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 '곡성'의 현혹과 '아가씨'의 매혹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6.06.01 17: 59

 "절대, 현혹되지 마라"
영화 '곡성' 포스터의 메인 문구다. 사실상 이 경고 문구는 무용지물이었다. 단단히 각오하고 극장에 들어간 관객들은 결국 백이면 백 영화에 현혹돼 버리고 만다. 복잡한 생각들에 싸여 나오는 길, "현혹되지 마라"는 포스터 문구를 보는 사람은 무릎을 탁, 치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현혹당했구나."
극장가는 간만에 상업적으로 재단된 기획 영화가 아닌 감독들의 개성이 듬뿍 들어간 화제작들의 출현을 반기는 분위기다. 제69회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과 경쟁 부문에 나란히 초대됐던 '곡성'과 '아가씨'에 대한 이야기다. 

'곡성'은 6년 만에 선을 보이는 나홍진 감독의 작품이다. '추격자','황해'를 통해 사실적이면서도 재밌는 범죄물들을 선보였던 나홍진 감독은 세 번째 영화 '곡성'을 통해 개인 흥행 기록을 경신했다. '곡성'이 '추격자'의 507만 1,619명이라는 관객수를 넘어 현재(지난달 3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582만 2,846명의 관객을 동원, 600만 돌파를 앞둔 것. 
'곡성'의 흥행이 독특한 것은 '재관람 열풍' 때문이다. '곡성'을 다시 보는 관객들은 단순히 영화가 재밌어 극장을 다시 찾는 게 아니다.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한 설정과 중의적으로 해석되는 캐릭터, 그들의 대사, 행동 등 대놓고 혼란을 주는 요소들은 오히려 관객들로 하여금 해석의 재미를 느끼게 했다. 마치 영화의 포스터 문구가 주문이라도 건 듯 관객들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논쟁과 해석을 거듭하며 현혹의 맛을 음미한다. 
그런가 하면 오늘(1일) 개봉한 '아가씨'는 또 다른 매력 포인트로 관객들의 입맛을 자극하고 있다. '올드보이'의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이후 한국 관객들의 자랑이 된 박찬욱 감독의 신작인 이 영화는 역시나 제69회 칸 영화제에 경쟁 부문 작품으로 뽑혀 화제가 됐다. 
'아가씨'는 매혹적인 미장센으로 관객들을 매혹한다.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박쥐' 등을 통해 지극히 개성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영화를 선보였던 박찬욱 감독은 이번에도 20세기 초 일본과 한국, 유럽의 스타일을 뒤섞은 배경, 세트와 출중한 미모를 자랑하는 두 여인의 동성애라는 소재로 예비 관객들의 관심을 끌어 모았다.
그 뿐인가? '아가씨'에 대한 국내 평단의 반응은 호평 일색이다. 관객들의 반응도 우려했던 바와는 달리 동성애라는 소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뿐 아니라 지루함 없는 영화의 독특한 전개 방식이나 박찬욱 감독 만의 블랙 유머에 찬사를 보내는 분위기. 아직 개봉 첫날이라 흥행 성적을 예상할 수 없지만 예매율에서는 50%가 넘는 수치로(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1위를 달리고 있어 흥행 전망이 낙관적이다. 
'곡성'과 '아가씨'에 대한 열광적인 반응은 한국 관객들의 입맛이 한층 다양해졌음을 알려준다. 기획 영화나 히어로물 뿐 아니라 감독들의 색깔이 짙게 들어간 소위, '작품성이 있다'고 소개되는 작품들에도 흥미를 느끼는 것. 물론 이는 두 감독의 영화가 기본적으로 많은 관객들을 염두하고 만든 재밌는 작품이라 가능했다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다. /eujenej@osen.co.kr
[사진] '곡성', '아가씨'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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