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욱씨남정기’, 신뢰 없이는 회사도 없습니다
OSEN 라효진 기자
발행 2016.05.07 06: 55

단순히 월급과 노동을 교환하는 곳이라기엔, 회사는 모두의 삶 속 가장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 공간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 공간에서 한솥밥을 먹는 이들에게 회사란 또 하나의 집과도 같다. 단, 구성원들 사이 애정과 신뢰가 바탕에 깔려 있다는 전제가 붙는다. ‘욱씨남정기’의 러블리 코스메틱 식구들이 서로에게 보여준 무한한 믿음 같은 것 말이다.
지난 6일 방송된 JTBC ‘욱씨남정기’에서는 직원들의 지지를 받아 복귀한 옥다정(이요원 분)과 러블리 코스메틱의 회사 구하기 프로젝트가 그려졌다. 옥다정은 자신과 회사를 위기에 빠뜨린 전 남편 이지상(연정훈 분)에게 “직원들은 날 택했다”며 “당신이 차려 놓은 밥상을 제대로 엎어 주겠다”고 일갈했다. 그때부터 당하고만 있던 러블리 코스메틱의 반격이 시작됐다.
남들이 보기엔 작고 힘없는 중소기업일지 몰라도, 이들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삶의 터전이었다. 물론 이 안에서 만난 동료들 역시도 러블리 코스메틱 식구들에게는 지키고 싶은 누군가가 됐다. 고소를 당하고, 경찰에 붙잡히더라도 반드시 회사를 사수하려는 이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뭉클함을 안기기 충분했다.

회사를 크게 일으켜 직원들에게 돌려 주고 싶던 사장 조동규(유재명 분)의 욕심은 부메랑처럼 러블리 코스메틱을 덮쳤다. 그러나 옥다정은 숨쉴 구멍을 찾아냈다. 처음 황금화학과 이지상이 러블리 코스메틱으로부터 훔치려 했던 두 개의 브랜드 중 하나만 가져갈 수 있는 상황을 발견한 것이다. 대신 조동규가 이지상으로부터 사기죄로 고소당하게 됐다. 남정기는 “제가 대신 감옥에 들어가겠다”고 말했지만, 조동규는 이 같은 봉변을 애사심으로 버텨냈다.
남정기는 졸지에 절도범이 될 위기에 처했다. 옥다정의 요청으로 이지상의 비밀 장부를 빼돌려야 했던 것. 그러나 러블리 코스메틱 식구들은 이를 가만히 보고 있지만은 않았다. 남정기에게 주어진 부담을 덜기 위해 작전에 합세했고, 성공적으로 일을 마무리했다.
이들 사이에 조성된 끝 모를 신뢰는 양 부장(주호 분)과 김 상무(손종학 분)의 관계를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났다. 러블리 직원들과 양 부장 모두가 상부의 지시를 받고 비밀 장부를 노리는 와중에, 윗선의 태도는 극명히 갈렸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더라도 응원을 아끼지 않는 러블리에 비해, 김 상무는 “장부를 못 들고 올 거라면 두 번 다시 내 앞에 얼씬거리지 말라”며 양 부장을 내쳤다.
그런 김 상무 밑에서 일을 했으니, 러블리 직원들의 헌신에 양 부장이 공감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왜 이들은 손해를 보면서까지 뭉치는 걸까. 이에 한 과장(김선영 분)은 “다닐 회사가 없어지는 것 누구보다 잘 안다”며 “여기 있는 사람들이 너무 좋아서 지키려고 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옥다정 역시 “산해진미로 차린 밥상을 혼자 먹는 것과 맨밥에 김치라도 같이 먹는 것 중 어떤 것이 맛있겠나. 양 부장에게는 어떤 쪽이 더 행복한 사람으로 보이나”라고 묻는다.
소위 ‘헝그리 정신’이라는 것은 아무 데서나 발동되는 가치가 아니다. 굶더라도 같이 굶어 줄 수 있는 동료들이 있고, 내 재주를 알아 주는 상사가 있는 직장에서라야 희생과 헌신도 가능하다. 비록 남정기와 옥다정 보다는 김 상무가 훨씬 많은 세상이라는 사실이 씁쓸하게 다가올 지라도, 믿음 가득한 러블리 코스메틱 같은 직장 역시 어딘가는 존재한다는 것이 한 줄기 희망이다.
이날 이지상의 심복 강 팀장은 양 부장을 향해 “충성하면 밥을 주는 주인이 있고, 사냥이 끝나면 삶아 먹는 주인이 있다. 이렇게 충심을 다 할 만큼 김 상무는 믿을 만한 사람인가”라고 물었다. 그리고 양 부장은 김 상무의 마지막 명령에 끝내 복종하지 않음으로써 새 발걸음을 내딛었다. 양 부장도 현실을 사는 우리에게도 거대한 회사의 부품이 아닌, 이를 같이 일궈낸 사람으로서 대접 받는 직장이 존재하길 바라 본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욱씨남정기’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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