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칸 레터] 곽도원 "첫 칸..고생했던 과거 주마등처럼 떠올라" [인터뷰]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6.05.21 14: 16

 "XX XX 열심히 해야지."
상남자의 언어는 거칠었다. 하지만 상스럽지 않았다. 생애 첫 칸 방문에 행복했던 곽도원은 "자극이 됐다"며 더 열심히 연기를 할 것이라 다짐했고, 배우의 순수한 기운이 언어에도 실렸다. 
영화 '곡성'은 개봉 이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며 승승장구 중이다. 개봉 일주일 만에 300만 관객을 일찌감치 돌파했고, 제69회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대돼 박수 갈채를 받았다. 주인공 시골 경찰 중구 역을 맡은 곽도원은 생애 처음으로 칸의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감격해서 눈물까지 흘렸다. 연기 하나만 붙잡고 살아온 세월이 주마등처럼 흘러 지나가서였단다. 

"그동안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더군요. 고등학교 졸업해서 극단에 들어가 청소를 시작하면서 두들겨 맞고 아동극 하고, 뭐도 하고 연극 때려치우고 극단적인 생각도 하다가 영화 시작해서 단편하고 상업영화 찍고 돈 뜯기고 하면서 칸에 내가 주인공으로 해서 오고. 홍진이 얼굴을 딱 보는데, 저절로 끌어안게 됐어요."
칸의 관객들은 '곡성'의 상영회가 끝난 후 기립 박수를 치며 자리를 뜨지 않았다. 그만큼 영화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배우와 감독들이 계속 박수를 받는 게 미안해 먼저 자리를 뜰 정도.
"박수를 계속 치더라고요. 웬만큼 치면 퇴장할 수 있는 줄 알았어요. 박수를 계속 치면 힘들어요, 솔직히. 건강에는 좋아도. 약수터 아주머니들이 계속 이러고 있잖아요. 박수 치는 게 건강에 좋아요.(웃음) 6,7분을 치면 아파요. 미안했어요 저는. 게속 치고 앉아 있으니 미안하죠. 그래서 '나가자 이제 그만, 홍진이가 가자, 나가자'했죠.
'고맙습니다.'하고 나왔어요. 지금 생각하면 한 20분 버틸 걸 그랬어요. 너무 감사했어요."
칸 영화제에서 곽도원은 우리 영화가 세계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 특히 '곡성' 곳곳에 숨어있는 코믹한 요소들을 외국 관객들이 감지할 수 있었던 점은 고무적이었다. 그래서 그는 후배 천우희에게 해외 진출을 위해 노력하라는 충고까지 했단다. 
"한국의 정서가 세계에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천)우희한테 '오빠야 늙어가겠지만 넌 영어해서 진출해라.'고 했어요. 우희는 보니까 중국 관객들에게 많이 통하는 스타일인 것 같더라고요. 한국 수준이 정말 세계 수준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을 것같이 열심히 하면 우리만 즐길 게 아니라 세상 사람들이 우리 작품 가지고 함께 행복하게 해줄 수 있겠구나. 그게 큰 깨달음이었어요."
그래서일까? 곽도원은 남은 영화들을 정말 열심히 찍을 거라고 했다. "악착 같아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칸 영화제가 그에게 가져다 준 좋은 자극이었다. 
"바로 '특별시민'의 촬영에 들어가야해요. 내 스스로 악착같아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별시민'은 정치적인 얘기에요. 우리나라 정치 얘기가 칸에서 보여졌으면 하는 막연한 희망도 생기고, 우리 정치 얘기도 프랑스라는 열 세시간을 와야 땅을 밟을 수 있는 이곳에서 우리나라 장르의 영화들에 관심을 가져주도록, 열심히 할 거에요. XX XX 열심히 해야지! 그런 자극이 되네요. 칸 관객들이 보여주는 모습이 절 겸손하게 만들어요. 관객들에게 감사합니다. 관계자들에게도요." /eujen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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