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톡] ‘디마프’, 고현정 현실 짜증에 담긴 ‘이해의 미학’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6.05.21 11: 29

‘디어 마이 프렌즈’ 고현정은 마흔을 코앞에 두고 있는데도 잔소리를 해대는 엄마 친구들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짜증을 숨길 수가 없다. 고현정이 할 수 있는 일은 표정 관리 실패 말고는 없다. 고현정은 치솟는 화를 꾹꾹 눌러담으며 함께 살아가고 있고, 드라마는 이 같은 짜증으로 그치는 고현정의 모습을 정밀하게 담으며 세대갈등이 심화된 우리 사회에 상호 이해라는 해법을 던지고 있다.
tvN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는 ‘꼰대’라고 불리는 60~70대의 이야기를 다룬다. 주연 중 젊은 축에 속하는 인물이 박완(고현정 분)이다. 완이 역시 20~30대라기보다는 40대에 가깝게 설정돼 있다.
흔히 사회와 소통하지 못하고 자신의 가치관을 고집하며 젊은 세대와 갈등을 벌이는 이들을 ‘꼰대’라고 정의하는데 완이는 ‘꼰대’와 ‘꼰대’가 아닌 이들의 중간 지점에 있다. 그래서 엄마 친구들의 억지와 잔소리에 짜증이 나지만 큰 반항 한 번 하지 않고 속으로 삭힌다. 가끔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부조리함을 표출하지만 괜한 말을 했다는 죄책감에 본인이 더 힘들 뿐. 그래서 흡연한다고 혼을 내는 엄마 친구를 보며 뒷담화를 할지언정 더 크게 엇나가지 않는다.

고현정은 이 드라마에서 숱하게 짜증을 부린다. 고현정이 미간을 찌푸리고 입을 불쑥 내밀며 완이가 느끼는 이해 불가의 상황을 표현할 때마다 시청자들은 공감을 한다. 젊은 시청자들은 ‘나도 그랬지’일 테고, 나이가 지긋한 시청자들은 ‘왜 그래? 너희도 그래?’가 될 테다. 그리고 드라마는 완이를 비롯한 젊은 세대와 완이의 엄마 장난희(고두심 분)를 비롯한 젊음이 지나간 세대의 갈등을 너무도 당연하게, 당연해서 조금만 양보하고 이해를 하려는 노력을 한다면 스르륵 풀린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완이는 어른들의 등쌀을 묵묵히 견딘다. 투덜거리는 선에서 멈추고 하라는대로 한다. 그들이 살아온 방식과 가치관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연륜을 존중하는 완이는 젊지도 늙지도 않은 나이다. 그래서 완이가 바라보는 ‘꼰대’들의 삶은 적당히 안타깝고 적당히 이해가 된다. ‘꼰대’들을 마냥 불쌍하게 바라보지도, 마냥 답답하게 바라보지 않는 사람이 완이고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의 세대 갈등 완충제 같은 역할을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완이가 그랬듯이 인생사 서로 투닥거리고 상처를 안기며 다시 감싸는 게 아닌가, ‘디어 마이 프렌즈’는 그렇게 이해의 미학을 표현하고 있다. / jmpyo@osen.co.kr
[사진] tvN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