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아가씨', 노출? 베드신? 그게 뭣이 중한디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6.06.02 11: 00

영화 '아가씨' 돌풍이 심상치 않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영화 중에서도 유독 수위가 센 '아가씨'이지만 극장가의 반응은 뜨겁기만 하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지난 1일 하루 동안 약 28만 명(영진위 기준)의 관객을 동원하며 누적관객수 29만 7,276명으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현재 흥행 순항 중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엑스맨:아포칼립스'를 누른 기록이다.
무엇보다 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할리우드 히어로 무비를 청소년관람불가 영화가 제압했다는 것이 놀라운 일. 게다가 동성 베드신이 존재하는 등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중에서도 '아가씨'는 무척이나 센 수위를 자랑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가씨'가 국내 관객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건 역시나 박찬욱 감독만이 선사할 수 있는 아름다운 영상미 때문일 것.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 '박쥐', '친절한 금자씨' 등 수많은 작품을 통해 박찬욱 특유의 미장센을 자랑해온 바 있다. 그가 '깐느박'이라고 불릴 만큼 칸 영화제에 자주 초청되고 트로피까지 품에 안은 데에는 영화들이 가진 감성 뿐만 아니라 영상미 역시 제 몫을 해낸 덕분이다.
이번 '아가씨' 역시 마찬가지다. 1930년대를 배경으로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았지만 집 안에 갇혀 지내야만 하는 아가씨 히데코(김민희 분)의 저택 곳곳은 보는 이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을 만큼 아름다운 영상들로 가득하다. 
뿐만 아니라 그로테스크한 면모 역시 존재한다. 영화의 중심이 되는 후견인의 서재부터 후견인의 비밀 공간 등 잔인함과 아름다움이 동시에 공존하는 장소들은 관객들에게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다.
게다가 기존의 박찬욱 감독 작품과는 다르게 조금 더 대중에게 다가간 면도 '아가씨'에 대한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어내게끔 하는 대목이다.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등 물론 박찬욱 감독의 작품들은 많은 사랑을 받아왔지만 이번 '아가씨' 만큼은 스토리가 무척이나 대중적이다. 대중이 좋아하는 반전 역시 존재하며 몰입해서 볼 수 있는 스토리 라인이 치밀하게 구성돼 있다.
실제로 '아가씨'가 그간의 박찬욱 감독 작품 중 최고의 오프닝 스코어를 냈다는 점은 이를 제대로 입증하고 있다.
노출과 베드신으로 '아가씨'는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긴 했지만 사실 이것들이 중요한 건 아니다. '아가씨'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이것들에서 벗어나 박찬욱만이 선사할 수 있는 영상미와 친근해진 박찬욱을 만나는 것이다. / trio88@osen.co.kr
[사진] '아가씨'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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