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선 “‘마녀보감’ 덕에 러브콜 많이 받고 있어요”[인터뷰①]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6.05.20 10: 00

정인선,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대단한 배우다. JTBC 금토드라마 ‘마녀보감’ 첫 회 방송에서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첫 회는 정인선이 다했다’는 반응이 있을 만큼 그야말로 ‘하드캐리’했다.
사실 정인선은 아역 출신 배우다. 1996년 드라마 ‘당신’으로 데뷔한 정인선은 올해 벌써 20년 차 배우다. 아역부터 활동했다고 해서 연기력이 보장됐다는 배우라는 말이 아역 출신 연기자들에게 모두 해당하는 건 아니지만 정인선에게는 해당하는 말이다.
‘놀랍다’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할 듯하다. ‘마녀보감’ 첫 회에서 보여준 연기는 엄청났다. 그야말로 60분을 씹어 먹었다고 해도 될 정도의 카리스마와 존재감을 보여줬다. 반응은 곧바로 나타났다. 정인선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서 내려올 줄 몰랐고 네티즌들은 ‘이 배우 누구냐’, ‘미친 연기력이다’ 등 그를 향한 호평세례가 쏟아졌다.

“생각보다 반응이 뜨거워서 놀랐어요. 이렇게 좋아해 주셔서 감사해요. 요즘에는 시청자분들이 더 세세하게 알아봐 주시더라고요. 제가 뭘 의도했고 뭐에 힘줘서 연기했는지 전문가처럼 알아주는 걸 보고 ‘더 열심히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캐릭터가 너무 강렬해서 이 연기를 잘 끝내기만 해도 저한테는 가장 큰 발전이겠구나 생각했어요. 연기 잘했다고 하는데 감독님이 편집을 잘해주셨어요. 음향과 CG 모두 촘촘히 채워주셨고 여기에 선생님들의 열연이 더해져서 시너지가 된 게 아닌가 생각해요. 그래서 저로서는 마냥 주목받는 게 쑥스러워요.(웃음)”
아역을 거쳐 성인이 된 후 사극에 처음 출연한 정인선은 빈틈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연기 내공을 보여준 결과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이 계속됐고 주변 사람들의 연락도 이어졌다.
“예전에 같이 작품 했던 배우들과 감독님들이 너무 잘 봤다고 연락을 주셨어요. 자신들에게도 저에 대해 연락이 왔다고 얘기해주시더라고요. 세세히 봐주시는 것만으로 감사했어요. 시청자들 댓글을 보게 된 것도 주변에서 기사와 캡처한 걸 보내줘서 볼 수 있었어요.”
사실 정인선의 외모를 보면 러블리한 캐릭터가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이미지다. 참 예쁜 인형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하지만 얼굴만 보고 정인선을 판단했다면 극히 일부분만 본 거라 할 수 있겠다. 한복이 잘 어울리는 건 기본이고 무게감을 실은 사극 연기가 이렇게 잘 어울리니 말이다.
“감독님이 저를 보시고 해란 캐릭터에 대한 확신을 저보다 더 가져주셨어요. 사실 제 이미지를 봤을 때 이런 역할을 맡을 있는 기회가 흔치 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더 겁나기도 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쪽의 연기는 ‘마녀보감’ 속 연기예요. 잘한다는 개념보다는 제가 좋아하고 찾아보는 연기다 보니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감독님이 현장에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의 믿음을 주시기 걱정이 앞섰어요. 하지만 감독님이 믿어줘서 할 수 있었어요. 체력적인 한계가 왔을 때도 감독님이 섬세하게 얘기해주시면 힘을 받고 연기했어요.”
조현탁 감독이 정인선을 보고 확신한 캐릭터는 해란이었다. 해란은 신기를 가지고 있는 종무녀로, 홍주(염정아 분)는 아기를 갖지 못하는 중전 심씨(장희진 분) 대신 임신하게 되는 희생양이다. 단순히 대신 임신을 한 것 아니라 흑주술로 아기를 중전 심씨에게 뺏기고 홍주와 중전 심씨에게 저주를 내리고 죽는 캐릭터다.
그 과정에서 정인선이 보여준 연기는 강렬했다. 흑주술 때문에 공중에서 몸부림치는 연기부터 홍주의 멱살을 잡고 원망과 복수로 가득한 눈빛으로 무서운 말들을 쏟아내고 중전 심씨에게 중저음의 목소리로 저주하는 연기까지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는 열연이었다.
“정말 한 치의 거짓 없이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어요. 에너지도, 호흡도 제가 가지고 있는 걸 다 쏟고 싶었어요. 성인이 된 후에 사극은 처음이었는데 5대5 가르마는 큰 산이었어요.(웃음) 저의 못난 면들이 티가 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외양도 실력도 다 드러날 거라는 생각에 정말 많이 고민했는데 마음을 비우고 연기했어요.”
정인선은 무려 두 신에서 와이어 연기를 펼쳤다. 흑주술에 걸려 공중에 떠서 괴로워하는 장면과 홍주가 자신의 가족을 죽인 걸 눈앞에서 보고 분노하고 홍주의 멱살을 잡으러 가는 장면에서 와이어 연기를 소화했다.
“와이어 장면은 사실 제가 예상 못 했던 장면이에요. 대본 리딩 때 콘티를 받긴 했는데 생각보다 와이어에서 연기할 게 많더라고요. 그래서 액션 스쿨에 가서 연습했어요. 아무래도 몸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그게 유난히 아쉽더라고요.”
하지만 시청자들이 느끼기에 부족한 점은 없는 듯했다. 시청자들이 이처럼 생각한 데는 정인선의 철저한 준비가 있었기 때문이다.
“감독님이 확신을 해셨는데 대본을 보고 ‘진짜 큰일 났다’는 생각을 했어요. 선배님들은 힘을 안 줘서 연기해도 그림이 완성되는 것 같은데 저는 극 중 아팠다가 와이어를 탄다고 하고 저만 호흡이 떠 있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걱정이 앞서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고민을 같이하는 친구가 있어서 만나서 얘기했어요. 친구를 만나면 해답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친구도 ‘너 어떻게 할래?’라는 반응이었어요. 그래서 친구랑 계속 만나서 해란이란 인물도 구축해보고 포인트도 잡는 등 세세하게 많이 짰어요. 마지막 장면은 상황 자체가 칼을 맞고 피도 흘려서 몰입하기 쉬웠는데 거기까지 가기가 쉽지 않았어요. 걱정이었는데 세세하게 정리한 덕분에 잘 마칠 수 있었어요.”
이렇게 모든 에너지를 쏟아 열연하고 시청자들에게 엄청난 호평을 받았지만 정인선은 첫 회를 끝으로 ‘마녀보감’에서 하차했다. 특별출연이었기 때문. 시청자들은 다시 돌아오라며 크게 아쉬워하고 있다. 정인선도 아쉽기는 마찬가지.
“일찍 죽는 캐릭터라는 걸 알고 있었고 마지막 장면의 농도를 봤을 때는 2~3회까지 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1회에서 죽어서 아쉽기는 해요. 그래도 해란 역을 할 수 있게 돼서 감사했어요.”
강렬한 연기를 남긴 정인선은 여러 곳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그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연구하고 노력한 결과다.
“생각보다 오디션을 많이 다니고 있어요. 저도 어안이 벙벙해요.(웃음) 감사하다고 생각할 정도의 미팅들이 생겼어요. 조현탁 감독님한테도 많이 연락이 왔다고 하더라고요. 감독님이 저를 캐스팅한 게 아직도 신기해요. 정말 감사드려요.” /kangsj@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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