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무도’ 젝키 완전체, H.O.T 팬인데 왜 자꾸 눈물이 나죠?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6.04.17 15: 30

“응답하라 1997!” ‘무한도전’이 젝스키스의 16년 만에 완전체 컴백 무대를 준비하며 안방극장을 울리고 웃겼다. 젝스키스 팬이 아니었고, 심지어 ‘라이벌 구도’였던 H.O.T 팬들마저 사로잡은 재미와 감동의 방송이었다.
지난 16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지난 해 연말부터 준비했던 ‘토토가 시즌2’의 첫 방송이 펼쳐졌다. 2014년 말 방송돼 추억의 노래 신드롬을 일으켰던 ‘토토가’는 이번에 젝스키스 재결합 무대를 마련했다. 이미 방송 전 많이 알려진대로 젝스키스가 게릴라 콘서트를 하는 과정을 통해 1997년 그 때 그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구성이다.
1997년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H.O.T의 대항마로 등장해 2000년 5월 해체까지 최정상의 자리를 지켰던 젝스키스.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였던 은지원은 잔소리 많고 심지어 엉뚱한 예능인이 돼 있었고, 과묵해서 멋있었던 장수원은 어색한 연기력으로 ‘장로봇’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폭발력 있는 춤사위를 보여줬던 이재진과 김재덕은 춤을 출 때마다 아이고 소리를 해야 하는 30대 후반의 나이가 됐고, 노래 실력과 각이 잡힌 머리스타일은 그대로이나 참 우여곡절이 많은 남자 강성훈도 짠하기 그지 없었다. 해체 후 연예계를 떠난 고지용은 양복이 어색하지 않은 사업가가 돼 있었다. 그렇게 6명의 과거 아이돌그룹 젝스키스는 안방극장에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모습으로 웃음과 감동을 선사했다.

지금의 엑소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H.O.T, 젝스키스, 신화, god 등 1세대 아이돌그룹으로 불리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의 인기 아이돌그룹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들의 팬들은 지금 아이돌그룹 팬덤이 온라인상에서 투닥거리는 것 이상으로 살벌한 전쟁을 현실에서 벌일 정도로 오빠들에 대한 사랑이 컸다. 그래서 이들이 한데 모였던 대형 콘서트 현장은 전운이 감돌 정도였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H.O.T와 젝스키스 팬들이 치고박고 싸운 일은 과장된 사건이 아니었다.
지금이야 서로 친하지만 H.O.T와 젝스키스는 활동 기간이 겹치지 않았고 멤버들간의 친분도 크지 않았다. ‘무한도전’에서 타도 H.O.T를 외치며 연습을 했다는 젝스키스의 일화가 어쩌면 당연했던 분위기였다. 그만큼 두 그룹은 경쟁하며 팬덤을 키웠으며, 인기와 영향력을 높였다.
속절 없이 흘러간 세월은 멤버들도, 그리고 그들을 열렬히 사랑했던 팬들도 늙게 했다. 그리고 젝스키스의 재결합을 추진한 ‘무한도전’을 바라보는 젝스키스의 팬이 아닌, 특히 H.O.T 팬들이 받는 격한 감동과 추억 소환은 상당히 거세다.
춤을 추는데 숨이 차서 곡소리가 절로 나고, 진지하게 무대를 이야기하다가 서로에 대한 농담으로 끝이 나는 젝스키스의 모습은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 오빠들을 사랑했던 모든 아이돌그룹 팬들을 흐뭇하게 했다. H.O.T 팬이라서 젝스키스의 무대를 흠집 잡기 위해 오히려 더 많이 보며 견제했던 마음이 부끄럽지 않고 아름다운 추억이 될 정도로 그때 그 시절 소녀들은 순수했다. H.O.T 역시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이들 역시 젝스키스가 그래했듯이 팬들을 위해 한 무대에 오르는 기적 같은 일을 도모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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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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