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계약' 이서진 "나이 들수록 멜로 어렵다" [인터뷰③]
OSEN 이소담 기자
발행 2016.05.06 07: 00

 tvN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 등 한동안 예능으로 시청자들을 찾았던 이서진이 화려하게 멜로로 귀환했다. 지난달 많은 사랑을 받으며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결혼계약’을 통해 주말 안방극장을 ‘서진앓이’하게 한 것. 이처럼 멜로전문배우로 통하는 이서진을 만났다.
이서진은 ‘결혼계약’에서 시한부 인생을 사는 여자 강혜수(유이 분)와 그녀의 딸 차은성(신린아 분)을 만나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 남자 한지훈 역을 맡았다. 초반 ‘츤데레’(대놓고 챙겨주기 보다는 틱틱거리면서도 챙겨준다는 뜻의 신조어) 면모를 보이다가 사랑에 모든 것을 던지는 로맨틱한 모습으로 여심을 휩쓸었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난 이서진은 ‘결혼계약’ 종영 소감과 멜로 연기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다음은 이서진과의 일문일답.
-예능에서 멜로 배우로 다시금 진가를 인정받았다.
쑥스럽다. 그냥 드라마가 잘 되면 다 좋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는가.
이맘때쯤이면 슬픈 멜로가 나오면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처음엔 안하려고 했는데 저의 이야기를 들어주시겠다고 하시더라. 워낙 훌륭하신 작가님이니까 조심스러웠는데, 제가 부탁드린 방향대로 흔쾌히 수정을 해주셨다. 3일 만에 말이다. 감동받았다. 그래서 이런 작품이라면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지훈은 초반엔 성격이 살짝 까칠하게 설정됐다. 사람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16부까지 잘 끌고 갈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제안한 건데 작가님이 흔쾌히 받아주셨다.
-김진민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나.
너무 좋았다. 연출을 너무 잘해서 깜짝 놀랐다. 제가 준비해 가는 걸 다 하게해주시니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신이 났다. 서로 너무 좋아서 촬영했던 기억이다. 물론 요구하고 항상 제 의견을 물어보셔서 피곤하긴 되게 피곤하다.(웃음) 계속 긴장을 하게 된다. 또 유이와 같이 하는 신은 어쨌든 제가 짜서 리드도 해야 하는 거니까.
-이렇게 잘 될 줄 알았나.(‘결혼계약’은 17.2%로 시작해 22.4% 시청률로 종영했다. 닐슨코리아 전국기준)
1~2부를 촬영하면서 ‘연출 되게 잘하네’라는 생각을 했다. 대본도 작가님이 늘 흡족하게 해주셨다. 초반 캐릭터 설정 얘기만 부탁드린 것 외에는 전적으로 작가님을 믿고 갔다. 1~2부가 나가고 나서 관계자 분들이 잘될 것 같다는 얘기를 해주시더라.
-초반 툴툴거리는 캐릭터는 생활 연기 아닌가.
초반에 어쨌든 까칠한 캐릭터로 바꿔달라고 한 것도 저고 tvN ‘삼시세끼’ 하면서 제 원래 성격을 사람들이 알게 됐지 않나.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 느낌을 갖고 가려고 했다. ‘연기냐, 실제냐’ 이렇게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런 게 보는 사람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았다. 대본 연습 처음 할 때도 작가님과 감독님이 연기하는 거냐, 본인 얘기하는 거냐고 하시더라.
-보통 예능하셨던 분들은 배우로서는 괴리를 두려고 하는데.
어차피 시작은 그렇게 해도 끝은 슬퍼진다. 캐릭터에도 변화가 오는 거라 시작은 자연스럽게 가다가 바꿔주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극중 ‘나 삼시세끼 해먹던 사람이야’라는 대사도 그런 의미인가.
극중 ‘요리 좀 해봤던 사람인데’라고 한 건데 제가 애드리브로 바꾼 거다. 원래 작가님도 ‘삼시세끼’를 염두하고 쓰신 대사라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 하면서 어떤 게 가장 마음에 들었나.
포인트가 있는 것 같다. 그전에는 안 그러다가 사랑한다고 느끼고 혜수가 시한부란 걸 알고 난 후부터 죽기 전에 모든지 다 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모든 표현이나 행동을 말이다. 처음부터 저보고 그런 오그라드는 대사를 하라고 했음 못했을 것 같다. 감정을 쭉 쌓고 난 다음이라 가능했다.
-극중 상황은 겪어보지 않았겠지만 어떻게 몰입했나.
드라마를 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옛날에는 이런 사랑의 감정을 가지고 이런 연애를 했던 것 같은데. 모든 걸 포기하고 얘만 있으면 될 것 같은 감정을 드러냈던 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못하는 거 드라마에서나 해보자는 마음이었다.(웃음)
-눈물 연기로도 화제가 됐다.
평소에 잘 안 운다. 그런데 제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젠 드라마를 보면서 울고 슬픈 노래만 들어도 운다고 하더라. 저는 그러진 않은데 이게 처음부터 눈물 연기를 하라면 못 울었을 텐데 쌓인 게 있으니까. 유이 보면 ‘얼마 못 사는 애인데’라며 진짜 그렇게 보일 때가 있더라.(웃음) 눈에 초점이 가끔 없을 때 ‘곧 죽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극중 캐릭터에 푹 빠져살았던 것 같다.
-감정에 빠져서 힘들진 않나.
저보다 여배우들이 더 그럴 것 같다. 물론 제가 10년 전에 이런 드라마를 했으면 또 달랐을 것 같다. 예전에 했던 연애를 생각해보면 그땐 자기중심적인 사랑을 했다면 지금은 사랑에 대한 폭이 넓어진 것 같다. 그래서 저희 선배님들이 멜로 연기를 하시면 기가 막히게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besodam@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결혼계약'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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