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우리는 왜 마블 히어로에 열광하나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6.05.09 11: 22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최신작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이번에는 아닐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깨고 무서운 기세로 흥행 기록을 내고 있다. 개봉 첫 날 영화 '명량'을 제치고 개봉 첫날 역대 최다 관객을 동원(72만 7,941명)했을 뿐 아니라 지난 2일에는 역대 외화 중 최단기간 4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또 다른 신기록을 수립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2016년 첫 천만 영화라는 타이틀을 얻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무서운 인기는 한 달 전 개봉한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때의 상황과 사뭇 달라 눈길을 끈다. '배트맨 대 슈퍼맨'의 누적관객수는 164만 5,724명으로 영화의 규모나 관객들이 가졌던 기대 등을 기준으로 볼 때 흥행에 실패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수치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개봉한 마블 영화들은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와 관계없이 성공적인 흥행 성적을 기록해왔다. 최근작들만 보더라도 2013년 개봉한 '아이언맨3'는 900만 1,309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고, MCU의 태동이라 할 수 있는 '어벤져스'(2012)는 707만 4,867명, 서울이 배경으로 나왔던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4)은 1049만 4,499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다만 같은 해에 나온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2014)는 396만 3,220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지만, 그마저도 다른 외화 성적과 비교할 때 우수한 편이다. 

이처럼 국내에서 마블 히어로들의 인기는 여느 유명 할리우드 배우도 따라가기 힘든 정도다. 문화나 환경이 다른 외화의 경우 그나마 스타 배우의 티켓 파워에 의존하는 편인데, 우리나라 극장가에서는 아무리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가 출연을 한다고 해도, 그의 티켓 파워 만으로 천만을 동원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유명 스타가 아닌 '마블 히어로'라면 조금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캡틴 아메리카나 아이언맨 등 마블의 영웅 캐릭터들이 이룬 흥행 성적을 보면 이는 쉽게 납득이 간다. 특히 마블 히어로들이 한 데 뭉친 '어벤져스'의 위력은 무시무시할 정도다. 
이처럼 마블 히어로에 대한 국내 관객들의 애정과 신뢰가 두터운 것은 '웃음'의 힘이 크다. 마블의 라이벌 DC코믹스가 하반기 내놓을 신작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코믹하고 가벼운 느낌을 더하기 위해 재촬영을 했다는 소문이 돌 만큼, 코미디는 마블 영화의 강력한 무기다. 마블 영웅들은 어떤 사건에서건 자신들의 캐릭터를 잃지 않는다. 심각한 상황에서 농담을 하는 아이언맨이나 특유의 소심한 면모를 드러내는 앤트맨의 모습이 그렇다. 여기서 심각하다가도 중간중간 웃음을 놓치지 않는 마블 영화의 유머러스한 면모가 만들어 지고, 힘을 발휘한다. 
물론, 마블 히어로 영화의 장점이 웃음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캐릭터별로 탄탄한 세계관을 구축해 놓은 것, 또 그들을 하나의 세계로 모은 MCU의 거대한 규모도 관객들의 흥미를 끄는 매력포인트다. 워낙 캐릭터별 세계관이 뚜렷하고 탄탄하다 보니, 관객들도 의심없이 마블의 세계 속에 푹 빠져들 수 있다. 이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많은 의문을 자아냈던 배트맨과 슈퍼맨의 관계를 떠올려 볼 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eujenej@osen.co.kr
[사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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