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사’ 이상호·이상민 “군대 가서 웃길 생각 없었죠” [인터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6.05.30 10: 05

 초등학교 코흘리개 시절의 입버릇으로 끝난 게 아니라 의경으로 군복무를 하던 20대 초반까지 개그맨에 대한 꿈은 계속됐다. KBS 21기 공채 개그맨으로 합격한 이상호, 이상민 형제는 국내 최초 쌍둥이 개그맨이다. 거울을 보는 듯 똑같이 생겼지만 두 사람은 연신 “얘가 더 못 생겼다”고 말한다. 두 사람은 영구나 맹구 등 바보 이미지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미남형에 속하지도 않는다. 개그맨이 되기엔 평범해 보이나 사람들에게 웃음을 안기며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개그를 위해 온몸을 던지던 브라운관 속 두 사람을 실제로 만나니 개그맨답지 않은 수줍음이 매력적이었다. 잘 생기거나 특별히 못생긴 외모가 아니어서 질릴 이유도 없었다. 또 웬만한 배우 못지않게 다양한 배역을 소화할 수 있는 연기력도 갖췄다. KBS2 ‘개그콘서트’ 무대에서 최근 MBC 예능 ‘진짜 사나이’로 활동 영역을 넓힌 두 사람을 만났다.
-‘진짜 사나이’에 입대한 이유.

“감사하게도 제작진으로부터 먼저 제안을 받았다. ‘개그콘서트’ 측에서 허락을 해주셨고, 어떻게 보면 정말 감사한 기회였다. 까불지 말고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너무 떨려서 입대 전날 술을 마시고 일찍 자려고 했는데 결국 아침까지 제대로 못 자고 입대했다.”(이상민)
-박찬호도 이길 만큼 체력이 좋더라. 비결은.
“운동을 많이 한다. 찬호 형님이 운동선수 출신이지만 이젠 나이가 있으셔서 힘에 부치신 듯하다.”(이상민) 
“저희는 평소에도 운동을 꾸준히 한다. 헬스 축구 야구 운동을 좋아하는데 허리를 다치고 이런 저런 이유로 한동안 못하다가 최근 운동을 시작했다.”(이상호)
-그동안 몸을 쓰는 개그도 많이 하시지 않았나.
“저희가 합쳐서 22단이다. 각각 11단. 합기도 3단, 유도 2단, 검도 1단, 택견 3단, 태권도2단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을 쭉 해왔다. 대학교에 가서 검도 유도를 했다.”(이상호)
“힘쓰는 건 잘하는데 버티는 건 잘 못한다.(웃음)”(이상민)
-‘진사’ 선임 허경환의 조언이 있었나.
“경환이가 ‘군대라 생각하고 튀려고 애쓰지 말고 훈련만 열심히 받고 오라’고 조언했다. 그래도 주말 황금 시간대 예능이라서 재미를 위해 뭐라도 해야할 것 같아 고민했다. 근데 시청자분들은 장난치는 걸 싫어하지 않나. 동기들이 열심히 하는데 저희가 개그맨이랍시고 웃기려고 하면 안 좋게 보일까봐 하지 않았다.”(이상호) 
“그래도 쉬는 시간에는 웃기려고 했는데 너무 힘들어 생각도 안 났다. 취침 시간과 식사 시간이 제일 좋았다.(웃음)”(이상민)
-내무반 분위기 메이커는 누구였나.
“예상과 달리 조재윤 형님이 말씀이 많으셨다. 체면을 차리고 무거울 줄 알았는데 적극적으로 열심히 하시더라. 정말 분위기 메이커였다. 본받을 만한 형님이었다. 저희가 나서서 웃기려고 하면 괜히 까분다는 반응이 나올 것 같아서 참았다. ”(이상민)
-가장 힘들었던 일은.
“화생방이 제일 힘들었고, 입대 후 변비에 걸린 게 참기 힘들었다. 전우조가 있는데 4명이서 항상 함께 움직였고 화장실도 같이 갔다. 쉬는 타임에 한 번 시도를 해봤는데 3명이 따라와서 그런지 집중이 안 되더라. 다행히 집에 오자마자 해결이 됐다.(웃음) 평소엔 새벽 2~3시에 자고 늦게 일어나는 생활이 반복됐는데, 군대에선 아침 6시 반에 기상해서 밤 10시에 취침하니까 하루가 그렇게 긴 줄 몰랐다.”(이상민)
-또 다른 힘든 훈련은 없었나.
“사실 각개전투도 힘들었다. 비가 내리고 추운 상태에서 뒹굴고 하니까. 그래도 동기들이 다 열심히 하니까 저희도 열심히 했다. 생각해보면 훈련을 받을 때마다 비가 왔다. 누가 보면 살수차를 섭외한 것처럼 비가 왔다.”(이상호)
-혹시 과거에도 동반입대를 했었나.
“부대는 달랐지만 둘 다 의경이었다. 상호는 대전으로, 저는 서울로 발령됐다. 제가 당시 공부를 안했다.”(이상민)
-쌍둥이의 단점은 사람들이 항상 헷갈려하는 것 아니냐.
“그렇다. ‘진사’ 자막에도 이상호, 이상호라고 나왔다. 상호를 부르면 제가 ‘네’라고 대답한 적도 많다. 대학교 때 대리 출석도 했었다.”(이상민)
-이상호 이상민 씨가 장난기가 많아서 학창시절에 말썽꾸러기였을 것 같다.
“중학교만 빼고 초-고-대학교 모두 같은 학교였다. 1층에도 제가 있고, 2층에도 또 제가 있어서 쌍둥이인 걸 모르는 친구들은 깜짝 놀란 적이 많다. 주의가 산만한지 알았다더라.”(이상호)
“저는 활발하고 노는 일에는 빠지지 않았다. 밝고 활발한 성격이었고 두루두루 친하게 지냈다.”(이상민)
◆“‘개콘’ 침체기 인정..하지만 떠나진 않을 것”
-그런 쌍둥이 형제가 모두 개그맨이 됐다. 신기하다.
“저희는 어릴 때부터 개그맨이 꿈이었다. 전역하고 24살에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후회 없이 도전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아버지가 걱정을 하시며 한 명은 고향에 남으라고 하셨는데 당시 쌍둥이 개그맨이 없었다. 개그를 잘 짜면 우리를 금세 알릴 것 같아 아버지를 설득을 했다.”(이상호)
-어느새 데뷔 10년차다. 아쉬운 점은 없나.
“개그맨으로서 튀려는 생각이 없었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욕심을 좀 가질 걸 그랬다.”(이상민)
“요즘 공개 코미디의 인기가 과거와 비교해 낮아진 것 같다. 한창 인기가 높을 때 더 열심히 할 걸 그랬다. 10년이 지나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도태됐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이상호)
-반면 뿌듯한 점도 있을 것 같다.
“‘진짜 사나이’에 나갈 정도까지 인지도가 있다는 것?(웃음) 사실 전 ‘1박2일’ 고정 멤버를 하고 싶다. 만약 둘 중에 한 명만 나가야한다면, 상호가 하는 게 낫다.”(이상민)
“저도 버라이어티가 꿈이다.”(이상호)
-‘개그콘서트’가 요즘 들어 위기설이 돌고 있다.
“‘개콘’은 어떻게든 트렌드를 따라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요즘엔 온라인 방송이 너무 많지 않나. 예전에는 지금처럼 미디어 환경이 발달하지 않았으니 무조건 TV를 통해서만 봐야 했고. 제작진에서도 과거의 인기를 회복하기 위해 새 코너를 많이 짜고 있다.”(이상민)
“공개 코미디가 오래돼서 신선한 소재를 찾기 힘든 점도 있다. 하다보면 예전에 했던 개그라서 안했던 것을 찾기가 너무 힘들다. 침체기인 것 같다. 하지만 ‘개콘’을 떠날 생각은 안 해봤다. 들어오는 일은 열심히 하고 뭐든 열심히 하자는 생각이다.”(이상호)
-스케줄이 없을 땐 주로 무슨 일을 하며 보내나.
“디제잉을 하거나 운동을 한다. 힙합, EDM 다한다. 디제잉, 운동 모두 즐거워서 계속해서 쉬지 않을 것이다.”(이상민)
-롤 모델로 꼽는 선배가 있나.
“이경규 선배는 여전히 후배 개그맨들에게 뒤처지지 않으시고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에 백세시대이지 않다. 방송을 오래 하고 싶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이상호)
“유재석, 박명수 선배다. 박명수 선배처럼 되고 싶은 이유가 방송도 하시면서 디제잉도 하시니까 하고 싶은 일을 다 하는 게 좋은 것 같다.”(이상민)
-개그 말고 도전하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
“쌍둥이란 게 장점이다. 하지만 그걸 벗어나지 못한다는 게 단점이기도 하다. 저희는 컬투처럼 활동하고 싶다. 연기도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지 하고 싶다.”(이상민)
“다른 장르에 도전하기보다 현재 우리의 일인 개그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물론 기회가 온다면 드라마나 영화의 카메오는 언제든 하겠다.”(이상호)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디제잉도 하면서 대박 나는 ‘개콘’ 코너가 나왔으면 좋겠다.”(이상호)
“‘진짜 사나이’를 시작으로 여러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 연기를 하더라도 개그맨이란 타이틀을 놓고 싶진 않다. 유재석 선배님도 최고의 방송인이시지만 태생은 희극인이다. 가끔 이름 밑에 방송인이라고 뜨는 사람들을 보면 ‘개그맨’이란 직업을 버렸단 생각이 들어 안타깝다. 저희는 어디까지나 코미디언, 개그맨이다.“(이상민)/ purplish@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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