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옥중화’ 진세연,이병훈 사극 신화 완성할까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6.05.11 06: 52

[OSEN=유진모의 취중한담]MBC에서 ‘수사반장’ 신화를 쓴 이병훈 PD는 1983년부터 1990년까지 유명한 신봉승 극작가와 손을 잡고 ‘조선왕조 500년’ 시리즈를 연출하며 안방극장의 사극 분야에서 단연 돋보이는 활약을 펼쳐갔다.
그 후 ‘허준’ ‘대장금’ ‘이산’ ‘동의’ ‘마의’ 등을 연출하며 ‘사극 하면 이병훈’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그는 자신의 이름을 확실한 브랜드로 완성했다. 그래서 MBC가 ‘창사 55주년 기념’이란 수식어를 붙일 만큼 기대를 건 새 주말드라마 ‘옥중화’는 쾌조의 출발을 보이며 시청자들이 이병훈 PD라는 이름에 얼마나 신뢰도를 지니고 있는지를 입증하고 있다.
‘옥중화’는 지난달 30일 첫 회에서 17.3%의 시청률을 올린 뒤 2회 20%, 3회 16.9%에 이어 지난 8일 4회에서 19.5%를 찍었다. 마치 턱걸이처럼 올랐다 내렸다 하는 가운데 4회부터 주인공 옥녀 역을 아역 정다빈의 바통을 이어받은 진세연이 처음 등장했다는 점에 기인해 향후 기대감을 높이지만 그녀에 대한 다수 시청자들의 평가를 감안한다면 약일지 독일지 판세는 오리무중이다.

이 드라마는 조선 명종 때를 배경으로 실존인물과 소설 속의 주인공을 비롯한 가상인물 등을 등장시킨다. 고아인 기구한 운명으로 전옥서(감옥)에서 태어난 옥녀(진세연)와 세도가인 아버지-당시의 여당 격인 소윤세력의 수장 윤원형(정준호)-로부터 버림받은 인물 윤태원(고수)이 남녀 주인공이다.
옥녀는 감옥이란 특수한 환경에서 자란 덕(?)에 풍부한 지식과 잡학은 물론 각종 손기술에 절정의 무술실력까지 만능의 재주를 익히게 된다. 이지함 임꺽정 황진이 대장금 등의 도움을 받아 역경을 헤쳐 나가는 가운데 태원과 특별한 인연을 이어간다.
옥녀와 대결구도를 이룰 중심은 원형의 첩에서 정실로 올라서는 정난정(박주미)과 원형, 그리고 그의 누나인 문정황후(김미숙)다.
아직 50회까지 가기엔 멀었기에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겠지만 시작부터 많이 봐온 이병훈 식 사극, 즉 무협지의 플롯이다. 기구한 운명으로 태어난 주인공이 갖은 역경을 거치면서 무공을 익혀 중원의 최고 고수가 돼 권선징악을 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밝히며, 가족사에 얽힌 복수를 함으로써 해피엔딩이 된다는 내용이 벌써부터 읽힌다.
사실 그런 클리셰는 이상할 것도 없고 핸디캡도 아니다. ‘별에서 온 그대’나 ‘태양의 후예’에서 보듯 드라마는 컬트가 아니라 상업적 공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많은 작가와 연출자들은 전형을 극복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 차별화의 전략으로 주인공의 비밀 형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혹은 소소한 재미를 주는 주변장치를 설치하기 마련이다.
이 드라마가 시작부터 별 설명도 없이 옥녀의 엄마 가비가 한 남자와 함께 자객들에게 쫓기는 장면을 펼치고 그 배후가 원형으로 밝히면서도 가비와의 관계를 숨긴 점이 원형과 옥녀의 비밀로 반전을 주겠다는 의도라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여기에 굉장히 중요한 인물로 그려진 사림파의 거목 조광조의 수제자 박태수(전광렬) 역시 옥녀와 원형의 심상치 않은 관계구도 안에서 삼각구도의 한 축을 완성할 인물로의 추측 또한 가능하다.
일단 시작은 썩 괜찮았다. 3000평의 대형 오픈세트가 자랑하는 위용은 사실감을 주기에 충분했고, 스피디한 전개는 전형적으로 지루한 경쟁사의 사극과 차별화돼 매회 1시간여가 길지 않았다. 화룡점정은 정다빈이었다. 드라마의 대부분의 성장과정에서 아역이 등장하는 앞부분은 제작진의 아킬레스건이기 마련인데 시청자들은 3회까지 주도한 정다빈에 대해 만장일치의 박수갈채를 보냈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전세연으로 넘어가는 과정의 암초다. 주절주절 증거를 늘어놓을 필요도 없이 진세연을 다룬 각 매체 리뷰의 댓글로 충분하다.
희한하게도 베테랑 배우인 박주미와 정준호에 대해 제기된 불만도 또 다른 걸림돌이다. 사극에서 주인공으로 자주 다뤄졌기에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캐릭터인 정난정인지라 상대적으로 박주미의 캐릭터 표현력이 어색하다는 혹평 일색이다. 그건 정준호 역시 마찬가지다. 정준호의 경우 ‘두사부일체’의 캐릭터가 워낙 강한 데다 최근 드라마 ‘달콤 살벌 패밀리’에서 또 그 연장선상의 역할을 맡은 선입견 탓이 크다.
약방의 감초 격인 조연이나 카메오는 진중한 사극의 긴장된 근육을 이완시킬 완충제 역할을 한다. 햄버거나 피자의 느끼함을 잡아줄 탄산음료 혹은 삼겹살의 파트너인 묵은지 역할이다. 그런데 욕심이 과했다. 전옥서 서리 지천득 역의 정은표는 안성맞춤이었지만 거리의 부랑아 천둥 역의 쇼리에선 사극의 진중함이 사라지고 예능의 가벼움이 확 밀려온다. 압권은 포도부장 양동구 역으로 등장한 이봉원이었다. 출연하는 예능마다 ‘사업으로 전 재산을 날리고 빚까지 졌다’는 식상한 개그를 펼쳐온 그를 통해 카메오의 재미를 주겠다는 제작진의 생각은 시대의 흐름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연실색케 했다. 
벌써부터 ‘마의’가 연상된다는 시청자도 적지 않다. ‘마의’는 역시 기구한 운명으로 낳자마자 고아가 된 광현(조승우)과 지녕(이요원)이 주인공이다. 광현은 은둔고수인 스승을 만나 천부적인 의술로 마의(수의사)를 거쳐 어의(임금 주치의) 자리에까지 오른다. 지녕 역시 죽을 운명이었지만 천신만고 끝에 목숨을 부지한 채 거리의 부랑아로 살다 기적적으로 탁월한 정치적 감각으로 양반 자리에 오른 뒤 세도가가 된 명환(손창민)의 양녀로 입양돼 명환의 외아들 성하의 청혼을 받지만 결국 광현의 편에 선다.
옥녀와 태원의 관계와 아주 비슷하다. 게다가 명환은 광현의 아버지의 죽마고우이지만 그를 배신하고 죽인 원수다. ‘옥중화’가 후반에 밝힐 ‘비밀’과 ‘반전’의 묘수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은 이유다.
역사를 배경으로 한 사극이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이유는 과거사의 고증과 재해석, 실존했던 인물과 그들과 공존했을 법한 가상의 인물의 상세한 묘사를 통한 타임머신 여행 효과 때문이다.
따라서 사극은 굳이 픽션적 요소를 풍부하게 집어넣은 신 조리법을 구사하려 노력할 필요가 현대극에 비해 덜하다. 만약 미래사회를 그린 SF나 새로운 차원을 그린 판타지라면 그게 당연하겠지만.
그래서 옥녀가 광현과 비슷한 무협지의 히어로가 되는 과정이 진부하더라도 상관없겠지만 문제는 주인공들의 캐릭터 표현력과 연기 소화력이다. 벌써부터 복수 이상의 주인공에 대해 그 문제가 지적되는 것과 더불어 타이틀롤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는 점은 향후 40여 회 내내 안고 가야할 숙제임은 분명하다.
현재의 주말 TV 편성표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최고 시청률은 저녁 7시 55분에 시작되는 KBS2의 ‘아이가 다섯’이다. 당연히 여자, 그것도 중년 이상의 시청자가 압도적일 것이다. 이 시청자들이 시청 후 잠시 한숨을 돌린 뒤 채널까지 돌려보리란 것은 자명한 사실. 더구나 이 시간대 소외됐던 남자 중장년층이 자연스레 자신들의 조건에 맞는 유일한 드라마로써 ‘옥중화’를 선택한다는 추측 역시 가능하다./osenstar@osen.co.kr
[칼럼니스트]
<사진> '옥중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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