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태후’의 최소 분량·최대 활약, 현쥬니·지승현
OSEN 라효진 기자
발행 2016.04.08 18: 05

 ‘태양의 후예’가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이끄는 데는 주인공을 둘러싼 블록버스터와 로맨스만 주효했던 것이 아니다. 한 번 던진 ‘떡밥’은 무슨 일이 있어도 회수하는 김은숙 작가의 필력은 극 중 모든 캐릭터들을 생동하게 하는 힘이다. 이 드라마에는 태백부대부터 해성병원 의료진, 우르크 지역 사람들까지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누구 하나 허투루 소비되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표닥’ 표지수(현쥬니 분)와 북한군 안정준(지승현 분)은 KBS 2TV ‘태양의 후예’ 속 최소 분량에도 최대 활약을 하고 있는 대표적 캐릭터다. 가끔은 드라마라서만 가능할 판타지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들은 정말 존재할 것 같은 현실적인 모습으로 극에 흥미를 더하고 있다.
표지수는 강단은 있지만 살갑지는 않은 성격 탓으로 병원 곳곳에 적을 만드는 강모연(송혜교 분)이 유일하게 믿고 기댈 수 있는 인물. 병리과 전문의로 강모연과는 대학 시절부터 둘도 없는 절친이다.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를 탄 채 생활하지만 병원 안을 누구보다 자유자재로 활보하고 다니며 거친 입담을 뿌린다.

강모연이 우르크 모처의 절벽에 매달려 비명횡사할 위기에 처했을 때 녹음한 유언 속에도 표지수는 등장했다. 건물 계약건을 언급하며 환불을 당부할 정도면, 정말로 친한 친구라는 소리가 아닌가. 의료봉사를 나가 있는 친구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보내 주고, 비싼 국제전화를 걸어 매번 안부를 묻는 표지수 덕에 강모연은 든든했을 터다.
표지수의 차진 입담은 강모연과의 통화에서 빛을 발했다. 그는 우르크의 강모연에게 생필품을 보낸 후 “뭘 보냈으면, 지지배야. 고맙다, 잘 받았다. 말이 있어야 할 것 아냐”라고 면박을 준다. 바빠서 풀어보지도 못했다는 대답이 돌아오자 표지수는 “뭐가 바쁜데. 대윈가 뭔가랑 키스했다며? 오늘은 둘이 싸웠다며?”라고 장난스레 묻는다. 정말로 당시 유시진과 다툰 강모연이 깜짝 놀라며 어떻게 알았냐고 묻자 “찍었다, 이X아”라고 말해 큰 웃음을 줬다. 두 사람이 주고받는 대화는 그야말로 ‘현실 친구’를 연상케하기 충분했다.
안정준은 ‘태양의 후예’ 첫 방송에서 유시진(송중기 분)과 ‘공동경비구역 JSA’를 연상케 하는 살벌한 대치로 긴장감을 북돋다가 지난 6일 방송부터 재등장했다. 유시진과 안정준은 서로를 향해 총칼을 겨누고 피까지 봤다. 그러나 안정준이 거대한 음모의 희생자가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유시진은 그에게 무기를 들이대는 대신 말로서 상황을 풀어나가고자 한다. 그는 앞으로 유시진에게 닥칠 마지막 시련의 힌트같은 존재다.
피칠갑을 한 채 메스를 휘두르며 자신을 지키려 하는 야수 같은 모습부터 낮고 위협적인 목소리로 유시진과 나눈 일촉즉발의 대화까지, 안정준은 매우 짧은 분량에도 엄청난 존재감을 자랑했다. 평양냉면과 초코파이로 유시진과 하나 되는 대목도 자칫 우스꽝스러워질 수 있었지만, 강렬한 카리스마로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켰다.
이처럼 표지수와 안정준은 가장 적은 분량으로 큰 임팩트를 준 ‘태양의 후예’의 가장 경제적인 캐릭터다. 두 캐릭터를 맛깔나게 소화해 낸 현쥬니와 지승현의 앞날에 쏠리는 기대감이 더욱 높아지는 이유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태양의 후예’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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