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대박’ 장근석·여진구의 신념 대립, 조선판 ‘시빌워’
OSEN 라효진 기자
발행 2016.06.01 06: 47

영화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는 각자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대립하는 영웅들의 이야기다. 사실 정답은 없다. 강력한 힘이 진짜 평화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려면 스스로를 제어해야 하는 순간도, 이를 자유롭게 활용해야 하는 순간도 있기 때문이다. 조선을 배경으로 한 가상의 세계에도 이처럼 신념을 놓고 맞선 형제가 있었다. 백성을 위하는 길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대박’ 속 장근석과 여진구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31일 방송된 SBS ‘대박’에서는 숙종(최민수 분)이 숨을 거둔 뒤 경종(현우 분)이 옥좌에 올랐다. 유약한 경종에게 조선을 맡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대신들과 왕권에 도전하는 이인좌(전광렬 분)는 각각 대길(장근석 분)과 연잉군(여진구 분)을 왕으로 옹립하기 위해 첨예하게 대립했다.
대길이 숙종의 자식이라는 사실은 조선에서도 이미 암암리에 알려져 있던 바다. 타고난 인망과 운명으로 왕의 재목으로 꼽힌 대길을 왕으로 만들려는 자들이 있었고, 이에 연잉군은 대길을 경계한다. 왕위를 향한 욕심이 아닌 조선의 사직을 지키기 위한 절개였다. 아무리 왕의 혈육이고 자신의 친형이라지만,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채 남의 자식으로 살아온 대길이 왕이 된다는 것은 당시의 상식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던 때문이다.

연잉군은 대길에게 활쏘기 내기를 청했다. 만약 대길이 이기면 술을 사고 소원을 하나 들어주고, 자신이 이기면 왕좌를 향한 대길의 진심을 듣겠다는 것이었다. 대길은 이 내기에서 승리했고, 술자리에 마주 앉은 두 사람은 불꽃 튀는 신념의 대결을 펼쳤다. 나라의 근간인 백성들이 흔들리지 않게 하겠다는 연잉군에게 대길은 “백성들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잘 먹고 잘 살아야 한다”며 자신 앞에 펼쳐진 진수성찬을 가리켰다. 굶어 죽는 백성들이 눈에 밟혀 이를 먹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연잉군은 “백성을 위한 일은 임금의 몫”이라며 대길에게 왕의 자리를 욕심내지 말라는 은근한 경고를 던졌다. 대길은 “활쏘기 내기에서 신하로서 져 줄지 형으로서 져 줄지 고민했다”며 “꼭 들어줬으면 싶은 소원이 있어서 이겼다. 날 믿어달라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신하된 자로서 예를 갖추겠다는 대길에게 연잉군은 마음 속으로 불신을 드러냈다.
그 사이 이인좌는 조정 대신들과 경종을 움직여 연잉군을 세제로 세우는데 성공했다. 경종의 힘은 약해져만 갔고, 연잉군을 추종하는 세력은 커져가는 상황이었다. 대길은 세제가 된 연잉군 앞에 나타나 “백성이 내미는 손을 뿌리칠 용기가 없다”며 말문을 열었다. 아직도 자신을 경계하는 연잉군에게 “백성을 돌보는 데 있어 옥좌라는 자리가 필요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 대길은 “소신은 소신의 자리에서 백성을 돌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선언했다. 비로소 대길을 신뢰하게 된 연잉군은 자신을 믿어 달라던 형의 소원을 들어 주기로 마음먹었다. 서로를 향한 날을 세우던 형제가 드디어 ‘백성을 위하는 길’이라는 하나의 대의로 뭉친 순간이었다.
그러나 형제에게 닥친 시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경종의 불안을 등에 업은 이인좌가 이들에게 본격적으로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이인좌는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는 경종의 심리를 이용, 결국 연잉군과 대길에게 칼을 겨누도록 만들었다. 치열한 토론 끝에 겨우 다시금 하나가 된 이들이지만, 아직 넘지 못한 마지막 관문이 남아있었다. 이 형제가 이인좌를 무너뜨리고 진정한 왕도, 백성을 위하는 길을 걸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대박’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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