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톡톡]성시경이 비맞으며 '비처럼 음악처럼'을 열창한 이유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6.05.16 08: 41

준비된 큐시트에는 없는 노래였다. 성시경은 "이 노래를 불러드리고 싶다"며 콘서트에서 고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을 부르기 시작했다. 봄비가 장대비로 바뀐 그 순간이었다. 
성시경은 14~15일 이틀간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콘서트 '축가'를 개최했다. 올해로 5년째를 맞이한 이 공연은 5월을 대표하는 콘서트로 거듭났다. 이번에도 티켓 예매를 시작한 지 10분도 안 돼 전석이 매진됐다. 
문제는 날씨였다. 야외 공연이라 성시경은 매년 5월이 되면 일기예보를 수만 번 체크한다. 올해 역시 그를 살떨리게 한 일기예보. 하지만 기상청은 무심하게도 15일 비를 예고했다. 심지어 강풍까지 동반한 폭우였다. 

아니나다를까. 공연 시작 전부터 비는 억수로 쏟아졌다. 하지만 현장에는 우비를 갖춰 입은 팬들로 가득했다. 이미 2년 전 폭우 속 공연을 경험한 적이 있는 열혈 팬들이 대부분이라 가능했던 일. 
약속한 시각 성시경이 무대에 올랐고 그는 오프닝 내내 하늘이 원망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희 집이 불교를 믿는데 14일은 석가탄신일이라서 부처님이 도와주셨다. 하지만 오늘은 부처님으로도 커버가 안 되는 모양이다"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비를 쫄딱 맞고 있는 관객들을 보며 성시경은 거듭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허리 숙여 인사했다. "목 상태가 많이 안 좋은데 목이 찢어질 정도로 제가 열심히 노래하겠습니다"라며 추위에 떠는 관객들을 달랬다. 자신도 비에 흠뻑 젖긴 마찬가지.
정말 열심히 노래한 성시경이었다. '좋을텐데', '너는 나의 봄이다' 등 달콤한 노래부터 '팝콘', '봄이 좋냐' 등 귀여운 노래, '너의 모든 순간', '너에게' 같은 감미로운 노래들로 관객들을 포근히 감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구멍난 하늘은 더욱 노했다. 결국 성시경은 "원래 준비된 노래가 아닌데 불러드리고 싶다. 제가 술을 마시면 종종 부르는 노래"라며 고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을 들고 무대에 섰다. 
이 곡은 비오는 날 대표적으로 듣는 '레인송'. 안 그래도 구슬픈 가사와 멜로디인에 무심한 하늘을 원망하는 성시경의 절규(?)까지 더해져 환상적인 무대가 완성됐다. 피를 토할 정도로 거칠게 노래하는 성시경을 보며 객석은 감동의 바다를 이뤘다. 
그가 사전에 준비되지 않은 이 노래를 즉석에서 부른 건 궂은 날씨에도 자리를 지켜준 팬들을 위함이었다. 이날 공연의 백미는 아이오아이와 함께 '픽미' 춤을 추는 '댄스 성'이 아닌 즉석에서 '비처럼 음악처럼'을 부른 '성발라'였다. 덕분에 잊지 못한 추억을 만든 관객들이었다.  /comet568@osen.co.kr
[사진] 젤리피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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