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칸 VS 부산, '웃픈' 영화제 희비교차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6.04.26 06: 49

 참으로 '웃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세계적으로 가장 큰 영화제에서 무려 3년 만에 한국 영화가 본선에 진출한 것을 놓고 마냥 시원하게 웃을 수 없는 것은. 부산영화제 때문이다. 정상적인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표류하고 있는 부산영화제와 본선 진출에 이어 총 5편의 영화가 초대를 받아가는 칸영화제가 빚어내고 있는 희비교차. 이것이 한국 영화계의 현주소다.
다음달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열리는 제69회 칸영화제에는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린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와 함께 총 5편의 영화가 초대됐다. 나홍진 감독의 '곡성'은 비경쟁부문,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은 미드나잇 스크린, 윤재호 감독의 '히치하이커'는 감독주간 단편 부문에, 한예종 재학생 박영주의 '1킬로그램'이 시네파운데이션에 초대를 받았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칸영화제 진출 유력작이 많아 기대감이 컸던 해다. '아가씨'가 예상대로 경쟁부문에 진출했고, '곡성'이나 '부산행' 같은 영화들도 개봉을 앞두고 세계인의 주목을 받게 됐다. '히치하이커'나 '1킬로그램'이 관심을 받게 된 것도 고무적이다. 한국 영화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 감독을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은 영화 강국의 자존심을 조금이나마 세워 볼 수 있는 좋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마냥 좋을 수 없는 것은 그 사이 더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부산영화제의 '고난' 때문이다. 부산영화제와 부산시의 갈등은 최근 들어 영화계와 부산시의 갈등으로 번졌다. 부산영화제 측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영화계는 부산영화제가 지금 겪고 있는 진통이 2014년 '다이빙벨'의 상영이 부산시의 심기를 건드려 생긴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당시 부산시장 자격으로 부산국제영화제의 조직위원장을 맡은 서병수 시장은 영화제에서 '다이빙벨' 상영을 반대했고, '다이빙벨' 상영을 이미 결정했었던 부산영화제는 이를 번복없이 강행했다.
이후 약 1년 반 동안 부산시는 부산영화제 집행위원회를 지도, 점검할 뿐 아니라 20여년간 부산국제영화제를 이끌어 온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해촉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였다. 부산시의 이 같은 대응에 반발한 것은 영화계였다. 영화계의 움직임을 대표하는 조직으로는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여성영화인모임, 영화마케팅사협회 등 9개 단체가 있는데, 이들은 부산영화제를 위해 힘을 모은 범 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부산시가 주도한 일련의 일들을 '부당한 간섭'으로 규정, 올해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해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후 부산시와 부산영화제는 각각 따로 취재진을 만나 입장을 밝혔다. 부산시는 "부산영화제와 부산시의 관계가 탄압의 프레임으로 인식 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며 부산영화제와의 갈등을 '오해'라고 했다. 또 "작년 영화제 같은 경우 '다이빙벨' 사태가 있었어도 잘 치뤄졌다. 왜 금년에 와서 그런가 생각해보면 '다이빙벨'이라기보다는 감사원의 감사로 인해 고발을 하게 되고 이용관 위원장의 임기가 금년 2월에 만료 됐기 때문에 거취와 관련돼 갈등이 표면화됐다고 생각을 한다"고 전했다. 
이어 부산영화제 측은 영화제가 올해 영화제에 대해 "많은 분들이 레드카펫 등을 걱정하고 계시지만 애초에 영화제에서 레드카펫은 주된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다양한 영화를 소개하고 영화의 장을 만드는 영화제로서 어떤 방식이 되든 이 영화제를 지켜내고 싶은 마음 뿐이다"고 영화제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알렸다.
부산영화제는 여러모로 칸영화제를 '벤치 마킹'했다고 알려진 영화제다. 동양의 칸을 바라며 20년을 지켜왔다. 그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고, 멈추지 않고 가야하는 이 시점, 예상치 못했던 장애물을 어떻게 넘어가야 할까.  /eujenej@osen.co.kr
[사진] '아가씨' 스틸 컷, 한국영화감독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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