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직업 : ‘힙합의 민족’ PD 편[인터뷰]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6.04.29 10: 37

시청자들이 JTBC ‘힙합의 민족’ 방송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두 가지 정도일 것 같다. ‘할머니 래퍼들의 랩 실력이 대단하다’와 ‘제작진이 힘들겠구나’다.
평균 나이 65세 할머니 래퍼들이 젊은 사람들의 문화라고만 여겨졌던 힙합에 발을 내디뎌 랩에 도전하고 무대를 훌륭하게 소화하는 모습을 보면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할머니 래퍼들의 열정과 도전에 네티즌들은 ‘존경’을 표하며 극찬하고 있다.
하지만 8인의 할머니 래퍼 라인업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김영옥, 최병주, 김영임, 염정인, 양희경, 이경진, 이용녀, 문희경 등 한 마디로 표현해 ‘센 할머니’들이 총출동했다. 방송에서 할머니 래퍼들의 엄청난 신경전과 한 카리스마 하는 래퍼들도 할머니 래퍼들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듯이 제작진의 고충이 어느 정도 짐작된다.

그래서 ‘센 할머니들’과 함께 하고 있는 ‘힙합의 민족’의 PD들을 만나 그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1. 할머니 래퍼들과 함께 하는 작업 중에 가장 힘든 게 뭐예요?
“아무래도 체력과 기분이 연관돼 있는데 체력이 떨어지면 힘들어하셔서 상황을 맞춰가는 게 쉽지는 않죠. 그리고 할머니 래퍼들의 랩 실력을 올리는 게 쉽지 않아요. 정말 할머니 래퍼들의 랩 실력은 100% 노력이에요. 김영옥 할머니는 ‘디어 마이 프렌드’, 문희경과 이경진 할머니는 일일드라마를 찍고 있어요. 다들 본업이 있고 각자 짬을 내서 연습하고 있어요.”(송광종 PD)
“할머니 래퍼들이 본업도 신경 쓰지만 랩을 연습하는데 올인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랩이 안 늘어서 무대에 오르는 게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3~4개월 정도 지나니까 실력이 올라오더라고요. 오히려 녹화가 진행되고 3차 경연 정도 되니까 랩 실력이 향상된 게 보였어요.”(신영광 PD)
#2. 아무래도 할머니들이 힙합에 익숙지 않아서 할머니들을 적응시키는데 힘들었을 거 같은데?
“힙합의 근간이 되는 건 상황적으로 여유가 안 돼서 박자 감각만 계속 알려드리다가 녹화가 다가오면 곡을 정하고 가사를 완성한 후에는 그것만 반복적으로 하시도록 했어요. 처음부터 기초를 다지는 건 준비가 미리 됐으면 진행됐을 텐데 시행착오를 겪는 상황이라 할머니 래퍼들이 처음 한두 달은 박자 감각만 익히다가 무대를 해야 할 때는 곡만 반복적으로 연습했죠.”(신영광 PD)
#3. 촬영하면서 힘든 점과 뿌듯한 점을 꼽자면?
“대선배이다 보니 신경을 많이 쓰고 긴장을 많이 해서 쉽게 피로해지는 건 있어요. 오히려 편집할 때가 몸은 힘들어도 피로하지 않은데 신기하게 할머니들을 만나고 오면 피곤해요. 긴장을 많이 해서 그런가 봐요.”(신영광 PD)
“생각해 보면 궁극적인 건 선생님과의 작업이나 편집이 힘든 것보다 우리가 원하는 만큼 할머니 래퍼들의 랩 실력이 올라오지 않으면 힘들어요. 퍼포먼스가 나오면 작업도 재미있고 편집도 재미있는데 실력이 안 올라오면 본질적으로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에요. 몸이 힘든 건 모든 프로그램이 마찬가지니까요.”(신영광 PD)
#4. 할머니 래퍼들과 함께 하면서 감동받은 적이 있나요?
“할머니 래퍼들이 연습할 때는 많이 틀리는 경우가 있는데 무대에서 완벽하게 할 때 정말 좋아요.”(송광종 PD)
“녹화가 공연으로 진행돼서 리허설이 긴데 출연자들이 리허설 때 실수했다고 느끼면 계속 이어폰을 꽂고 연습하세요. 젊은 사람들도 그 정도 오랜 시간 연습하고 신경 쓰는 게 힘든데 대기실에서 편하게 계시는 게 아니라 노래를 계속 들으면서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에요. 그리고 할머니들은 랩 가사에 자신의 인생을 담으니까 한 마디, 한 마디가 인상적이죠.”(안성한 PD)
#4. 할머니 래퍼 중에 충격적이거나 놀라웠던 할머니가 있다면요?
“염정인 할머니요. 3차 경연 무대가 ‘이 정도까지 늘었네’라는 걸 보여줄 수 있는 무대였어요. 우승후보라고 생각했죠. 항상 무대에서 꼴찌를 했는데 3차 경연이 정말 기대되는 무대였어요. 리허설도 완벽했는데 사고가 생겨서 본무대를 보여주지 못한 게 아쉬워요. 김영옥 할머니는 초반에는 랩 할 때 한 번 놓치면 못 따라갔는데 이제는 여유롭게 하세요.”(신영광 PD) /kangsj@osen.co.kr
[사진] 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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