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A4 산들이 '삼총사' 달타냥에게[인터뷰②]
OSEN 선미경 기자
발행 2016.04.05 11: 40

산들(24)에게 뮤지컬 '삼총사'는 특별한 작품이다. 분명 처음 도전하는 뮤지컬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이 작품을 기다려온 것 같은, 운명 같은 뮤지컬이다. 그래서 요즘 산들은 더 설레고 긴장되는 기분이다. 운명 같은 이 작품을 만나 무대 위에서 더 멋진 달타냥으로, 그가 생각하고 해석한 그 달타냥의 모습을 온전히 보여주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보이그룹 B1A4의 일본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날에도 밤늦은 시각까지 연습을 했다. 해외에서 막 귀국한 후, 다시 연습 일정을 소화하기가 힘들어 보이지만 막상 연습실에 가면 오히려 에너지를 받는다는 그다.
아직 '삼총사' 달타냥으로 무대에 오르기 전, 같은 역할에 캐스팅된 신우와 산들을 만났다. 전날 귀국해 연습 스케줄까지 소화하고 힘들 법도 하지만, 이른 아침 만난 그들은 에너지가 넘쳤다. '삼총사'와 달타냥에 대해 서로 토론하듯 생각을 말하는 두 사람. 볼 때마다 참 열정적이다. 그래서 이들과의 인터뷰는 더 즐겁다. 이 운명과도 같은 작품을 잘해내기 위한 산들과 신우의 땀과 노력이 고스란히 전해져 함께 듣고만 있어도 짜릿해졌다.

산들의 평소 모습을 봤을 때 그는 달타냥과 매우 잘 어울린다. 그래서 그런지 산들은 처음 뮤지컬에 도전했을 때부터 주위에서 "뮤지컬을 한 4년 동안 '삼총사' 달타냥 한 번 해봐라"라는 이야기를 매번 들었다고. 그래서 '삼총사'는 산들에게 왠지 모르게 익숙하고 운명처럼 느껴지는 작품이 됐다.
"다른 뮤지컬 연습 중에 '삼총사' 오디션이 진행되면, '너 삼총사 안 할래? 달타냥 해봐라'라는 이야기를 4년 동안 매번 들었어요. 보지는 못했지만 그걸 하면 인생 캐릭터가 될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올슉업'의 엘비스가 저랑 잘 맞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 분장선생님도 그 소리를 하셨어요.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고, 기대도 컸어요. 더 에너지를 쏟고 있는 것 같아요."
신우는 그런 산들을 달타냥에 가장 최적화된 인물로 꼽았다. "처음 달타냥한다고 했을 때 전부터 산들이 이미지도 흡사한 부분이 많고, 가장 최적화 돼 있다고 생각했어요."
'삼총사'는 산들이 출연하는 네 번째 뮤지컬이다. 2012년 '형제는 용감했다'를 시작으로, '올슉업', '신데렐라', 그리고 '삼총사'. 그 에너지와 실력은 차근차근 쌓였고, 뮤지컬에 참여할 때마다 산들 자신의 방식대로 캐릭터를 만들며 열중하고 있다. 그게 매력이다.
"재미있어요. 공연할 때 저는 캐릭터들의 성격 중에서 나와 안 맞는 건 없다고 생각해요. 캐릭터를 대할 때 심플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했어요. 내가 생각한 달타냥의 느낌, 달타냥이 나타나서 삼총사를 이끌어주고,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이끌 수 있는 에너지가 돼야겠다고 생각하는 거죠. 저도 활기차지만 제 안에 진지함도 있고 여러 모습이 있잖아요. 그런 걸 주인공에게 대입시켜서 하다 보면 제가 표현한 캐릭터가 되는 거죠."
다만 걱정도 있다.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삼총사'의 달타냥은 풋풋하고 정의로운 청년. 물론 맞는 말이지만 너무 유쾌하거나 밝고, 간혹 가볍게만 생각될 수 있는 캐릭터다. 이런 부분들이 산들에게는 걱정이기도 하다.
"달타냥은 유쾌하고 에너지가 있고 힘찬 캐릭터가 맞아요. 하지만 가볍게만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달타냥의 마음속은 누구보다 뜨거운 다짐을 가진 친구예요. 항상 가지고 있죠. 신념이 강하기 때문에 어떤 것에 대해 폄하하거나 그런 말을 들으면 더 진지해지는 거죠. 예를 들어 저는 부산에서 서울로 오면서 노래로 마음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가수가 되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런 다짐 때문에 삼총사를 이끌 수 있는 거고, 제가 느낀 그 진한 느낌, 뭔지 모르겠지만 뜨거워지는 마음, 불을 지펴주는 역할이죠."
산들은 달타냥을 연기하면서 그 '다짐'을 잊지 않고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했다. 너무 진지해서 때로는 그 모습이 우습게 보일 수 있는 인물. 달타냥이 가진 신념을 잊지 않고 연기에 임하기 때문에 마냥 웃기기만 한 캐릭터가 아닌 그 신념이, 진지함이 행동에 자연스럽게 묻어나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삼총사'가 특별한 점은 또 있나. 같은 B1A4 멤버 신우와 함께 캐스팅됐다는 점. 같은 그룹에 소속된 멤버가 한 작품, 그것도 같은 역할로 캐스팅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멤버들은 현실적인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연습하면서 서로 자극받고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은 더없이 좋은 일이다. 같은 관심사에 푹 빠져 있는 그들이다.
"서로 윈윈하는 것 같아요. 팀원이니까 무조건 응원하지만 경쟁은 당연하죠. 연습할 때 정말 신우 형을 뚫어져라 본다. '왜 이렇게 움직이지? 왜 이 동작을 하지?' 대사, 동작 하나 하나 다 본다. '이 사람은 이렇게 생각했구나'라면서 타협점을 찾는다. 좀 더 좋은 연기가 되는 것 같다. 그런 경쟁을 통해서 시너지를 얻는 것 아닐까."
"경쟁의식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다른 배우들과 다른 게 멤버고 동생이다 보니까 잘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고, 부러운 것도 있죠. 어떤 대사를 했는데 '저런 느낌으로 하네? 괜찮은 것 같은데?' 배우는 것도 많죠."(신우)
멤버 두 명이 한 작품, 한 역할로 공연을 하다 보니 멤버들의 장난도 이어진다. '누구의 공연을 보러갈까?'라면서 장난을 친다는 것. 물론 두 멤버 모두를 응원하고 있음을 확실히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산들과 신우는 멤버들의 장난과는 별개로 현실적인 고민도 있다. "아무래도 티켓이 분산되니까요. 현실적인 고민이 있긴 있죠."
산들, 신우와 함께 뮤지컬배우 카이와 그룹 제국의아이들 멤버 박형식도 달타냥을 연기한다. 4명이 만드는 달타냥이다. 박형식의 경우 이미 한 차례 '삼총사'에 출연한 적 있기 때문에 신우와 산들도 많이 배운다.
"카이 선배님과 신우 형의 캐릭터가 비슷한 것 같아요. 디테일이 점점 달라지고 있지만. 디테일이 잡히면서 캐릭터가 점점 더 확고해지고 있는 게 보여요. 박형식 선배님은 아직 연습에서 마주친 적은 한 번 뿐인데, 이미 공연을 했던 분이라 그런지 능숙함이 있더라고요."
B1A4도 있고, 개인 활동도 있지만 뮤지컬은 산들에게 큰 성장을 준 장르다. 뮤지컬에 참여하기 전에도 수없이 많은 무대에 올랐지만 확실히 달랐다. 산들은 스스로 나무가 되어 뮤지컬 무대에 오른다. 그만이 공연에 임하는 방식이다.
"뮤지컬을 하는 동안 저는 큰 나무라고 생각하고 무대에 서요. 내 뿌리가 모두에게 뻗어 있는 거죠. 서 있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어요. 콘서트에서 항상 하는 이야기인데, '좋은 에너지를 받고 가서 힘내서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뮤지컬을 하고 난 후부터 하는 말이죠. 한 명 한 명의 에너지가 쌓여서 정점을 이루고 쏟아 붓는 건데, 멤버들도 같이 느꼈으면 좋겠어요. 물론 뮤지컬에서만 느낄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전에는 다른 멤버들도 뮤지컬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각자 자리에서 분명히 느낄 거라고 생각해요."
무대 위의 큰 나무가 된 산들. 작품에 온전히 몰입하고 그 캐릭터가 되기 위한 그만의 방식도 있다. 꼭 한 번은 '바닥'을 찍어야한다는 것. 그 바닥을 딛고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는 산들이다. 연습에서도 세세하게 스태프들의 표정 변화까지 살피는 그다.
"마인드 자체가 꼭 한 번은 바닥을 쳐야 해요. 바닥을 찍어야 더 높게 올라갈 수 있어요. 목 먹고, 찌그러져서 혼자서 대본 보고. 내가 땅을 찍지 않으면 항상 반복되는 것 같아요. 다음 스텝을 나가기 힘들어요. 지적받은 부분을 되새기고 연출 의도를 많이 보죠. 연습할 대 연출의 표정이 달라지면 그 부분에서 고민하는 거죠. '왜 그렇지?'라면서. 그렇게 만들어가죠."
산들은 이번에도 또 그렇게 치열하게 달타냥을 담아냈다. 자신이 안에 있는 달타냥스러운 면을 끄집어내면서 연습에 몰입했고, 바닥에서 다시 정상으로 차근차근 올라가고 있다. 어떤 그림이든 그릴 수 있는 백지에 하나씩 달타냥을 그려가듯, 그는 앞으로도 많은 캐릭터를 담아낼 것이다.
"어린 나이에 뛰어들었고, 가수지만 뮤지컬도 사랑하는, 정말 좋아하는 분야예요. 제 분명한 장점은 아직 젊고, 담아낼 그릇이 크다는 것. 그리고 배지. 어떤 그림이든 그릴 수 있는 백지이기 때문, 헤맬 수도 있지만 역할과 공연에 스며들기 위한 무기라고 생각해요. 물어가면서 하나씩 완성할 수 있다는 게 장점 아닐까요?"
그렇게 담아낸 '삼총사'와 달타냥. 이 운명과도 같은 작품에서 산들이 생각한 달타냥은 무대 위에서 어떻게 그려지고 있을까. 산들은 지난 1일 개막한 공연에서 벌써 2회나 무대에 올랐다. 그가 느끼고 연습한대로, 무대 위의 산들은 달타냥을 잘 표현해냈을까. 마지막으로 산들의 달타냥에게 하고 싶은 말을 부탁했다. 다소 오글거리는 질문에 살짝 당황했던 산들은 멋지게 자신을 격려했다.
"산들아, 떨리겠다. 습관이 있는데 나에게 쓴소리를 하는 편이다. 무대에 오르기 전에 거울을 보고 다짐하는 시간을 갖는데, '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줬으면 좋겠다. 알맹이 있는 공연을 했으면 좋겠고, 연습했던 형, 누나들 믿고, 공연장에서 너를 믿고 멋있게 보여줘라." /seon@osen.co.kr
[사진]엠뮤지컬아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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