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라이트] '해어화', 이제 봄이 오면 생각나겠지
OSEN 이소담 기자
발행 2016.04.05 08: 09

 길을 걷다 문득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 들릴 때, 음원차트에 그 노래가 올라올 때 우리는 봄이 왔음을 실감한다. 어쩌면 우리 삶에서 기상청보다 빠르게 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는 한 곡의 음악이 됐다.
스크린에도 봄을 떠올리는 ‘벚꽃엔딩’ 같은 영화가 탄생할 듯싶다. 한 떨기 복사꽃을 연상케 하는 영화 ‘해어화’(감독 박흥식, 4월 13일 개봉)다.
1940년대 비운의 시대를 그린 ‘해어화’는 경성에서 제일가는 기생학교인 ‘대성권번’을 배경으로 한다. 예인을 길러낸 권번은 지금으로 치면 연예 기획사쯤이라고 봐도 좋다. 여기에 소속된 소율(한효주 분)과 연희(천우희 분)는 세상에 둘도 없는 영혼의 단짝이다. 이들은 대중성보단 예술성이 뛰어난 우리나라 전통 가곡인 정가를 배우며 최고의 예인인 ‘일패 기생’으로 성장한다.

함께 평생 예인의 길을 걷기로 한 두 사람에게는 균열이 생긴다. 잔잔하던 호수에 돌을 던진 것은 소율의 정인 윤우(유연석 분)다. 대중가요 작곡가로 당대 최고라는 찬사를 듣는 윤우가 소율이 아닌 연희를 뮤즈로 선택하면서부터다.
연희의 목소리는 당대 소수의 특권층을 위한 것이 아닌 모두를 위해 쓰여야 한다는 것이 윤우의 생각이다. 소율이 존경하던 국민가수 이난영(차지연 분)도 그녀가 아닌 연희를 인정한다. 그렇게 연희는 예인으로서 길을 포기하고 대중가수의 길로 빠지게 된다.
윤우에 대한 배신감과 연희에 대한 질투심이 소율을 통째로 집어삼킨다. 연희와 달리 소율은 권번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권번 밖 세상에는 어둡고 보다 더 아이같은 순수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 순수함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소나기를 맞은 꽃처럼 맥없이 떨어진다.
아름답게 피어났던 소율과 연희라는 인물과 우정, 꿈 그리고 윤우와의 사랑까지 모든 것이 떨어지는 꽃처럼 비극을 맞는다. 이는 1940년대 시대상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것으로 보여 더욱 마음이 아려온다.
이처럼 ‘해어화’는 봉우리가 움트는 꽃부터 만개한 꽃 그리고 꺾이고 떨어진 꽃까지 화려함만이 아닌 꽃에 대한 모든 면을 담아낸 바. 꽃이 피고 지기까지 봄이면 떠오를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예인과 가수를 소재로 한 바. 귀를 즐겁게 하는 영화 속 노래들은 영화가 끝난 후 다시 듣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다. / besodam@osen.co.kr
[사진] '해어화' 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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