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의 신’, 조재현이 끌고 4인방이 민다 [국수의 신②]
OSEN 정준화 기자
발행 2016.05.25 07: 07

 연출과 각본이 ‘국수의 신’의 진한 국물을 우려낸다면, 배우들의 열연은 쫄깃한 면발 역할을 한다. 흥미진진한 전개와 세련된 연출, 여기에 몰입감을 제대로 높이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맛깔나게 버무려지면서 정성스런 한 그릇이 완성되고, 시청자들의 안방에 차려진다.
현재 방송 중인 KBS2 수목 드라마 '마스터-국수의 신'(채승대 극본, 김종연·임세준 연출, 베르디미디어, 드림E&M 제작)는 뒤틀린 욕망과 치명적인 사랑, 그 부딪침 속에서 시작되는 사람 냄새 가득한 인생기를 담은 드라마다.
핵심 축은 길도(조재현 분)를 향한 무명(천정명 분)의 복수. 이와 함께 인생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린 보육원 4인방, 무명, 채여경(정유미), 박태하(이상엽), 고길용(김재영)과 김다해(공승연 분)의 이야기가 곁들여진다.

한번 보면 똑같이 따라하는 재능으로 남의 인생을 훔치며 살던 모든 악의 축 길도가 우연히 만난 하정태의 이름을 갖기 위해 그의 집에 불을 지르고 그 과정에서 정태의 어린 아들 순석만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뒤 보육원에 들어가 무명으로 개명한 채 복수를 꿈꾸며 성장한다는 게 기둥줄거리다.
사실 복수극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복수를 행하는 주체가 아닌, 악역이다.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악역이 악랄하고 얄미울수록 주인공의 복수가 통쾌한 법이니까. 이 같은 맥락에서 길도를 그려내고 있는 조재현은 극의 중심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해내고 있는 셈. 그는 복수의 당위성을 높이는 행동들로 통쾌한 한방을 더욱 기다리게 만든다.
특히 따뜻함이라고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강렬한 눈빛 연기와 디테일한 표현력으로 캐릭터를 실감나게 살려내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 수십년 연기 내공이 만들어내는 아우라가 독보적이다.
후배 연기자들도 못지않은 열연으로 손발을 맞추고 있다. 무명을 연기하는 천정명은 본격적으로 복수를 준비하면서 제 옷을 입은 듯 날개를 펼치고 있다. 앞서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학생을 연기해야하는 어색함도 이제는 완전히 털어버렸다. 복수심을 불태우며 분노를 표출하는 연기가 압권.
‘눈빛’ 하면 이상엽도 빼놓을 수 없다. 그가 연기하는 태하는 캐릭터가 변하는 입체적인 인물. 친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한없이 착하고 순수한 남자에서, 상처를 입고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진 삶을 살아가며 점차 변화하는 박태하의 모습을 밀도 있게 그려내고 있는 바다.
정유미와 공승연도 빠짐없는 연기력으로 드라마를 알뜰하게 채우고 있다.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과 만들어내는 호흡과 시너지가 인상적. 특히 각자의 사연으로 눈물지을 날이 많은 두 사람은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흔드는 눈물 연기로 안방극장을 제대로 적시고 있다는 평이다.
조재현이 이끌고 4인방이 밀면서 ‘국수의 신’을 보는 즐거움이 극대화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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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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