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조들호' 박신양, '변호인' 송강호가 보인다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6.05.17 06: 46

이보다 더 통쾌할 수 없다. '동네변호사 조들호' 속 박신양이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게 하는 '사이다 법정신'으로 안방을 사로잡았다. 송강호에 이은 레전드 법정신의 탄생이다. 
16일 방송된 KBS 2TV '동네변호사 조들호' 15회에선 에너지드링크 사건을 파헤치고자 고군분투하는 변호사 조들호(박신양 분)의 활약상을 담았다. 악에 받친 그에게 두려울 건 없었다. 
그가 노린 건 역시나 대화그룹 정회장(정원중 분). 그의 비리 때문에 에너지드링크를 마신 여고생이 죽음에 이르렀다는 걸 밝히고자 증인 출석을 요구했다. 

버티던 정회장은 결국 증인으로 나서게 됐다. 하지만 대형 로펌 금산의 김태정 변호사(조한철 분)는 '회장님 모시기'를 시작했다. 법정에서 모르쇠로 일관해야 한다는 '꿀팁'을 준 것. 
배운대로 정회장은 난데없이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들어섰다. 이를 본 조들호는 기가찬 듯 휠체어를 발로 툭툭 건드렸다. "법정에 올 때는 휠체어가 필수입니까? 어디 다리라도 부러진 거냐. 대체 이런 거는 어디서 빌리는 겁니까"라고 깐족대기도.
하지만 증인 심문에서 정회장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기계처럼 "모릅니다",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라는 코멘트를 되풀이했다. 그럼에도 조들호는 "2015년 기능성 음료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파워킹. 이름도 참 그지발싸개 같다"며 거침없이 굴었다. 
지독하게 현실과 닮은 법정신이었다. 과거에나 지금이나 대한민국에서 비리를 저지른 '회장님들'은 꼭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 "모른다"는 말만 반복하기 때문.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조들호라는 인물을 통해 이를 제대로 비꼬았다. 이를 연기한 박신양은 능청스러운 연기와 폭풍 카리스마로 레전드 급 법정신을 완성했다. 
조들호는 "대한민국 경제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정회장을 모시게 돼 무한한 영광"이라며 난데없이 바퀴벌레 모형을 던졌다. 그리고는 "벌떡 일어나게 만들려고 했는데 안 놀라시네"라며 멋쩍어했다.  
정회장의 거듭된 외면에도 조들호는 폭로 수위를 높였다. 막내아들 군 면제를 위한 로비, 국정원 차장에게 건넨 뇌물 등을 폭로하며 "증인이 하도 여러 사람에게 뇌물을 먹여서 옆길로 샜다"고 자극했다. 
공격은 계속 됐다. "본 변호인이 알고 있는 사실이 증인의 비밀 장부와 정확하게 일치하죠? 날 죽이라고 사주한 적 있죠? 본 변호인이 증인의 비밀장부를 봤을까요? 못 봤을까요?"라며 정회장을 몰아세웠다. 
이를 인정하면 장부를 공개하겠다는 말에 정회장은 말려들었고 조들호가 자신의 비밀장부를 본 것 같다고 인정하고 말았다. 조들호는 "나이도 있으신 분이 이렇게 아둔하시냐"며 호탕하게 웃었다. 
   
분노한 정회장은 결국 휠체어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를 내질렀다. 순간 조들호는 "아이고 기적이 일어났네. 벌떡 일어나셨네. 아이고야 깜짝이야"라며 어깨춤을 췄다. "이럴거면 휠체어를 왜 타고 오시는 건지"라고 마지막까지 '사이다 한 방'을 날렸다. 
영화 '변호인' 속 송강호의 휘몰아치는 연기는 지금까지도 레전드 법정신으로 꼽히곤 했다. 여기에 박신양의 연기가 추가돼야 할 터. 통쾌하고 시원시원한, 그래서 현실이 더 '고구마'처럼 느껴지는 박신양의 레전드 법정신이었다. /comet568@osen.co.kr
[사진] '동네변호사 조들호'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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