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희, 전도연 이어 '칸의 여신' 될까? [웰컴 칸영화제③]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6.04.15 07: 01

 독특한 매력의 배우 김민희가 생애 처음으로 칸의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공식 경쟁 부문에 초청된 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를 통해서다. 이로써 그는 데뷔 17년 만에 세계 최대 국제영화제에 초대되며 국내뿐 아니라 세계의 주목을 받는 여배우로 우뚝서게 됐다. 
'아가씨'는 제69회 칸영화제의 공식 장편 경쟁부문의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한국 영화로서는 지난 2012년 영화 '돈의 맛'(임상수 감독), '다른 나라에서'(홍상수 감독)가 같은 부문에 후보로 선정된 후 4년 만에 이룬 쾌거다.
'아가씨'와 함께 경쟁 부문 후보로 오른 작품은 스무 편인데, 캐나다 자비에 돌란 감독의 '단지 세상의 끝(It's only the end of the world)', 미국 짐 자무시 감독의 '패터슨'(Paterson), 숀 펜 감독의 '더 라스트 페이스(The last face)' 등이 포함됐다. 

국내 많은 작품 및 영화인들이 칸영화제와 인연을 맺었지만, 경쟁 부문의 역대 수상자 배출은 많지 않았다. 2002년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2004년 박찬욱 감독이 '올드보이'로 심사위원 대상, 2007년 배우 전도연이 '밀양'으로 여우주연상, 2009년 박찬욱 감독이 영화 '박쥐'로 심사위원 상을 받은 것이 전부다.
그 중에서도 감독들의 수상이 압도적인 가운데, 유일한 배우 수상자 전도연의 여우주연상 수상은 한국 배우의 위상을 한 단계 높여 준 의미 있는 사건이었다. 2007년 이래 약 10년간 한국에서는 전도연의 기록을 깬 배우가 나오지 않았고, 그는 다시 2014년 칸영화제의 심사위원으로 위촉되며 한국이 배출한 공식적인 '칸의 여인'으로 인정받았다. 
그리고 김민희가 올해 이 같은 선배의 아성에 도전한다. '아가씨'는 1930년대 한국과 일본을 배경으로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 그리고 백작에게 고용된 아가씨의 하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 하정우, 조진웅 기라성 같은 두 남자 배우가 있긴 하지만, 두 명의 여성 캐릭터가 극의 중심에 선 만큼 여주인공인 김민희의 비중이나 활약이 도드라져 보일 수밖에 없다. 
17년간 김민희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을 해왔다. 배우로 가장 먼저 탁월한 연기력을 입증받은 작품은 영화 '화차'(2012)다. 그는 극 중 결혼을 앞두고 사라져 버리는 묘령의 여인 차경선 역을 맡아 폭발하는 에너지와 흡인력을 보여줬다. 이후 '연애의 온도'에서는 보는 이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생활 연기를,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에서는 홍상수 감독의 '뮤즈'로 분해 제68회 로카르노 영화제에 초청을 받기도 했다. 
아직 영화는 베일에 싸여있는 터라 확인할 수 없지만, 먼저 공개된 스틸 컷만 봐도 배우들의 연기나 박찬욱 감독 특유의 독특한 연출이 기대되는 바다. 과연 김민희는 국제영화제라는 벽 앞에서 선배의 선례를 따라갈 수 있을까? 10년 만에 또 다른 '칸의 여신'이 탄생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eujenej@osen.co.kr
[사진] '아가씨'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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