 공개되고 보니 아름다운 미장센과 배우들의 열연, 박찬욱 감독 특유의 분위기가 화제를 모으며 언론 및 평단 뿐 아니라 관객들 사이에서도 호평을 얻고 있다.
김민희는 '아가씨'에서 압도적인 미모와 연기를 보여줘 극찬을 받고 있으며, 김태리는 2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만큼 김민희에 묻히지 않는 존재감으로 극을 이끈다. /eujenej@osen.co.kr
[사진] 각 영화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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