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 송중기, 멍뭉이와 흑시진 사이 [태후 종영 D-1③]
OSEN 라효진 기자
발행 2016.04.13 06: 30

 오랜만에 만나는 순정파에 직진파, 객관적 미모까지 겸비한 남자 주인공이었다. 담백하거나 치명적인 로맨스를 쌓아 가는 요즘 남자 주인공들 사이에서 촌스럽다거나 오글거린다는 핀잔을 받을 수도 있지만, 이런 캐릭터가 그리웠던 것도 사실이다. ‘태양의 후예’ 신드롬의 주역, 송중기 이야기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환상종’이라 불리는 만큼, KBS 2TV ‘태양의 후예’ 속 유시진(송중기 분) 캐릭터는 완벽하다. 외모, 성격, 체력, 뛰어난 두뇌에 평판까지 좋은 남자가 나만 봐 준다고 하니 비현실의 끝이라 한들 꿔 보고 싶은 꿈이다. 굳이 흠을 잡자면 다소 위험해질 수 있는 직업 뿐. 두 번 이상 찍으면 범죄자가 되는 세상에 열 번을 찍어도 밉지 않은 눈빛은 물론이고, ‘내 여자’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마초 냄새 나지 않는 뽀송한 미소가 자칫 올드해질 수 있는 캐릭터를 중화시켰다.
장군들의 눈치도 보지 않는 유시진이지만, 강모연(송혜교 분)에게만은 주인 앞에서 얌전해지는 대형견처럼 변한다는 점도 설렘 포인트다. 매번 위험한 상황을 겪고 돌아 오는 유시진에게 강모연은 서운함과 걱정이 반반씩 섞인 시선을 보낸다. 강모연의 눈치를 보느라 한껏 주눅 든 표정을 짓는 유시진의 모습이 여심을 자극한다. 그러다가도 애정 표현을 할 때는 전혀 주저하지 않는다. ‘츤데레’ 남주가 판치는 작금의 드라마계에 오히려 신선한 캐릭터로 다가가기 충분했다.

남녀를 막론하고 ‘일 할 때가 가장 섹시하다’는 말이 있듯,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거기에 열중하는 모습은 늘 통한다. 강모연 앞에서 대형견이었던 유시진은 작전을 수행할 때 ‘흑시진’으로 변한다. 목표물을 노리는 서늘한 얼굴과 명중률 100%의 엄청난 사격 솜씨는 폭풍 후진 만큼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총칼이 오고 가는 위급한 순간에도 상황을 정리하는 재빠른 판단력은 덤이다.
이 정도면 2000년대 초반을 들썩이게 했던 ‘인소남(인터넷 소설 남자 주인공)’의 전형을 다시 보는 듯도 하다. 그러나 사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여성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아 온 캐릭터는 ‘태양의 후예’ 속 유시진과 매우 흡사하다. 결국 유시진의 폭발적 인기는 송중기 그 자체와, 언제나 통하는 고전적 캐릭터의 시너지 효과라고도 볼 수 있을 듯하다.
대형견과 흑시진, 혹은 그 사이를 오가는 유시진의 이중생활을 감상할 기회도 이제 이번 주가 마지막이다. 평범치 않은 남자 주인공의 사랑이 평범한 해피엔딩을 맞을지 궁금해진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태양의 후예’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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