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계약’ 작가 “이서진·유이는 지훈·혜수 그 자체” [인터뷰②]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6.04.25 10: 00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사실 MBC 주말드라마 ‘결혼계약’이 시청률 20%를 넘긴 후 방송가에는 이 드라마가 이렇게까지 잘 될 줄 몰랐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시청률뿐만 아니라 한지훈(이서진 분)과 강혜수(유이 분)의 애절한 사랑에 눈물을 뚝뚝 흘리게 된다며 흡인력 높은 이야기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다. ‘결혼계약’은 김진민 PD의 따뜻하면서도 매끄러운 연출, 정유경 작가의 삶과 사랑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긴 이야기,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까지 드라마 흥행 삼박자가 들어맞았다.
시한부 인생의 여자, 이 여자를 사랑하는 재벌 후계자. 흔하디 흔한 설정일 수 있겠지만 정 작가는 이 속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랑과 가족애, 그리고 희망을 담았다. 그래서 안방극장은 지난 24일 종영까지 8주 동안 ‘결혼계약’을 보며 무던히 웃었고 울었다. 정 작가에게 궁금한 이야기를 물었고, 답을 들을 수 있었다.
# 아무래도 극성이 센 드라마가 많은 주말 드라마로 편성돼 초반에 걱정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자극적인 ‘막장 드라마’가 아니어도 주말 드라마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드라마 같은데 작가님의 생각은 어떤가요?

‘막장 드라마’를 쓰고 싶은 작가는 없습니다. 드라마 작가들의 사회는 솔직히 지금 ‘멘붕’입니다. 어떤 가치나 지향점을 가지기엔 지나치게 경쟁적이고 승자독식의 구조에 내몰려있습니다.
작가도 연출자도 방송국도 모두 두려움에 가득 차 있는 것 같아요. 밀려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밀려나면 아무도 보호해주지 않으니까요. 이건 우리 사회의 문제와 다르지 않습니다. 막장 드라마가 나오는 배경에는 이런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어떡하든 살아남아야하니까요. 저 역시 그런 데서 한 치도 자유롭지 않은 사람이어서 늘 힘겹고 고달팠습니다. 이 작품의 작은 성공이 모두에게 ‘그런 두려움에서 좀 벗어나도 된다’는 위안을 주면 좋겠습니다. (말해놓고 보니 좀 거창해지고 말았네요)
# 배우들의 열연 역시 화제가 됐습니다. 처음부터 이서진과 유이라는 남녀 주인공의 조합이 드라마에 잘 녹아들 것이라고 생각했나요? 두 배우의 나이 차이가 좀 많은 편입니다. 그리고 연기력이 부족하다고 지적을 받았던 유이 씨의 연기력이 방송 내내 칭찬을 받았습니다.
두 사람의 나이 차가 보완되었던 이유는 아마 캐릭터 탓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지훈은, 나이는 많지만 소년 같고, 혜수는 어리지만 속 깊은 캐릭터입니다. 그래서 묘하게 중화되지 않았나 싶네요. 유이 씨는 정말 놀라운 몰입력을 보여준 것 같습니다. 그건 아마 유이라는 실재하는 인간이 가진 품성에 기인한 바도 있는 것 같아요. 참 반듯하고 순수하고 씩씩한 사람이어서, 그 자체로 혜수 같은 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서진 씨는 두말할 나위도 없고요. 가식 없고 솔직한 그의 매력이 한지훈이라는 캐릭터와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여주어서, 저 역시 저 사람이 한지훈인지 이서진인지 분간이 안 될 때가 많았습니다. 이렇게 모든 것의 합이 맞아떨어지기가 힘든데, 이번에 참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다른 연기자 분들도 다 그랬습니다. 꼭 그 자체로 그 사람들인 것 같았어요.
# 연출자인 김진민 PD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이번에 저로서는, 누구보다 감사해야할 분이 김진민 감독님입니다. 대본에 대한 무한 신뢰를 보여주었거든요. 무한신뢰라는 것,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걸 받으면 인간은 백퍼센트 능력을 발휘하게 돼 있습니다. 아마 감독님은 이 신뢰를, 연기자들에게도 스태프에게도 보여주지 않았을까 싶은데,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일하게 된 것은 오로지 감독님의 그 품성 덕분입니다.
허세로 가득찬 방송가에 이런 진정성 있는 사람이 남아있다니, 너무 신기하고 이상할 지경이었습니다. 신뢰가 깊으니 대본에 대한 이해가 깊고, 무엇을 강조하고 살려야 하는지 그 지점을 정확하게 캐치하고, 빼어나게 연출해주셨습니다. 이런 연출가와 일하게 되다니 살다보면 이런 행운도 오는구나, 그저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 혜수가 아프다는 것을 알게 된 다음부터 지훈이가 혜수에게 말을 놓는 것 같습니다. 말을 놓으면서 두 사람이 더 애틋해지고 설레는 감정을 공유하는 것 같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작가님이 생각하고 쓴 부분인가요?
처음부터 계획했던 것은 아니지만, 어느 순간, 그렇게 써졌습니다. 아마 아픈 혜수가 오빠처럼 지훈에게 기대면 좋겠다는 마음이 반영된 것 같아요.
# 집필을 하느라 고생이 많으셨을 텐데 이른 질문이긴 하지만,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저희는 또 언제 작가님의 새로운 작품을 볼 수 있을까요?
다음 계획은 아직 없습니다. 지금은 그저, 일하는 동안 소홀했던 가족과 즐겁게 놀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언젠가 일이 주어지면 또 하게 되겠지...덤덤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jmpyo@osen.co.kr
[사진]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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