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석 PD “열악한 드라마 환경..주2회 방송 때문”[인터뷰②]
OSEN 박판석 기자
발행 2016.06.02 07: 42

 수많은 유행어와 tvN 역대 최고 시청률이라는 선물을 안긴 ‘응답하라 1988’이 떠난 자리에 tvN 금토드라마‘시그널’이 남았다. 엄청난 부담감 속에 출발한 ‘시그널’은 치밀한 연출과 김혜수, 조진웅, 이제훈이라는 화려한 출연진 그리고 가슴을 울리는 먹먹한 메시지까지 무엇 하나 버릴 것 없는 드라마로 큰 사랑을 받았다. 그 중심에는 ‘미생’에 이어 ‘시그널’까지 연타석 홈런을 터뜨린 김원석 PD가 있었다.
김원석 PD는 어느덧 10년 넘게 드라마 PD로 꾸준하게 연출을 해왔다. 그런 만큼 드라마 PD로서 한국 드라마 제작 환경에 대한 우려와 걱정을 표현했다. 김원석 PD는 OSEN에 “사전제작은 우리나라 드라마 제작 환경이 체질적으로 좋아지고 난 다음에야 의미가 있을 것 같다”며 “중국에서 심의를 받기 위해서 사전제작을 하는 방식이 한국 드라마 시장에 발전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자신의 소신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가장 큰 문제로 주2회 방송을 꼽았다. 김원석 PD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문제는 주2회 방송한다는 것이다”라며 “우리나라 사람들은 시장 원리에 맡겨 놓으면 무엇이든 해내는 민족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드라마 주2회 방송을 하지 못한다. 주2회 방송을 포기하지 않는 한 열악한 드라마 제작구조는 나아지지 않을 것이고 지금처럼 시장에 맡겨 놓으면 개선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김원석 PD는 열악한 제작환경과 함께 해외자본에 의존도가 높아지는 현상도 걱정했다. 김원석 PD는 과거처럼 ‘모래시계’나 ‘여명의 눈동자’ 같은 한국 현대사를 다루는 작품이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 사람들을 보라고 드라마를 만들어야지. 외국 사람들 보라고 드라마를 만들면 안된다. 이제 ‘모래시계’나 ‘여명의 눈동자’ 같은 드라마는 나오기 힘들어졌다. 중국 자본이 거기에 돈을 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방송국에서 줄 수 있는 제작비로 높아진 제작비를 댈 수 없다. 출연료도 높아지고 드라마가 산업화가 됐기에 만들기가 점점 힘들어질 것이다. 기획을 하고 해외 자본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어려운 제작환경에서 사전제작으로 ‘시그널’이 탄생하기까지 김원석 PD의 피나는 노력과 배우들의 열정을 다한 노력도 큰 역할을 했다. 무엇보다 ‘시그널’의 탄탄한 각본이 이런 노력들을 빛을 발하게 했다. 그리고 김원석 PD는 ‘시그널’을 만들면서 김은희 작가와 토론도 하고 때론 다투기도 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아무리 신인작가라도 대본의 주인은 작가이고 작가라면 목이 칼이 들어와도 포기할 수 없는 지점이 있어야한다. 그래서 연출을 맡은 사람이 생각하는 드라마와 작가가 생각하는 드라마가 다를 경우에 토론을 벌일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토론의 결과물은 작가님이 수긍하거나 원하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그널‘이 반향을 일으킨 또 하나의 이유 중 하나는 장기미제사건을 다뤘다는 점이다. 수박 겉핥기 식이 아닌 사건을 피해자의 입장에서 철저하게 재구성해내는데 성공했다. 김은희 작가와 수많은 상의 끝에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사실 유괴는 가장 다루고 싶지 않은 범죄 중에 하나였다. 그렇지만 피할 수 없었다. 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경우에는 가장 대표적인 미제 사건이었고 김은희 작가가 취재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장기미제사건이 신정동 사건이라고 하셔서 포함하게 됐다.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의 경우 연쇄 살인 사건이 아니지만 시사하는 바가 큰 사건을 다루자는 생각에서 집어 넣게 됐다. 의미가 있고 시청자들이 흥미롭게 여길 사건을 골랐다”
김원석 PD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사람이 보는 따듯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드라마를 만든다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그렇기에 ‘미생’에서도 장그래와 오차장의 연기가 돋보였고 ‘시그널’에서 박해영과 차수현 그리고 이재한과 장기미제사건의 피해자들과 유족들에 대한 아픔이 절절하게 묻어났다.
“제가 만드는 모든 드라마의 핵심은 사람이 보이는 따듯한 이야기이다. ‘몬스타’도 ‘미생’, ‘시그널’ 까지 사람이 느껴지는 순간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시그널’에서 장기 미제 사건을 다루는 기준도 마찬가지다. 대표성 있는 사건을 다루면서 너무 뻔한 술수를 쓰지 않고 정직하게 다뤄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드라마를 만들었다”/pps2014@osen.co.kr
[사진] CJ E&M 제공, 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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