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 '곡성'의 미끼, 나홍진 감독은 다 알고 찍었을까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6.05.12 16: 06

**이 글에는 옅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나홍진 감독의 신작 영화 '곡성'(곽도원, 황정민, 천우희 주연)이 오랜만에 말할 거리가 많은 한국 영화로 등장했다. 생각할 것도, 느낄 것도 많은 이 영화는 관객들의 오밀조밀한 여러 호기심을 끌어모으며 꼭 봐 볼만한 영화의 자리에 올라서고 있는 분위기다.
일단 영화는 오프닝에서부터 성경 구절로부터 시작하는 등 굉장히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작품이다. 음산한 기운과 함께 전해주는 성경 구절(누가복음 24장 37~39절)은 시작에서부터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들은 놀라고, 무서움에 사로잡혀서 유령을 보고 있는 줄로 생각했다.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너희는 당황하느냐? 어찌하여 마음에 의심을 품느냐? 내 손과 내 발을 보아라. 바로 나다. 나를 만져 보아라. 유령은 살과 뼈가 없지만 너희가 보다시피 나는 살과 뼈가 있다." 
영화는 관객들을 현혹시키거나 시험한다. 무수히 많은 복선과 암시의 조각들이 관객들에게 미끼를 던지는데, 초반에서부터 의미심장하게 등장하는 금어초의 꽃말은 수다쟁이, 욕망, 오만이다. 금어초는 곽도원의 눈으로, 그리고 카메라를 통해 관객에게 비교적 오랜시간 비춰지면서 영화의 응축된 메시지를 전한다. 
관객이 이 금어초의 의미를 찾기 위해 헤매는 가운데 영화의 곳곳에 뿌려져 있는 복선은 한시도 관객들의 눈을떼지 못하게 만든다. 영화는 순식간에 무속인 일광(황정민)과 일본 외지인(쿠니무라 준)의 속옷에서 힌트를 주고 무명(천우희)이 입고있는 군복으로 앞으로 닥칠 사건을 암시한다. 핏빛 광기 속에서 은유과 비유가 넘치는 이 영화에 '불친절하다'라고 불평하는 관객들이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관객을 현혹시키는 것을 넘어 시험시키는 장면도 있는데 일광과 외지인의 굿판 교차편집 신이 그것이다. 거대한 에너지의 충돌과 대결은 보는 이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영화를 다 본 후 이 장면에 대한 나홍진 감독의 '의도'를 궁금해하는 관객들도 많다.
그리고 쫓기던 외지인의 서러운 울음, 종구(곽도원)의 딸 효진을 연기한 아역배우 김환희의 "뭐가 중요헌지도 모르면서!"란 외침 등은 영화의 상영이 마친 후에도 관객들을 곱씹게 만드는 부분이다.
영화는 마지막까지 관객에게 '당신은 이 영화를 보며 선입견이 없었냐'고 묻는지도 모른다. 더불어 나홍진 감독에게 이 모든 계산을 다 하고 알고 찍었냐는, 어쩌면 당연한 질문을 하고 싶지만 역으로 이 영화는 감독 본인의 말처럼 정말로 믿는 대로 해석되는 최상의 오락영화일지도 모른다. 나홍진 감독은 미끼를 던졌고 관객은 물었다. / nyc@osen.co.kr
[사진] '곡성'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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