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엣가요제' PD "산들 무대, 듀엣은 이런 거다 느껴" [인터뷰②]
OSEN 이소담 기자
발행 2016.05.27 10: 00

 듀엣이 주는 최고의 감동은 무엇일까. 두 배로 몰아치는 가창력일까. MBC 예능프로그램 ‘듀엣가요제’를 통해 느낀 감동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비록 한 쪽이 실수하더라도 끝까지 함께 나아가는 것. 마라톤에 비유하자면 한 명이 뒤처진다고 더 빨리 기록을 내기 위해 홀로 뛰는 것이 아닌 손을 잡고 함께 한 발 한 발 맞춰가는 것. ‘듀엣가요제’가 주는 감동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지금까지 출연해온 가수들은 모두 여기서 오는 감동을 알고 있었다. 누구 하나도 경쟁을 의식하지 않았다. 오히려 파트너에게 더 많은 애정과 관심을 쏟았다.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일은 어떻게 보면 그들에게 일상이지만, 여전히 무대의 소중함과 행복을 알고 파트너의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는 건 시청자들도 모두 느꼈을 터다.
그러다보니 지난달 29일 방송된 산들 팀의 ‘말하는 대로’ 레전드 무대가 탄생할 수 있었던 건 아닐까. 당시 산들은 음이탈 실수를 낸 파트너 조선영 씨의 눈을 맞추고 다독이며, 끝까지 노래를 마칠 수 있게 했다. 이와 관련해 연출을 맡고 있는 강성아 PD는 “듀엣은 바로 이런 것이라는 걸 느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음은 강성아 PD와 나눈 일문일답.
-‘듀엣가요제’에서 원하는 가수에는 어떤 기준이 있나.
▲프로그램 장점 중 하나가 무대마다 색깔이 다른 것입니다. 그래서 가수분들 섭외도 한정돼 있지 않죠. 지금까지 나왔던 현진영, 조PD, 이지혜 등 무대에서 자주 볼 수 없었던 가수부터 인지도가 낮았던 라디 같은 뮤지션, 켄, 산들, 솔지 같은 실력 있는 아이돌까지 다양한 분들이 나왔어요. 시청자 분들은 어떤 가수들의 무대가 궁금할지, 어떤 가수가 일반인의 꿈을 이뤄줄 의지가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생각하며 섭외하고 있습니다.
-무대를 선보이면 가수 스스로 뿌듯함을 많이 느낄 것 같다.
▲되게 좋아해요. 사실 이 프로그램 하면서 가수분들 중 정말 마음 따뜻한 분들이 많다고 느껴요. 하면서 행복해하고 뿌듯해 하는 모습을 보이거든요. 언제든 다시 할 의지를 내비치고요. 그래서 녹화 분위기도 따뜻하고 좋습니다.
-팀별로 경쟁심을 느끼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경연 프로그램에서 어떻게 그렇게 될 수가 있나.
▲사실 방송이라는 게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경연이라는 장치를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점이 있지요. 물론 1등 하면 좋아하시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해서 엄청 속상해 하지도 않아요. 꼭 1등 하겠단 마음을 갖고 나오는 분도 없고요. 1등을 하면 다음 주에 다시 나올 수 있어서 파트너를 한 번 더 무대에 세워줄 수 있으니까 간절한 마음이 있는 거죠.
사실 실시간 집계에 대한 비판도 있는 거로 알고 있는데 그걸 보완하기 위해서 만든 게 다시보고 싶은 듀엣을 뽑는 것입니다. 무대가 모두 끝난 후 다시 돌아보고 투표를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이 제도를 만들었어요. 여기서 뽑히면 1등이 아니더라도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파트너를 다시 한 번 무대에 올릴 수 있으니까요.
-출연진들의 진심으로 만들어 나가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가수들에 대한 애착도 대단할 것 같다.
▲누구 하나 꼽을 수 없이 다 감사하죠. 프로그램을 존재하게 해준 솔지에게도 고맙고, 산들, 민경훈, 켄 등 다 너무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왜냐면 이 무대를 준비하는 게 쉽지 않거든요. 특히 산들 씨 같은 경우에는 연승하게 되면 일주일 만에 다시 연습해서 나와야 해요. 혼자 하면 할 수 있어요. 프로니까요. 그런데 아마추어와 일주일 만에 준비하긴 힘들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대 퀄리티가 항상 훌륭해요.
-솔지, 산들, 켄 등 재조명된 아이돌그룹 출신이 많다.
▲앞으로도 그렇게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봤을 때 이 친구들 자체 가창력도 훌륭하지만 직접 만나보면 배려심이 넘치는 친구들이에요. 선곡할 때나 파트를 분배할 때 파트너가 빛날 수 있도록 신경 써요. 어린 친구들이 어떻게 보면 욕심을 낼 법도 한데 전혀 그런 거 없이 따뜻하고 배려가 넘치는 친구들이에요. 그래서 팀이 빛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렇다면 연출자가 꼽는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언제였나요?
▲여러 순간을 뽑아도 되나요?(웃음) 현장에서 제 마음을 때렸던 순간이 두 번 있어요. 산들 씨 팀이 ‘말하는 대로’ 무대를 했을 때예요. 리허설까지 너무 잘했는데 현장에서 음이탈이 났어요. 저도 심장이 철렁하더라고요. 사실 그때 ‘아, 이 팀이 안 되려나’하며 안타까워했는데 그 어린 산들이라는 친구가 흔들리지 않고 이끌어서 가는데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이렇게 두 사람의 듀엣이 만들어지는 구나’ 싶어서 저도 이 무대를 통해서 배웠답니다.
항상 고민하던 부분이죠. 듀엣이 내는 시너지는 뭔가 생각했을 때 저렇게 하는 게 듀엣이고 저렇게 해야 시너지가 난다는 걸 깨달았어요. 한 사람이 실수했을 때 자기 혼자 나가는 게 아니라 끌어서 나간다는 점에서 저희 프로그램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무대였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석훈 팀 무대도 꼽고 싶네요. 활동 오래하신 분인데 살면서 그렇게 열심히 노래를 해본 적이 없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섭외 때부터 자신은 경연 프로에 맞지 않다고 스스로 얘기하시던 분이었어요. 그런데 무대에 막상 올라가고 MC분들도 이석훈 씨를 오래봐 왔지만 그렇게 열창하는 모습을 처음 봤다고 하시더라고요. 본인도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파트너 눈을 보고 했더니 그렇게 됐다고 하셨어요. 그러다 보니 방송 후 이석훈이라는 가수를 재발견했다는 반응이 나오더라고요. 오래 활동했던 가수도 듀엣 무대를 통해 새롭게 볼 수 있게 된 무대였다고 생각해요. / besodam@osen.co.kr
[사진]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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