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레터] 케이블 시즌제, 주~욱 늘어진다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6.04.20 18: 33

'시즌제'는 지상파에 맞설 케이블의 무기다. 적당한 시기에 치고 빠지고, 적절한 휴식으로 제작진·출연진의 피로를 풀고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방송 후 불거지는 문제 요소들을 자연스럽게 재정비할 시간 확보도 가능하다. 때문에 시즌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늘 긍정적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케이블 시즌제는, 안타깝게도 늘어져도 너무 늘어진 분위기다. 매너리즘에라도 빠진듯, 초반의 신선함은 거의 잃고 결국 '그 나물에 그 밥'식 전개가 반복된다. 시청자들은 차츰 따분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미국 NBC로부터 포맷을 가져온 tvN 'SNL코리아'가 여기에 속한다. 당초 '생방송 쇼'라는 지상파도 시도하지 못한 파격적인 콘셉트에, 19금을 넘나드는 수위와 속시원한 풍자와 패러디가 곁들어지며 큰 관심을 받았던 'SNL코리아'는 벌써 일곱번의 시즌을 반복한 상황.

이 과정에서 정치 풍자는 아쉽게 증발하고, 스타를 배출하던 크루들의 활약도 날이 갈수록 정체기다. '여의도 텔레토비', 'GTA' 시리즈를 잇는 새로운 화제 코너도 마땅한 게 없다. 물론 호스트에 따라 평가가 엇갈리기도 하지만, 초반의 그 '파격'과 '신선함'은 확실히 감소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시초로 꼽히는 Mnet '슈퍼스타K'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당초 대국민 오디션으로 손꼽히며, 모두의 관심을 집중케 했던 '슈퍼스타K' 역시 시즌제를 거듭하면서 난관에 봉착한 상황. 오디션 프로그램의 흥행으로 우후죽순 범람한 지상파·종편·케이블의 오디션들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오디션의 시대가 끝났다'고 말하기엔 최근 종영한 '프로듀스101'이 흥해도 너무 흥했다.
물론 'SNL코리아'도 '슈퍼스타K'도 이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다방면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알다시피 'SNL코리아'는 매 시즌마다 크루를 교체하거나, 새로운 코너를 투입해 반응을 살핀다. 시즌을 거치면서 심의 등급도 19세와 15세를 오갔다.
'슈퍼스타K'는 심지어 시즌8 넘버링도 버렸다. "한층 새로워진 모습으로 시청자에게 다가가겠다"는 의지를 앞세워 '슈퍼스타K 2016'이라는 타이틀을 차용한 것. 7년을 이어오던 타이틀 역시 변화를 주며, 기존 '슈퍼스타K'와는 차별화된 요인들을 기획, 개발중이다.
나영석 PD도 반복된 시즌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여전히 막강한 시청률과 화제성을 겸비하는 스타 PD임에는 변함없지만, 최근 '여행' 콘셉트를 반복해 보여주는 것에 대해서 일부 시청자의 아쉬운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물론 나 PD 역시, 시즌제를 반복하면서 매해 새로운 프로그램 하나씩을 선보이는 원칙을 지키고 있는 상황.
케이블 시즌제에 대한 우려는 지나친 기우일 수 있다. 이렇게 많은 이의 관심이 쏠린 것 역시도 케이블 프로에게 있어서는 '성공'인 것도 맞다. 케이블은 여전히 지상파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참신하고 과감한 기획을 선보이고 있고, 젊은 시청자의 입맛을 만족시키고 있다. 다만, 여태껏 케이블이 발빠른 변화와 트렌드를 주도했던 특성을 앞세워 지금의 위치로 성장해왔던 것을 감안한다면, 위기라 느껴질 만한 현상황에서 또 한 번 매너리즘을 씻고 고민과 변화에 고심할 시기가 아닐까. / gato@osen.co.kr
[사진] tvN, Mne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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