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현장]‘태후’ 울고 ‘돌아저씨’ 웃고, 엇갈린 심의 도대체 왜?
OSEN 박판석 기자
발행 2016.04.06 17: 28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드라마 속에서 사용한 대사에 대해서 심의했다. 욕설이 문제가 됐던 KBS 2TV ‘태양의 후예’는 권고, 남성 비하적인 단어를 사용한 SBS ‘돌아와요 아저씨’는 문제없음이 결정됐다. 똑같은 시간대에 방송된 드라마에서 대사 때문에 문제가 된 사안이 다른 결론이 난 이유는 무엇일까.
6일 오후 서울시 양천구 방송회관 19층에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소위원회 임시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는 '태양의 후예' 8회 방송에서 서대영(진구 분)가 욕설 대사를 사용한 것과 ‘돌아와요 아저씨’ 8회에서 홍난(오연서 분)의 남성 비하적인 발언에 대해 심의했다.
이날 소위원회에서 뜨거운 감자는 ‘태양의 후예’였다. 회의에 참석한 방송심의소위원회 위원들은 욕설 대사가 방송의 흐름을 보면 이해가 되고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히면서도 ‘태양의 후예’가 시청자들과 국민에게 가지고 있는 파급력과 영향력을 고려하여 문제없음으로 넘어갈 수 없고 권고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최종적으로 합의했다.

일부 위원들은 지상파에서 방송된 ‘태양의 후예’ 속 욕설 대사가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심의의 기준은 방송심의에 관한 법령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만든 방송언어가이드라인이 되어야 한다. 특정 사례를 기준으로 삼는 것은 애초에 원칙이었던 기준을 버리는 것과 다름없다.
‘태양의 후예’에서 욕설 대사는 다이아몬드를 위해서 다른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악당을 향해 서대영이 내뱉는 분노의 대사였다. 극의 흐름으로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고 복무 중인 특수부대 군인인 서대영 상사가 충분히 할 수 있는 대사였다. 이에 대해서는 방송심의소위원회 하남신 위원도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봐도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 가는 욕설이었다는 의견이 많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같은 날 회의에서 언급된 방송언어 가이드라인 드라마 부분 6호는 ‘15세 이상 시청가 등급으로 오후 10시 이후에 방송하는 드라마에서는 시청자가 불쾌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악의 없는 욕설이나 비속어가 지나치게 반복적이지 않으면 사용될 수 있다.’ 내용을 담고 있고 7호는 ‘19세 이상 시청가 등급의 드라마에서는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수준의 욕설이나 비속어가 반복적이지 않으면 사용될 수 있다. 다만 성기나 성행위 등의 성적 표현이 포함되거나 특정 지역 또는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경멸의 의미가 포함된 욕설 등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태양의 후예’는 15세 이상 시청가로 오후 10시 이후에 방송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서대영의 욕설은 반복적이지도 불쾌하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태양의 후예’는 전국민적인 사랑을 받고 있기에 그렇지 않은 다른 드라마들의 욕설 대사 사용에 대해 경고를 하여야 하므로 권고 조치를 받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돌아와요 아저씨’에 대해서는 별다른 논의도 없었다. 장낙인 위원만 “고추라는 단어 사용이 별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며 “남성이 여성에게 했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여성이 했기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없음 의견을 내겠다”라고 말했고 다른 위원들도 별다른 말없이 동의했다.
‘돌아와요 아저씨’ 속 홍난의 대사는 남자의 영혼이 들어가 있는 여성의 입을 통해 남자의 성기에 대해 표현했다. 이에 대해 불쾌했다는 시청자들의 민원을 받아들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안건으로 상정됐다. ‘돌아와요 아저씨’ 제작진도 남성 대 남성의 대결 구도를 부각하기 위한 것이라고 공식입장을 내서 해명한 바 있다. ‘태양의 후예’와 마찬가지로 극의 흐름으로는 충분히 이해가 되는 대사였기에 문제없음으로 결론을 내린 것에 대해서는 이해가 간다.
문제는 방송통신심의위원들의 고무줄 기준이다. 같은 시간대에 방송되는 같은 등급의 드라마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심의에 상정해서 제대로 된 논의도 하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화제가 덜 되는 드라마에 관해서 관심을 두지 않는 것으로 보일 소지가 있다. 애초에 ‘돌아와요 아저씨’를 심의에 상정한 것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는 의견도 있다.
결국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국민의 신뢰를 얻고 방송을 만드는 이들에게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사안별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기보다 일관된 기준을 가지고 공정하게 심의하는 것이 중요하다./pps2014@osen.co.kr
[사진] KBS, SBS 제공, '태양의 후예'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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