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나홍진, '믿.보.감' 한국영화 위기설 끊었다 [웰컴 칸영화제②]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6.04.15 07: 00

 4년 만의 경사다. 한국 영화가 오랜만에 칸영화제 본선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자존심은 깎일대로 깎여있었던 상황. 해가 더해갈수록 더 강도 높게 제기됐던 위기설은 이로써 당분간 유예 가능한 문제가 됐다. 특히 이번에는 칸영화제의 관심을 놓쳐본 적이 없었던 박찬욱, 나홍진 감독뿐만 아니라 첫 실사 영화를 선보이는 연상호 감독까지 세 명 감독의 영화가 각각 장편 경쟁부문, 비경쟁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이름을 올린 것이라 눈길을 끈다. 
# 박찬욱, '아가씨'
박찬욱 감독이 영화 '올드보이'(2004)로 제57회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것이 벌써 17년 전이다. '올드보이'로 일약 세계적인 스타 감독의 자리에 오른 그는 2009년 많은 관심 속에 2009년 제62회 칸영화제에서 '박쥐'로 심사위원 상을 받았다.  

그의 칸영화제 세번 째 진출작은 '아가씨'다. '아가씨'는 1930년대를 배경으로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 그리고 백작에게 고용된 아가씨의 하녀를 둘러싼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이다. 박찬욱 감독이 '스토커'(2013) 이후 3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라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이 영화는 하녀 역의 배역 오디션 당시 '노출 수위는 최고 수준이며 협의 불가'라는 조건을 내건 바 있어 화제를 모았는데, 여기서 뽑힌 신예 김태리는 무려 1500 대 1이라는 경쟁률을 뚫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찬욱 감독은 봉준호, 이창동, 홍상수, 김기덕 등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감독 중 하나다. 과장된 감정, 인간의 본성과 죄의식에 대한 탐구, 표현주의적인 스타일 등이 특징인 그의 영화는 외국인들이 '한국 영화'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대표적인 작품들이기도 하다. 칸에 가기만 하면 빈손으로 돌아온 적은 없었던 그가 올해도 심사위원들의 지지를 받을 지 기대감을 모은다.  
# 나홍진, '곡성' 
나홍진 감독은 내놓는 영화마다 강한 리얼리티로 충격을 주는 동시, 빠르고 감각적인 연출을 통해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는 연출자다. 그는 '곡성'까지 세 편의 장편영화를 내놨는데, 세 편 모두 칸영화제에 초청을 받았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나홍진 감독은 첫 장편 데뷔작 '추격자'(2008)가 지난 제61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되면서 칸영화제와의 인연을 시작했다. 이어 그의 두번 째 영화 '황해'(2011)가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고, 올해 '곡성'으로 다시 한 번 칸을 찾을 예정. 
'곡성'은 나홍진 감독이 4년 만에 내놓는 신작으로 낯선 외지인이 나타난 후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 사건을 그리는 작품이다. 나홍진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애초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15세 관람가를 받으며 예비 관객들로부터 '의외'라는 반응을 얻었다. 
# 연상호, '부산행' 
연상호 감독은 앞서 언급된 두 감독에 비해 다소 낯선 인물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실 연상호 감독과 칸영화제의 인연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애니메이션 감독 출신인 그는 제65회 칸영화제에 자신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2011)으로 감독주간에 초청돼 주목을 받았다. 특히 '돼지의 왕'은 한국 애니메이션으로는 사상 처음 칸에 초청을 받은 것이라 더욱 화제가 됐다. 
그런 그는 올해 실사 영화를 연출했는데, 좀비 영화인 '부산행'이 그것이다. '부산행'은 이상 바이러스가 나라를 뒤덮은 재난 속, 서울역을 출발한 부산행 KTX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으로 먼저 나온 '서울역'의 속편격인 이 영화에서 연상호 감독이 어떤 매력적인 연출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이 영화는 개봉 시기를 정하고 어느 정도 대중에 노출이 된 앞의 두 작품들과 달리, 아직까지 베일에 쌓여 있는 미지의 작품이라 더욱 관심을 모은다. /eujen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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