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K팝스타5’ 유희열, 어떻게 안예은을 알아봤을까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6.04.13 07: 11

[OSEN=유진모의 취중한담]SBS ‘일요일이 좋다-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 시즌 5’(이하 ‘K팝스타5’)가 지난 10일 1, 2위를 가르는 결승전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대상은 이 프로그램의 전통(?)대로 소울에 강한 이수정이 받았고, 필자가 음악성으론 단연 최고라고 일찍부터 치켜세운 싱어 송라이터 안예은이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런데 가만히 시즌5를 볼라치면 유희열만 크게 득을 보는 모양새다. 원래 스타인 박진영과 양현석 역시 이 프로그램을 통해 더 이상 얻은 것도, 얻을 것도 별로 없다. 가시적으로 ‘K팝스타’가 이들에게 안겨 준 특혜는 거의 없어 보인다.
하지만 유희열은 다르다. 시즌3에 유희열이 처음 합류할 당시만 해도 사실 안테나뮤직은 경연자들에게 성지가 아니라 그저 그런 군소 기획사 수준이었다. 하지만 시즌4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결국 과정을 통해 유희열의 인간미 혹은 음악적 색깔 때문에 시각이 바뀐 것이다. 두 가지 모두일 수도 있다. 

그 소득은 벌써 나타났다. 시즌3에서 YG는 장한나와 이채영을, JYP는 버나드박 이채연 이채령을, 안테나는 샘김과 권진아를 각각 얻었다. 공교롭게도 안테나가 영입한, 혹은 안테나를 선택한 두 신인은 모두 훌륭한 기타리스트다.
지난 10일 방송에서 샘김은 드디어 자신의 첫 음반의 신곡 ‘노 눈치’를 공개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우선 외모가 확 달라졌다. 과거에 샘김은 연예인이 되고 싶어 경연에 참가한 16살 소년에 불과했지만 2년 만에 유희열이 멋이 철철 흘러넘치면서도 음악성을 완벽하게 자기 것으로 다듬은 무서운 신예 뮤지션으로 만들었다. 그에게서 군에 입대하기 전의 이승기나 군에서 갓 제대했던 때의 유승호가 보인다.
‘노 눈치’는 샘김의 주특기인 어쿠스틱 기타를 업비트의 리듬에 그루브를 최대한 덧칠한 소울풀한 펑키 재즈록퓨전이다.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전설적인 세계 3대 재즈록퓨전 밴드로 추앙받는 마하비시누 오케스트라, 웨더 리포트, 리턴 투 포에버 중에서 웨더 리포트의 향기가 살짝 풍긴다.
상업적인 감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양현석 대표는이 이날 샘김의 무대 뒤에 ‘위너는 샘김과 양현석’이라는 식의 코멘트로 아주 적확한 지적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우승자 이수정은 거침없이 안테나를 선택했다. 
보컬 실력만으로 따지자면 이수정이 안예은보다 훨씬 뛰어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안예은 역시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개성 강한 색채와 창법의 보컬리스트인 것 역시 확실하다. 유희열은 일본의 록밴드 동경사변의 보컬리스트 링고를 언급했지만 안예은은 링고보다 훨씬 더 풍부한 성량과 깊은 창법, 그리고 유니크한 개성의 소유자다. 자우림의 김윤아와도 차별화되는 개성의 소유자다.
안예은 역시 트레이닝 과정에서 유희열의 도움을 받았음은 물론 엄청난 반전드라마를 썼다. 첫 경연곡 ‘홍연’으로 박진영과 양현석에게 불합격 카드를 받았으나 유희열의 와일드카드로 기사회생한 뒤 과연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자아냈지만 매번 엄청난 신곡을 들고 나오면서 결승까지 오르며 ‘K팝스타5’의 인기에 첨병 역할을 했다. 누가 뭐래도 그녀의 가장 큰 능력은 피아노 연주를 기본으로 한 뛰어난 작사 작곡 편곡 실력이다.
‘홍연’은 빠른 왈츠에 얹은 가요적 분위기의 멜로디가 다분히 비극적인 사극 뮤지컬의 주제곡 냄새를 물씬 풍기고, ‘스티커’는 재즈를 베이스로 마치 클래식 소품이나 뮤지컬 주제곡을 연상시킨다. ‘경우의 수’는 재즈를 가요적으로 표현했는데 뉴에이지와 크로스오버 스타일의 이소라보다 더 날카로운 비장미를 지녔다.
기본적으로 진성과 가성을 적당하게 넘나들면서 푸념하듯 혹은 읊조리듯 토해내다 못해 뱉어내는 듯한 그녀의 창법은 그 누구도 따라오기 힘들 만큼 유니크하다. 여기에 적절한 뮤팅(묵음)과 카덴차(절정의 연주)가 들어간 편곡기법과 보조를 맞추는 소화력은 매우 뛰어나다.
그렇다면 유희열은 어떻게 안예은을 알아봤을까? 유희열은 클래식의 기초가 상대적으로 탄탄하고 다양한 음악을 골고루 듣는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박진영은 거의 대부분의 음악을 ‘JYP화’하지만 유희열은 안테나를 다양한 뮤지션들의 개성에 따른 공방으로 만든다는 점이 다르다. 개개인의 고유함을 인정하고 평가할 줄 아는 유희열이 안예은을 몰라볼 수가 없는 이유다./osenstat@osen.co.kr
[칼럼니스트]
<사진>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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