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재의 무회전킥] 기성용-손흥민 주춤, 유럽파 에이스는 구자철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6.04.12 12: 23

겨우내 역경을 딛고 만발한 봄 꽃은 더 아름답다.
올 시즌 한국인 유럽파의 기상도가 바뀌었다. 기성용(27, 스완지 시티)과 손흥민(24, 토트넘)이 주춤한 사이 구자철(27, 아우크스부르크)이 에이스로 떠올랐다. 양축이었던 기성용과 손흥민이 부진한 사이 그간 크고 작은 부상으로 빛을 보지 못했던 구자철이 날개를 활짝 펼쳤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이들의 희비가 시즌 말미 엇갈리고 있다. 
▲ 400억의 사나이 손흥민

당초 시즌을 앞두고 가장 큰 기대를 모은 건 손흥민이었다. 그는 독일 분데스리가 활약을 발판 삼아 지난해 여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문인 토트넘으로 적을 옮겼다. 이적료만 3000만 유로(약 400억 원)에 달했을 정도로 기대가 어마어마했다.
출발은 좋았다. 홈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데는 2경기면 충분했다. 지난해 9월 이청용의 소속팀인 크리스탈 팰리스(1-0 승)와의 리그 경기서 결승골을 꽂더니 카라바흐(3-1 승)와의 유럽유로파리그에서 멀티골을 작렬했다.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부상에 발목이 잡혀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손흥민이 9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그라운드를 밟지 못하는 사이 경쟁자들이 그 작은 틈을 파고들었다. 델레 알리, 에릭 라멜라 등이 맹위를 떨치자 자연스레 부상에서 돌아온 손흥민에게 선발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마저도 확실한 임팩트를 심어주지 못했다. 교체로 나오면 무언갈 보여주기엔 시간이 짧았다.
그나마 긍정적인 건 최근 정상적인 폼을 되찾았다는 것이다. 손흥민은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리버풀전에 선발 출격해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공격포인트는 없었지만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서도 짧은 시간 교체 출격해 컨디션이 올라왔음을 증명했다. 향후 활약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 터줏대감 기성용의 위기
기성용은 대표팀과 소속팀서 가장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던 존재였다. 소위 대체불가능한 자원이었다. 대표팀에선 주장 완장을 찬 그라운드의 사령관이었다. 소속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중원에서 중심을 단단히 잡았다. 기성용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곧 경기력으로 나타났다.
최근 소속팀 주전 경쟁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 1월 프란체스코 귀돌린 감독 부임과 2월 경미한 뇌진탕 증세 등 잔부상이 맞물린 까닭이다. 기성용은 최근 리그 2경기 연속 결장했다. 교체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끝내 그라운드를 밟지는 못했다. 
귀돌린 감독은 지난 9일 첼시전서 잭 코크와 르로이 페르를 중원에 배치했다. 2일 스토크 시티전서는 코크와 페르에 더해 레온 브리튼을 내보냈다. 예전 같았으면 기성용이 반드시 한 자리를 차지했겠지만 기대는 빗나갔다. 지난달 31일 아스톤 빌라전서도 선발 출격해 후반 시작과 동시에 브리튼과 교체 아웃됐다.
소속팀과 기성용의 분위기는 정반대다. 강등을 걱정하던 스완지는 최근 6경기서 4승 1무 1패로 반등했다. 어느덧 12위로 껑충 뛰어 올라 잔류 안정권에 들었다. 반면 기성용은 6경기 동안 기회를 잡지 못했다. 선발로 나선 건 단 2경기인데 이마저도 전반만 뛰고 그라운드를 나왔다. 교체로 6분 뛴 게 1경기, 벤치를 달군 게 2경기다. 1경기는 명단 제외됐다.
기성용은 지난 시즌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공수 연결고리 역할뿐만 아니라 공격력도 폭발했다. 미드필더임에도 리그 8골로 팀 내 최다골을 기록했다. 스완지의 고공비행을 이끈 주역이었다. 올 시즌 온도 차는 크다. 리그 1골에 그치고 있다. 소속팀 입지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잘 나가던 기성용에게 예기치 않던 위기가 찾아왔다.
▲ 구자철의 비상
구자철은 특출난 기량에 비해 유럽 무대에서 꽃 피우지 못한 재능이었다. 동나이대 최고의 재능으로 꼽혔지만 기성용, 이청용 등에 한발 뒤처졌다. 시작이 좋지 못했다. 구자철은 제주 소속으로 K리그를 접수한 뒤 지난 2011년 겨울 청운의 꿈을 안고 독일 볼프스부르크로 떠났다. 유럽은 다른 차원의 전쟁터였다. 쟁쟁한 경쟁자들에 밀려 기회를 잡지 못했다.
구자철에게 아우크스부르크 임대는 신의 한 수였다. 2012년 겨울 임대를 떠나 15경기 5골로 극적인 잔류를 이끌었다. 잔류전도사의 긍정 기운은 다음 시즌에도 이어졌다. 21경기 3골, 쏠쏠한 활약으로 2시즌 연속 잔류를 이끌었다. 다시 볼프스부르크로 돌아와 자리를 잡지 못하던 구자철은 2014년 겨울 마인츠 역대 최고 이적료(500만 유로, 약 72억 원)를 기록하며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구자철은 마인츠에서 기대 만큼의 몸값을 해주지는 못했다.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2013-2014시즌 리그 14경기 1골에 그쳤다. 다음 시즌엔 23경기 5골을 터뜨리며 부활했지만 만개하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여름 '찰떡궁합'의 아우크스부르크로 완전 이적했다.
못 다 피운 기량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만개했다. 구자철은 올 시즌 리그 23경기에 나와 8골을 넣었다. 커리어하이다. 지난 2014-2015시즌 마인츠서 모든 대회를 통틀어 7골을 뽑아냈던 그는 한 시즌 만에 자신의 최다골 기록을 갈아치웠다. 유럽유로파리그서도 8경기에 출전하며 팀의 32강행에 일조했다.
구자철은 지난 9일 베르더 브레멘전에 경고 누적으로 결장했다. 소속팀은 홍정호의 극적인 결승골에 힘입어 리그 6경기 무승 늪에서 탈출하며 잔류 희망을 밝혔다. 과거 아우크스부르크서 구자철과 잔류를 합작했던 지동원도 또 한 번의 기적을 준비하고 있다. 구자철에겐 장밋빛 미래만이 남았다./doly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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