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톡] '디마프', 우리는 모두 시한부다 
OSEN 성지연 기자
발행 2016.05.22 08: 55

tvN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속 '꼰대'들이 대중교통이나 명절에 만나는 생활 속 '꼰대'보다 소녀 같고 애틋한 이유를 꼽자면 보통의 청춘보다 열정적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가기 때문 아닐까. 
오늘을 살고 죽어도 후회가 없을 정도로, 무기력한 오늘의 청춘들이 부끄러움을 느낄 정도로 치열하게, 극의 대사를 이용하자면 저승바다에 발목을 담그고 살아도 오늘 할 밭일은 끝내야 직성이 풀리는 이들이다.
21일 오후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는 뺑소니 교통사고 이후 괴로움에 힘겨운 삶을 보내는 조희자(김혜자 분)와 문정아(나문희 분)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사고 이후 희자와 정아의 삶은 180도 변화했다. 세계 일주를 보내준다던 남편 김석균(신구 분)에게 단 한 번도 화를 내지 않았던 정아는 자신을 향해 "많이 먹는다. 돼지 같다"고 말하는 남편을 향해 반찬으로 만들던 무김치를 내 던지며 "그럼 이렇게 밤낮으로 일하는데 그 정도도 안 먹냐?"라며 분노한다. 달라진 아내의 모습에 당황한 석균. 아수라장이 된 집안을 조용히 정리하며 저녁도 라면으로 해결했지만, 아내에게 그런 큰일이 일어났으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무 일도 없이 평소처럼 행동하면 된다'고 수없이 되뇐 희자였지만,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도 새가슴이 되는 일만 수십 번. 그 또한 힘겹긴 마찬가지다. 희자에겐 과거의 첫사랑 이성재(주현 분)가 나타났다.
우연히 성당에서 만난 두 사람. 신부님을 통해 희자가 뺑소니 사건의 가해자가 된 사실을 알게 된 이성재는 자신을 피해 다니는 희자의 팔목을 붙잡고 "내가 고문 변호사인 거 알지. 나한테 연락해. 연락하지 않으면 이 사실 다른 사람들한테 다 이른다"며 그를 돕고자 의지를 보여 사건의 큰 역할을 할 것을 시사했다.
뺑소니 교통사고 후 두 사람을 데리러 갔던 박완(고현정 분)은 뒤늦게 이 사실을 눈치채곤 자수를 권유했다. 하지만 방관하는 듯한 정아이모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실망하고는 저주를 퍼붓고 만다. '저게 어른이 할 짓인가', '자수 안 하고 어쩌려고 저러나', '저 나이에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 등의 못된 생각들이 그랬다. 
하지만 두 '꼰대'의 침묵은 그들의 죄를 회피하고자 하는 침묵이 아니었다. 다만 조금 느릴 뿐, 거기에 서로 친구의 죄를 자신이 덮어주고자 나름의 방법을 생각하며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었다. 시한부를 선고받은 사람들처럼 말이다.
딸에게 온갖 구박을 받으며 마지막 반찬을 해준 문정아, 아들과 만화영화로 마지막 데이트를 한 조희자는 서로를 위해 뜨거운 차 한잔으로 건배했다. 완이가 도착했을 땐 그의 말처럼 붉은 와인과 흑맥주를 사주고픈 애처로운 두 할머니 대신 두 잔의 찻잔이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방송 말미, 두 사람은 자그마한 서로의 손을 꼭 잡고 경찰에게 사람을 죽였다며 서로의 죄를 앞다퉈 고백했다. 이후 포승줄에 꽁꽁 묶인 문정아가 수감되는 장면이 전파를 타 앞으로의 이야기에 궁금증을 실었다. /sjy0401@osen.co.kr
[사진] tvN '디어 마이 프렌즈' 방송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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