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태현, ‘엽기녀’의 영원한 짝 견우에게 [인터뷰]
OSEN 정소영 기자
발행 2016.05.11 16: 34

차태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은 비교적 단조롭다. ‘엽기적인 그녀2’의 견우나 ‘프로듀사’의 라준모 피디, 또는 ‘1박2일’ 속 코믹한 모습 등 철없고 순진하면서도 약간의 까칠함을 겸비한 모습이 여태까지 우리가 봐온 차태현이다.
하지만 다소 지루하다고 할 수 있는 이러한 일정한 이미지들도 매력적으로 느끼게 만드는 것 역시 차태현만의 능력이다. 벌써 데뷔한 지 20년이 넘은 현재까지 꾸준히 사랑 받고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 새삼 대단하다. 그 스스로 “내가 뭘 하든 견우 같이 보이는 걸 안다”라며 ‘자기 복제’를 인정했는데도 말이다.
“연기할 때 어느 역할에 들어간다기보다 ‘차태현화’ 시키는 편이다. 장점은 자연스러운 거고 단점은 비슷할 수 있다는 것. 견우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첫 영화였던 것도 있고 캐릭터 자체가 처음에 봤을 때도 나랑 비슷한 면이 있었던 것 같아서 하다 보니까 70~80%는 비슷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까 다른 영화에서도 ‘00하는 견우 같다’ 하시는데 나쁘지는 않았다.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들이 좋아해주시니까.”

차태현 배우 본인도, 그리고 많은 팬들이 기다렸던 영화 ‘엽기적인 그녀’가 이번에 속편으로 돌아왔다. 15년 만의 컴백에 기대가 모아진 한편, 이번 작품에서는 1편의 전지현이 비구니가 되어 떠나는 설정으로 논란 아닌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전작에 대한 예의를 저버렸다는 것.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부터 호불호가 갈릴 거라고 생각하긴 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랑 ‘어떻게 이따위 생각을 하지’라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비율로 따지면 전지현 씨 팬이나 영화를 좋아하셨던 분들이나 저도 그렇고 후자가 많은 것 같다. 근데 영화적으로 봤을 때 그녀가 바뀐 후 죽이지 않고 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설정이었다. 많이 세월이 흐르기도 했고 원래 영화에는 너무나 많은 설정들이 난무하지 않냐.”
사실 ‘엽기적인 그녀’는 견우 역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1편의 그녀, 전지현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많은 이들이 ‘엽기적인 그녀’하면 전지현을 가장 먼저 떠올렸고, 차태현 역시 속편에 임하는 소감에 대해 “이 영화에 대한 부담감은 전지현 밖에 없었다”라고 말할 정도.
“많은 분들이 당연히 전작과 비교를 하시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비교할 생각이었으면 이 작품을 안 했다. 전작을 이기려고 한 영화도 아니고, 처음부터 속편을 준비하고 만든 영화도 아니다. 진짜 속편을 가지고 제의가 왔었던 것도 많고 그게 벌써 몇 년 전 일이다. 결국 전지현씨가 안 나왔으니까 보시는 분들이 느끼시는 완벽한 속편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번에는 시나리오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었다. 엽기적인 그녀답게 써놨더라. 1편이랑 굉장히 비슷하게. 물론 그녀가 바뀌는데 ‘과연 이걸 해야하나’라는 생각도 했지만, 설득이 되서 그런 건지 무슨 느낌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견우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났었고, 조근식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없었으면 못 했을 것 같다.”
이처럼 ‘엽기적인 그녀’라는 작품에서 전지현이라는 의미는 남다르다. 그렇기에 이번 속편에서는 누가 그 빈 자리를 채울까하는 엄청난 관심과 기대가 모아졌고, 그 주인공은 빅토리아가 됐다. 그렇다면 ‘그녀’의 영원한 짝 견우로서 이번 속편의 그녀, 빅토리아는 어땠을까.
“외국 배우한테 볼 수 있는 새로움이라는 게 분명히 있다. 기존 한국 배우랑은 다른, 대사가 어색한 것을 떠나서 이런 식의 연기를 하는 것을 사람들이 본 적 없지 않냐. 이렇게 부담스러운 작품이 본인에게 들어 왔을 때 너무 행복해했다는 건 외국 배우였으니까 가능했다고 본다.그것 자체가 완전 신인도 아닌 이 아이한테 도전이기도 하고 너무 큰 기회이기도 했던 것 같다. 발음도 끝까지 연습을 해서 분명 어색한 건 있는데 너무 거슬린 정도의 어색함은 아니었던 것 같다.“
무려 15년을 거슬러서 발표된 속편으로 다시 한 번 견우와 이별을 앞둔 차태현은 이에 대해 진중하면서도 유쾌한 반응을 보였다. 단순히 다음 시리즈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아닌, 평생의 동반자와도 같은 견우 캐릭터에 굳이 작별을 고하지 않겠다는 것.
“내가 거창하게 견우랑 작별하겠다고 한다고 작별이 되겠나(웃음). 내가 연기하는 건데 섣부르게 작별이라는 얘기를 안 하려고 한다. 저는 그런 얘기 한 적 없는 걸로.”
차태현에게 ‘엽기적인 그녀’란 단순히 출연한 작품이 아닌 평생 함께 할 친구 혹은 자기 자신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견우라는 캐릭터가 차태현과 잘 어울리기도 했고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 분명 속편으로서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으나, ‘엽기적인 그녀2’는 단순히 그 이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차태현이 관객들에게 당부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실은 이게 아마 내 또래 분들이 봐야 돌아온 ‘엽기적인 그녀’지 않냐. 근데 찍으면서는 지금 10대나 20대가 봐도 재밌어 할 만한 영화를 만들자고 생각했다. 그 때 그 관객 분들이 보면 더 많이 호불호가 갈릴 테니까. 내 주위에는 20대가 많지 않아서 스태프한테도 ‘이게 괜찮은 건지’ 물어봤더니, 우리 와이프도 그렇고 다들 빅토리아 예쁘다고만 하더라. 그나마 그런 반응이면 다행인 것 같다. 그냥 코미디 영화로 봐줬으면 한다. (배)성우형하고도 지금 젊은 분들이 봤을 때 과연 이 취향이 어느 정도 맞는 건지 모르겠다고 얘기했다. 그래도 ‘엽기적인 그녀’만의 만화스러운 코미디가 약간 허용이 되는 영화니까 지금 보시는 분들이 재밌게 보셨으면 하는 게 크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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