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톡] ‘듀엣가요제’만의 스토리텔링, 시청자 홀렸다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6.04.09 10: 55

 음악 예능이 봇물 터진 요즘, 모든 음악 프로그램을 소위 ‘짝퉁’으로 취급하고 평가절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건 사실이다. 사실 우리는 너무 많은 음악 예능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나 일반인 실력자가 노래를 부른다는 기본 축은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씩 변주돼 있다. 종이 한 장 차이지만 그 속에서도 각자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프로 가수와 아마추어 실력자가 꿈의 무대를 만들어 감동을 선사하겠다는 콘셉트를 잡은 MBC 예능 ‘듀엣가요제’는 그런 의미에서 성공적이다. 지난해 추석 파일럿으로 방송됐을 때부터 그런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올 초 설 연휴 두 번째 파일럿을 내보냈고 재정비를 마쳐 이젠 됐겠다 싶은 확신이 섰는지 정규 편성을 확정했다.
편성을 확정 후 첫 방송 된 지난 8일 방송분은 색다른 장르의 가수들과 사연이 깊은 일반인들을 초대해 무대를 꾸몄다. ‘복면가왕’의 가왕 출신인 EXID 솔지와 에프엑스 루나가 맞대결을 펼쳐 관심이 쏠렸는데, 역시나 두 사람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무대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우승은 솔지-두진수 팀이 차지했다.

모든 음악 예능이 그러하듯, 가수들이 청중단으로부터 몇 점을 얻느냐가 가장 중요한 관심사이다. 하지만 ‘듀엣가요제’에는 그 어떤 갈등이나 경쟁 구도가 없다. 있다고 해도 그렇게 피 튀기게 치열하지 않다. '지면 또 어떠랴'하는 마음으로 임하는지 잠깐 왕좌에 앉았다 일어났는데도 모두가 싱글벙글이다. ‘듀엣가요제’가 우승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아마추어 실력자의 꿈을 이루게 해주고, 다시 한 번 희망을 심어준다는 의도를 지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출연하는 일반인들은 가수가 너무 하고 싶은데 현실적인 요건이 갖춰지지 않아 현업과 겸업하며 꿈을 놓치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다. 물론 음악이 좋아서, 가수와 한 무대를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에 나오는 이들도 있다. 출연 조건에는 제약이 없지만 중요한 것은 노래를 좋아하고 사랑해야한다는 것이다. 가수든, 참가자든 지는 일에 트라우마나 승부욕이 있다면 내면 갈등으로 인해 혼자만 피곤할 수도 있을 터다.
어찌 됐든 즐거운 마음으로 꿈의 무대를 만들어보겠다는 ‘듀엣가요제’는 자신만의 스토리텔링으로 성공적으로 안착한 모양새다. 앞으로 일요일 오후를 이끄는 ‘복면가왕’과 MBC의 음악 예능 자존심을 이끌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purplish@osen.co.kr
[사진]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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